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새얼아침대화l ‘청년의 문제와 사회전환의 과제’
전효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사무처장 강연

[인천투데이 김현철 기자] 서울시는 시장 직속 행정기구 ‘청년청’을 설치해 청년들에게 예산 500억 원에 대한 편성권을 부여하고 있다. ‘청년의 문제는 청년이 가장 잘 안다’는 당사자 주도 원칙이 반영된 기구다. ‘청년청’을 출범하며 박원순 서울시장은 “청년들이 결정하고 서울시장이 함께 책임지겠다”고 말해 청년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청년의 문제와 사회 전환의 과제'를 주제로 한 제398회 새얼아침대화

당시 서울시 혁신기획관으로 ‘청년청’ 신설에 핵심 역할을 담당한 전효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사무처장이 10일 오전 열린 제398회 새얼아침대화에서 강연했다. 전 사무처장은 “우리나라 청년 문제는 기존 시스템으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불평등이 심화되는 지금의 사회구조에서 청년들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힘들며, 급변하는 시대 변화 속에선 결국 새로운 규칙과 규범을 만들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청년이 주도적 역할을 할 때 비로소 청년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청년정책, 이대로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전효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사무처장

전효관 사무처장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복지국가 담론 중 고용을 전제로 한 복지국가와 가구단위의 복지국가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헌데 이 두 가지 형태의 복지국가로는 청년의 요구를 수용하기 힘들어 결국 청년문제 해결에는 실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시 청년정책 수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이 청년들과 일대일 심층인터뷰였다고 말하는 전 사무처장은 “인터뷰를 진행하며 느낀 청년들의 가장 큰 요구는 자존감, 사회로부터의 존엄, 대인관계(네트워킹)이다”라며 “이는 결코 비합리적이거나 무리한 요구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어서 취업을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일하게 될 일자리의 환경이 청년들에게 가장 큰 조건이 됐다”라며 “더구나 단군 이래 최대스펙을 자랑하는 한국 청년들에게 지금 만들어지는 일자리는 결코 매력적이지 못하다”고 꼬집었다.

전 사무처장은 지금은 폐지된 ‘서울시 청년인턴’제도를 강하게 비판하며 “청년들이 인턴이라는 이름을 달고 서울시에 근무하며 하는 일은 복사 등 단순업무였다”라며 “이들에게 고작 100만 원 안팎의 임금을 주면서 청년고용률 높였다는 홍보 뒤에는 자괴감에 빠진 청년들이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전 사무처장의 말에 따르면 불안정한 고용형태 등은 청년들의 자존감 하락을 가져오며, 뒤따르는 저임금 체계는 사회로부터의 존엄을 상실시키고, 장시간 노동형태 등은 청년들의 사회적 관계망 형성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가족단위 복지국가에 대해선 “20대 청년 절반이 결혼 또는 육아에 전혀 관심이 없다”라며 “이 정책이 미치는 청년 범위는 30대 초중반 아이가 있는 가정에 국한돼 적용될 뿐이다”고 덧붙였다.

“토지개혁에 준하는 정책적 고민 없이 청년문제 해결 불가능”

기성세대가 청년층에 흔히 ‘중소기업에 일자리 많은데 가지 않고 욕심만 부린다’고 비판한다. 전 사무처장은 청년들이 중소기업으로 가지 않는 것은 통계적으로 봐도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전 사무처장은 “중소기업 임금과 대기업 임금 차이를 모르는 국민은 없다. 중소기업에 들어가는 순간 대기업 입사자와 소득불평등이 발생하는 것이고 누적될수록 그 격차는 커질 수밖에 없다”라며 “통계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중소기업 종사자가 대기업으로 이직할 수 있는 확률이 1%미만인데, 중소기업을 선택하지 않는 청년들의 선택은 매우 합리적인 선택이다”고 말했다.

이어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도 나름 합리적이고 공정하다고 평가받지만, 청년들에게는 그렇지 못하다”라며 “애초에 돈이 없는 청년들에게 내 집 마련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인데, 말로만 공정한 척 한다고 생각하는 청년들이 다수다”고 설명했다.

또 “사회적 부의 편중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 시스템으로 대안 만드는 일을 불가능에 가깝다”라며 “이승만 정부 토지개혁에 준하는 소득재분배 정도의 정책적 고민 없이 청년문제(청년들이 느끼는 불공평, 불평등 등)를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전 사무처장은 지난 대선 정의당 심상정 후보의 ‘사회상속제’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회상속제’는 재산을 상속할 때 사회에 내는 상속세를 일정 기금으로 조성해 청년들에게 나눠주자는 것이 골자다. 전 사무청장은 “청년들이 이를 목돈으로 활용해 기반을 다지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효관 사무처장이 새얼아침대화에서 '청년의 문제와 사회전환의 과제'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급변하는 시대, 새로운 규칙?규범 만드는데 청년이 주도적 역할해야”

대한민국 제 20대 국회에서 30대 국회의원은 단 2명이다.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300명이므로 청년 국회의원 비율이 1%도 안 되는 것이다. 40대 국회의원비율도 19%다. 청년의 목소리가 반영되기 지극히 힘든 구조다. 전 사무총장은 사회구조에서 청년에게 주어지는 기회를 대폭 늘리는 것은 물론 결정할 수 있는 권한도 줘야한다고 주장했다.

전 사무총장은 국회의원 연령별 비율을 예로들며 “청년들이 자신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이 이와 무관하지 않다”라며 “청년의 요구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계층은 청년뿐이다. 기성세대가 청년 목소리를 듣고 반영하는데 분명히 한계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를 느끼고 있는 사람들이 직접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한다”고 덧붙였다.

2016년 발간한 맥킨지 보고서 주제가 ‘부모보다 가난한 자녀 세대’다. 역사적으로 현재 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물질적으로 개선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주요 국가들의 추세를 분석한 이 보고서는 부모보다 가난해지는 첫 자녀세대를 전망했다. 전 사무처장은 우리나라도 이와 무관하지 않으며, 곧 세계는 근본적인 구조가 흔들리는 변화를 맞을 것이다고 예측했다.

전 사무처장은 “근본적 구조에 변화는 이미 세계적 추세다. 우리나라도 이에 맞는 새로운 규칙과 규범을 준비하는 것이 새로운 과제다”라며 “이 과제를 기성세대들이 청년들과 협력적으로 풀어나가기 위한 기회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잠재적 사회갈등(사회적 부의 편중현상 등)은 현실 갈등으로 드러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최근 증가하고 있는 배달앱 등을 예로 들며, “배달앱 증가로 배달노동자들이 증가했다. 헌데 현행법상으로 이들은 노동법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자영업자이기 때문이다”라며 “흔히 플랫폼 노동자라고 하는 이 직업이 급격히 증가하는데 새로운 규칙과 규범이 필요하다는 징조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플랫폼 노동자의 대부분이 청년이고, 당사자 주도 원칙을 세워 스스로가 필요한 정책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라며 “이를 위해서도 청년들이 필요한데, 결국 기성세대가 가진 기득권을 스스로 내려놓으며 청년들에게 권력을 재분배해주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마무리했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