[김문주 의학칼럼] 뇌전증에 엉터리 응급조치는 필요 없다
[김문주 의학칼럼] 뇌전증에 엉터리 응급조치는 필요 없다
  • 인천투데이
  • 승인 2019.07.1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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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전증 편견과 공포 벗어나기 <5>
김문주 아이토마토한의원 대표원장.
김문주 아이토마토한의원 대표원장.

[인천투데이] 뇌전증에 대한 과다한 공포는 뇌전증 경련에 과다한 응급조치로 나타난다. 뇌전증 환자가 간질성 경련을 하고 있으면 뇌를 손상시키고 생명에도 지장을 줄 것이라고 걱정한다. 무엇이든지 해서 환자를 살리고 뇌손상을 막으려한다.

가장 흔한 엉터리 응급조치는 ‘손 따기’다. 바늘로 손가락 끝을 따서 피를 내면 의식이 돌아올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인터넷 검색으로 정보를 얻어 손 따기를 하는 부모도 많다. 또한 경련이나 뇌신경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한의사가 응급조치로 손 따기를 하라고 지도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는 매우 무지한 행동이다. 아무리 손을 딴다 한들 경련이 진행되는 상황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신체 손상만 있을 뿐이다.

또 다른 엉터리 응급조치는 경련 중인 환자의 입에 수건을 물리려하는 것이다. 대체로 두 가지 걱정 때문인데, 숨을 못 쉬다 죽을까, 혀를 깨물지는 않을까 걱정한다. 그러나 이는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대부분의 경련은 5분 전후로 정상적으로 회복된다. 혀를 깨물어 상처가 나는 경우도 있지만 심각한 정도로 손상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오히려 입에 수건을 물리려고 입을 강제로 벌리는 과정에서 심각한 부상을 유발할 수도 있고 식도에 이물질이 들어가는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의학적 지식이 조금 있는 사람이 실행하는 응급조치는 심폐소생술이다. 간간히 뉴스에서 간질성 경련 환자를 심폐소생술로 살렸다며 영웅 취급을 하는 보도가 나오기도 한다. 때로는 경찰관이 때로는 간호사가, 때로는 비행기에서 때로는 열차에서 뇌전증 환자를 응급조치로 살렸다고 보도한다.

뇌전증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는 것은 오히려 간질 환자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어 반드시 하지 말아야한다. 뇌전증 환자가 경련하며 호흡을 못하고 있으니까 심정지가 진행된다고 오해하는 듯하다. 그래서 심폐소생술을 하는데, 경련 당시 산소 공급은 일시적으로 떨어지지만 맥박은 유지되고 있는 상태다. 그러므로 심폐소생술이 필요 없는 상태다. 오히려 심폐소생술을 잘못했을 경우 심장 손상을 유발할 수도 있다.

가장 좋은 응급처치는 안정 상태로 가만히 놔두는 것이다. 가만히 놔두면 저절로 회복된다. 일반인은 심폐소생술이 필요한 응급상황인지를 구별하기 어렵다. 구별하지 못하겠으면 심폐소생술을 할 게 아니라 119에 전화해 상황을 설명하고 시키는 대로 하는 게 옳다. 그런데 잘못된 응급조치를 칭찬하는 기사가 반복되고 있으니 안타깝다.

뇌전증 경련은 ‘거의 대부분’ 자연스럽게 호전된다.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아무런 도움 없이 환자 스스로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환자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전혀 문제없이 일상생활로 복귀한다. 대체로 1-2분이면 회복하고 길어야 5분 정도 걸린다. 최선은 응급조치가 아니라 돌발 상황을 대비해 보호관찰을 해주는 것이다.

뇌전증에 응급조치가 필요한 경우는 아주 일부분으로 뇌전증이 중첩적으로 오는 경우다. 경련이 20분 이상 지속되면 경련중첩증이 예상되므로 강제로 경련을 멈추게 하는 응급조치를 해야 한다. 이런 응급조치는 일반인이 할 수 없다. 빠르게 응급실로 옮겨 필요한 약물을 주사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 방법이다. 그러므로 뇌전증 환자가 경련한다면 경련시간을 측정하면서 깨어날 때까지 관찰해주고 보호해주는 게 최선의 응급조치다.

뇌전증 경련에 불필요한 공포를 가질 필요가 없다. 돕겠다고 응급처리를 하는 것조차 불필요하다. 안타깝지만 묵묵하게 지켜봐주고 응원해주는 것이 최선의 길이다.

※ 김문주 원장은 소아 뇌신경질환 치료의 선구자로서 국제학술지 E-CAM에 난치성 소아 신경질환 치료 논문을 발표했다. 또한 보건복지부의 뇌성마비 한방치료 연구에 책임연구원으로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