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노조의 사회적 책임
[세상읽기] 노조의 사회적 책임
  • 인천투데이
  • 승인 2019.07.08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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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숙 민주노총인천본부 정책국장
이진숙 민주노총인천본부 정책교육국장

[인천투데이] 7월 4일, 거의 석 달 만에 열린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나경원 자유한국당 대표가 노조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노조의 사회적 책임법’을 만들 것이며, 이제 ‘근로기준법’으로 노동시장을 규율하는 시대는 지나고 있으니 ‘노동자유계약법’을 만들어 ‘기준’의 시대가 아닌 ‘계약’의 시대로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정말 의아하다. 나경원 대표의 발언문 전문을 꼼꼼히 봤지만, 정작 노조의 사회적 책임이 무엇인지에 대한 얘기가 전혀 없다. 모든 근로형태를 관리ㆍ조정하고 있는데 이제 ‘근로기준법’이 왜 적합하지 않은지에 대한 근거도 없다. 대신 나경원 대표는 폭력ㆍ불법시위, 채용비리, 강성노조, 귀족노조 등 민주노총에 대한 오래된 악선동과 거짓주장을 반복했을 뿐이다.

노조의 사회적 책임은 무엇인가.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얘기는 자기 조직원의 이해만이 아니라 노동자 전체, 특히 노동조건이 더욱 열악한 저임금ㆍ비정규직ㆍ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의 권리를 확대하기 위해 사업하고 교섭하고 싸우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한국 노동시장 상황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책임은 노동자 내부의 격차 문제와 결부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큰 사업장과 작은 사업장, 노조가 있는 사업장과 없는 사업장, 이러한 분할에 따른 노동자 내부 임금격차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러한 노동자 내부 격차를 축소하기 위한 사회적 책임을 무겁게 느끼며 그 역할을 고민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은 모든 노동자 권리의 최저선, 거꾸로 말하면 모든 고용주가 노동자를 고용하는 대가로 지불해야할 책임의 최저선이다. 그런데 이 근로기준법 조차 적용받지 못해서 연차도 연장근로수당도 없이 일하고, 문재인 정부가 ‘워라벨’ 운운하며 치적으로 자랑하는 주52시간 노동에서도 제외되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가 어림잡아 600만 명이다. 여기에다 노동자성도 인정받지 못하는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줄잡아 500만 명이다.

자유한국당 박완수 의원이 노조법 개정안을 제출한 바로 다음날 나경원 대표가 이 같은 연설을 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박완수 의원이 제출한 노조법 개정안에는 파업을 제한하는 필수공익업무 범위에 ‘학교급식법에 따른 급식사업’을 포함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알다시피 7월 3일~5일까지 민주노총에 속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였고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그 주축이었다. 학교 급식업무가 필수공익업무에 포함되면 급식실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사실상 파업하지 못한다. 현행법상 필수공익업무의 범위도 지나치게 넓어 노동자의 파업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ILO가 오래전부터 한국의 노조법 개정을 권고해왔는데도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노동 인식수준은 이렇듯 처참하고 뻔뻔하다.

국회를 몇 달 씩이나 무력화시켰던 자유한국당이 국회에 복귀하자마자 벼르고 있었다는듯 집중하는 일이 노조에 대한 악선동, 노조법 개악 시도, 노조의 파업 무력화 시도 따위다. 물론 그 내용의 상당 부분은 문재인 정부, 민주당과 공조 속에 상반기부터 추진해온 것들이다. 국제사회가 합의한 노동의 기본 권리도 지키지 않으면서 기업의 이해만을 앞세워 관련법을 더욱 후퇴시키고 노조 혐오를 조장하는 국회의원ㆍ정당ㆍ정부에 맞서 싸우는 것 또한 노조의 중요한 사회적 책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