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 내고도 8700억 순손실…자금지원 설득력 상실
비정규노조, “영업이익 10%면 비정규직 완전고용...부실경영부터 구조조정 해야”
GM으로 유입 의혹 짙고 경영진 책임도 있어
GM대우가 지난해 29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고도 파생상품으로 인한 손실로 2조원 대의 손실을 입으며 8700억원에 달하는 순손실을 기록했다.
매출 12조원 대에 달하는 제조업체가 파생상품에서 조 단위 손실은 골드만삭스와 같은 투자은행이 아니고서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비상장기업이라 정확한 내용을 확인할 수는 없지만, 상식적인 금융거래라고 볼 수 없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GM대우의 파생상품손실 2조 3300억원 중 평가손실인 1조 3227억원 빼더라도 이미 처분돼 손실이 확정된 1조 7억원의 흐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4월 8일자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증권가 한 애널리스트는 “이 돈을 번 사람이 국내은행일 것 같지는 않다”며 “이 돈이 외국 금융사를 통해 GM대우 모기업인 GM으로 흘러갔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만일 GM대우의 자금이 GM으로 유입된 정황이 포착되면 정부나 산업은행의 유동성 지원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지원은 구제금융이나 다름없어 공적자금이 투입되기 위해서는 그만한 명분이 있어야 가능하다.
자동차는 전기ㆍ수도ㆍ가스 등의 공공재도 아니고 금융처럼 공공성이 강한 것도 아닌 말 그대로 대표적인 소비재다. 다만 경제 불황시기 GM대우가 국민경제 미치는 영향이 크다보니 당면한 최대 경제 현안인 고용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유동성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다.
그래서 GM대우는 유동성 위기를 근거로 노조 측에 기본급 10% 삭감, 학자금지원 중단 등 강도 높은 임금협상요구안을 통보하면서 동시에 산업은행의 지원을 촉구했다. 이보다 앞서 사무직노동자의 임금 10% 삭감을 발표하기도 했으며, GM대우 노사는 유동성 위기를 근거로 전환배치에 합의하면서 비정규직을 사실상 해고나 다름없는 무급순환휴직으로 돌렸다.
한편 지난 3일, GM대우는 김창록 전 산업은행 총재를 사외이사로 새롭게 선임했다. 산업은행이 GM대우의 주주이자 채권단이긴 하지만 전직 총재가 이사가 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GM대우가 채권단인 산은의 지원을 끌어내기 위한 포석으로 김 전 총재를 선임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2008년 경영지표가 공개되면서 GM대우의 바람대로 유동성이 지원될지는 미지수다. 자동차회사가 29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고도 파생상품으로 인해 87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는 것은 경영진의 잘못을 탓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자금지원이 이뤄지더라도 경영진에 대한 문책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GM대우의 모기업인 GM의 추가 자금지원 요청에 대해 미국정부가 GM 최고경영자인 릭 왜고너를 퇴출시킨 전례가 있는데다 오바마 정부 역시 GM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를 문제 삼은 만큼 GM대우 경영진 역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GM대우 그리말디 사장이 2009 서울국제모터쇼에서 ‘산업은행의 지원금은 절대 외부로 유출 될 가능성이 없다’고 강조했지만,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파생상품 관련)자금 흐름을 보인데다, 수출대금을 둘러싼 의혹은 풀리지 않고, GM파산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어 산업은행도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GM대우의 목숨 같은 돈 ‘수출대금’
관건은 GM대우가 GM을 통해 판매한 수출대금의 회수다. 수출대금 결제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GM대우는 파생상품 관련 결제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한다. 2008년 결산 기준 파생상품평가손실은 1조 3227억원 규모다. 만일 환율이 이 상태(1300원 대)로 지속되거나 금융권 예측대로 1200원대를 형성한다 해도 파생상품(선물환)으로 인한 손실은 불가피하다.
GM대우의 작년 말 현재 미수채권인 매출채권(수출대금 등)은 2조 3892억원에 이른다. 모두 회수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매출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떼일 가능성에 대비해 미리 쌓아두는 돈)이 2007년 말 2443억원에서 작년 말 5147억원으로 2700억원 이상 늘었다.
지난해 3~4분기 수출판매대금 결제가 늦춰지면서 유동성이 부족한 탓에 GM대우의 환헤지 선물환으로 인한 피해는 불어났을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 외환은행 관계자는 “1~2년짜리 옵션계약(환헤지 상품의 계약기간)이라 할지라도 환율이 급상승해 손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아지면 계약을 파기하면 된다”며 “이 경우 환율상승으로 인한 피해와 계약파기로 인한 충당금 지불 중 어느 게 더 큰 규모인가를 봐야하는데, 만일 계약을 파기하는 경우가 피해가 덜하다 해도 유동성이 없으면(파기에 따른 충당금 지불을 위해 충분한 자금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파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수출대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GM대우의 모기업인 GM이 파산보호를 신청할 경우 GM대우의 수출대금 회수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돼 전망은 불투명하다.
일각에서 산업은행이 GM대우에 대한 지원 근거를 마련키 위해 지분매입을 검토하고 있는 알려졌지만, 이는 아직 확실치 않다. GM이 부분 파산할 경우, 미 정부의 GM 파산처리 지연 또는 파산되는 경우 등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하지만 핵심은 GM대우의 매출채권이 회수될 수 있느냐 없느냐다.
이와 관련,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은 “GM이 2002년 대우자동차를 고작 4억달러에 인수하면서 약속한 대우자동차의 채권이 12억달러다. 여기에 GM대우에게 지급해야할 수출대금이 2조 3000억원 규모인데다 금융권으로부터 빌린 단기ㆍ장기 차입금까지 합하면 천문학적 금액”이라며 “냉혹한 국제 질서와 시장경쟁체제 속에 미국 정부와 GM이 한국경제를 걱정할리 없다. GM의 파산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를 위해 채권단인 산업은행과 GM대우 경영진은 유동성 지원만 부르댈 것이 아니라 수출대금 회수에 힘을 쏟아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업이익 2900억, 정리해고 명분 없음 반증
2007년 영업이익 4720억원에 비해 1800억원가량 줄긴 했지만, GM대우는 지난해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도 290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매출액은 12조 3000억원대로 2007년에 비해 1%대 감소에 그쳤다.
2900억원이라는 영업이익에도 불구, 8700억원 규모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것은 앞서 지적한 것처럼 영업외비용에서 커다란 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파생상품관련 손실 외에도 경영진의 잘못으로 손실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은 대목은 더 있다.
영업외비용 중 지분법손실은 2007년 306억원에서 2008년 1021억원으로 무려 700억원이 증가했다. 파생상품 관련 손실 2조에 비하면 미약하지만 지난해 급여가 1714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결코 작은 액수가 아니다. 지분법손실이라 함은 GM대우가 어떤 투자상품에 투자했는데(투자상품의 지분 20% 이상) 거기서 발생한 손실을 말한다.
가장 큰 쟁점은 여전히 파생상품관련 손실이지만 상장기업이 아니라 정확한 경영지표를 확인할 수 없더라도 감사보고서를 통해서도 곳곳에서 경영진의 잘못이 확인된다. GM대우는 유동성 위기와 산업은행 지원을 근거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예고하고 있다.
현재 GM대우는 사내하청 비정규직(2000여명으로 추산)에게 무급휴직 동의서를 돌려 서명을 받고 있다. 동의서에 서명하면 매월 20만원 정도를 지원하겠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이대우 전국금속노조 GM대우비정규직 지회장은 “(동의서를) 안 쓰면 희망퇴직이나 정리해고 둘 중 하나 선택하라는 협박”이라며 “그 20만원도 GM대우의 돈이 아니라 정부의 고용유지 지원금을 활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미 300여명의 비정규직이 해고를 당한 상태다. GM대우 노사 간 합의로 이달 전환배치로 인해 900~1000명이 사실상 해고상태에 놓이게 될 것”이라며 “영업이익이 2900억이라고 들었다. 우리 비정규직 1년 동안 하루도 안 빠지고 잔업ㆍ특근해서 최대로 받을 수 있는 돈이 2500만원이다. 1000명이면 250억, 영업이익의 10%인 290억이면 쓰고 남는다”고 비판했다.
덧붙여 그는 “지금은 정리해고의 칼날이 비정규직을 겨냥하지만 다음은 정규직이다. 그래서다. GM대우 경영진의 부실경영과 도덕적 해이가 드러난 만큼 GM대우노조와 비정규직노조는 GM대우 경영진을 상대로 부실경영 책임을 묻고, 고용안정을 위한 공동투쟁을 전개할 때”라고 말했다.
한편, 이러한 가운데 GM대우가 부평공장과 군산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 토스카와 윈스톰, 젠트라 등을 생산하는 부평 1ㆍ2공장은 4월 8일부터 20일까지, 라세티 프리미어를 만드는 군산공장은 10일부터 20일까지 한시적으로 조업을 중단키로 했다.
GM대우는 판매 부진으로 지난해 12월부터 부평 2공장 가동을 한 달 이상 중단한 이후 부평과 군산공장의 조업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