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고장났다던 탁도계 정상 작동 확인
경찰 “고장과 조작 등 모든 가능성 수사”

[인천투데이 장호영 기자] 환경부가 인천 수돗물 적수(붉은 물) 사태의 원인 중 하나로 서구 공촌정수장의 탁도계 고장을 지목했는데, 탁도계가 고장난 사실이 없다는 정황이 나오며 파문이 일고 있다.

환경부는 인천에서 붉은 수돗물 사태가 발생한 뒤 원인 조사를 진행하고 지난달 18일 중간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발표 당시 환경부는 붉은 물 사태의 장기화 사유 중 하나로 공촌정수장 정수지 탁도계 고장으로 정확한 탁도 측정이 이뤄지지 않은 점을 꼽았다.

이후 인천시의회 본회의에서 박남춘 인천시장이 “탁도계 고장 관련 보고를 전혀 받지 못했다”라고 답하면서, 탁도계 고장이 붉은 물 사태의 주요 원인으로 화두가 됐다.

그런데, 여러 지역주민단체들로부터 공촌정수장 탁도계가 고장난 적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고장이 난 사실도 없고 현재도 정상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촌정수장의 탁도계. 왼쪽이 고장났다고 발표된 탁도계이고, 오른쪽이 이후 새로 구입한 탁도계이다. 두개 모두 수치가 0.10으로 나오며 정상 작동하고 있다.(사진제공 영종 주민 수돗물 대책위)

‘영종 주민 수돗물 대책위’ 한 관계자는 붉은 물 사태 후 공촌정수장을 방문한 결과, 고장났다던 탁도계가 정상적으로 작동 중인 것을 확인했다고 12일 밝혔다.

이 관계자는 “고장났다던 탁도계는 새로 구입한 탁도계와 함께 같은 수치로 정상 작동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공촌정수장 직원이 ‘고장이 난 적이 없으니 수리를 한 적도 없다’는 말을 하고 환경부의 발표를 매우 억울해 했다”고 말했다.

청라국제도시총연합회 관계자도 “인천시 관계자의 제보를 받았는데, 탁도계 고장은 없었고 이상 없이 잘 작동되고 있다고 했다”며 “붉은 물 사태의 원인을 정확히 밝히는 것이 중요한데 지금은 어떻게 하던 지 보상만 빨리 마무리하려는 거 같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정상적으로 작동했다면 탁도계 그래프가 완만하게 떨어지는 게 맞지만, 비정상적으로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며 “탁도계 고장 여부는 사태의 중요한 부분은 아니라고 봤고, 공촌정수장 직원들이 조작 여부를 강하게 부인해 고장으로 판단했다”고 답했다.

지난 11일 붉은 물 사태 관련 인천시상수도사업본부와 공촌정수장을 압수수색한 인천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탁도계 고장과 조작 여부도 수사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압수수색 과정에서 고장났다는 탁도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을 확인했다”며 “공촌정수장 직원을 소환해 고장과 조작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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