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 “부정수급과 유용 정황 드러나 정기공연 취소 불가피”
다툼의 여지 있고 공연 후 문책해도 되는데 “과도한 처분”
아동친화도시에서 어른들 ‘정치적 목적’에 멍드는 동심

[인천투데이 김갑봉 기자] 인천 동구의 융통성 없는 행정에 동심이 멍들고 있다. 동구는 지난해 8월 유네스코한국위원회로부터 아동친화도시로 선정됐는데 정작 행정에선 이에 대한 배려가 없어 빈축을 사고 있다.

동구는 2015년 송림초등학교 합창단을 모태로 삼아 동구소년소녀합창단을 창단했다. 창단 후 각종 구 행사에서 공연했고 매년 정기공연을 했다.

올해는 7월 19일 제4회 정기공연을 앞두고 있었는데, 공연을 11일 앞두고 동구가 지난 8일 공을 취소해 버려 공연을 준비했던 소년소녀합창단과 무대ㆍ음향 기획사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허인환 인천 동구청장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 (사진출처ㆍ허인환 페이스북)

동구, 소년소녀합창단 정기공연 11일 앞두고 취소

동구는 소년소녀합창단 지휘자가 합창단원들의 간식비를 부정수급 한 정황이 있고, 전 단무장(합창단 총무 역할)이 합창단 운영비의 일부를 사적으로 유용한 정황을 포착했다며 공연을 취소했다. 동구는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라고 했다.

하지만 간식비 부정수급의 경우 다툼의 여지가 있고, 운영비 유용 논란 또한 금액이 4만 원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공연을 취소하는 것은 공연을 준비했던 동심을 고려했을 때 과도한 처분이라는 비판이 확산하고 있다.

아울러 합창단 지휘자의 부정수급과 전 단무장의 공금유용이 사실이라고 해도, 이는 어디까지 어른들의 잘못이지 아이들의 잘못이 아닌 만큼, 공연을 마무리한 뒤 문책을 해도 늦지않다. 동구가 과하게 대응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게다가 범죄혐의가 확정되지 않았고 정기공연 1300만 원 예산 중 기획사가 이미 절반을 지출한 상황에서 공연을 취소하는 것은, 예산 사용에 있어서도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게 전반적인 분위기다.

그러나 동구는 부정수급과 공금유용 정황이 확실한만큼 공연을 취소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동구 문화체육홍보실 관계자는 “간식비가 3000원 인데 합창단 단원을 부풀려 수급했다. 3주 이상 빠지면 합창단에서 빠지게 돼 있는데 등록해서 간식비를 수령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합창단 명단을 제출하라고 해도 정확하게 주지 않았다. 현금을 인출해 간식비로 사용했다고 하는데 쓴 내역이 확인되지 않고, 일부 영수증은 수정한 흔적이 있다”며 “부정수급 규모와 공금유용 규모를 밝힐 순 없지만 정황을 확인한 만큼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부정수급 없어… 공연 취소는 과도한 처분”

반면, 동구소년소녀합창단은 소액 공금유용은 인정하지만 부정수급은 인정할 수 없다며 '공연 취소는 과도한 처사'라고 했다.

합창단 관계자는 “간식비가 학생 1인당 3000원이다. 4월 보조사업비 카드가 나오기 전인 1~3월에는 구청에 등록한 사업비 통장에서 인출해서 사용했다. 1~3월 지출내역에 증빙자료를 첨부해 보여줬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합창단원들은 공부를 병행하는 학생들이다. 공부를 하다 보면 오늘 나오더라도 내일은 못 나오는 학생들이 있고, 내일 나오더라도 다음에 못 나오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렇다고 다 퇴단 조치를 할 순 없는 것 아니냐”며 “구에서도 처음에는 월별로 간식비를 다 쓰라고 해서 증빙까지 했는데 이젠 왜 이러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공금유용 건에 대해 합창단 관계자는 “전 단무장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이 일을 하는데 형편이 어려워 교통카드를 충전하는 데 4만 원 정도를 사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 우선 급해서 1~2만원씩 충전하고 나중에 메웠다”며 “공금유용은 맞지만 그 규모에 비하면 공연취소 처분은 과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범죄혐의가 확정되지 않았고 다툼의 여지가 있는 만큼 공연을 준비했던 합창단을 배려해 공연을 끝낸 후 문책해도 되지 있지 않냐는 지적에 대해 동구는 “지휘자가 기획하고 준비한 공연인데, 지휘자의 부정수급 정황이 드러난 만큼 공연을 할 순 없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공연 취소 조치는 표면적으로는 부정수급과 공금유용에 따른 행정적 조치이다. 그러나 속살은 민선 7기 허인환 구청장이 전임 이흥수 구청장의 흔적을 지우려는 ‘정치적 작업’이라는 의견이 팽배하다.

동구소년소녀합창단은 전임 민선 6기 구청장이 창단한 합창단인데다 지휘자 또한 전임 구청장이 인선한 사람이라 이 같은 해석이 확산하고 있고, 이 때문에 어른들의 ‘정치적 목적’에 아이들의 동심이 멍든다는 비판이 확산하고 있다.

이에 대해 동구 관계자는 “전임 구청장이 추진했던 사업이라 공연을 취소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얘기다. 전혀 그렇지 않다”며 “수사로 밝혀지겠지만 행정이 부정한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에 취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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