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누구나 청년이 될 수 있는 마을 꿈꿔
[연중기획] 누구나 청년이 될 수 있는 마을 꿈꿔
  • 장호영 기자
  • 승인 2019.07.15 1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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仁川, 마을이 살아야 도시가 산다 (22)
서구 빈집소셜프랜차이즈 ‘가정집’

[인천투데이 장호영 기자]

<편집자 주>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사회 양극화와 주민 간 갈등, 각종 지역 문제로 인해 지역공동체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함께하는 삶의 시작점인 ‘마을’을 나와 우리를 풍요롭게 하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마을공동체운동과 사업에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인구 300만 명의 대도시 인천은 8개 구와 2개 군으로 이뤄져 있고, 구ㆍ군마다 수십 개의 동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는 수많은 마을들이 있다. ‘마을’이란 동 단위 보다는 작은 규모의 공간이다. 하지만 물리적 공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일상생활을 함께 하면서 소통을 바탕으로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공간을 의미한다. 주민들이 모여 자신들이 속한 마을에 관한 일을 스스로 결정하고 해결하는 마을공동체를 이룰 때 진정한 마을이라 할 수 있다.

마을은 도시를 구성하고 지탱하는 세포와 같고, 그래서 마을이 살아야 도시가 살 수 있다. 마을공동체에 대한 시민의 관심도를 높이고 참여를 넓히기 위해 <인천투데이>는 올해 인천의 다양한 마을공동체를 만나 그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한다.

지난 5월 가정집에서 어버이날을 맞아 지역 청년·청소년들과 진행한 거실 라이브 후 참가자들과 기념 촬영.(사진제공·가정집)
지난 5월 가정집에서 어버이날을 맞아 지역 청년·청소년들과 진행한 거실 라이브 후 참가자들과 기념 촬영.(사진제공·가정집)

청년활동가와 주민들이 빈집 리모델링

인천의 원도심 지역인 서구 가정동에 청년들이 모이고 있다. 그 중심에 ‘가정집(대표 장은주)’이 잇다. ‘가정집’은 올해 1월 가정동 502-17번지에 문을 열었는데, ‘빈집 소셜 프랜차이즈’라는 다소 생소한 개념을 가지고 있다. 도시재생 활동가, 청년문화 기획자, 청년 창업자, 지역 청년 등이 의기투합해 만든 공간이다. 주민공동체 쉼터이자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가정동에 위치한 빈 가정집을 리모델링해 만든 공간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가정집’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지역주민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커피와 차, 맥주를 판매하는 카페와 펍(Pub)으로 운영 중인데, 모임이나 세미나를 위한 공간으로도 지역주민에게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가정집’은 청년협동조합 ‘더블유42(우리사이)’가 만든 첫 번째 빈집 소셜 프랜차이즈 공간이며, 본점 역할도 하고 있다. ‘더블유42’는 장은주 대표뿐 아니라 문화기획자와 창업자 등 다양하게 활동하는 청년들이 모여 도시재생을 고민하면서 탄생했다. 청년들이 가진 고민을 지역에서 어떻게 풀어갈까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도시재생이 딱 맞아떨어지겠다고 판단했다.

다 같이 잘 사는 마을 만드는 도시재생

지난해 9월 설립한 청년협동조합 ‘더블유42’는 다 같이 잘 살기 위한 마을을 만드는 도시재생 사업을 핵심사업으로 정했다. 도시재생사업은 인구 감소와 주거환경 노후화 등으로 쇠퇴하는 도시를 인적 역량 강화와 인적ㆍ물적 자원 활용으로 활성화하는 사업을 말한다. 도시 전체 건물을 뒤엎는 재개발이나 재건축과는 반대되는 개념의 ‘근린재생’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기획재정부와 사회적기업진흥원, 신용협동조합 중앙회가 주최ㆍ주관한 청년협동조합 창업 지원 사업에 지원한 ‘더블유42’는 인천 서구 신협과 인사를 나눌 기회가 생겼고 그 이후 서구 신협으로부터 가정동 지역주민 네트워크와 조합원들을 소개받았다. 이것이 ‘더블유42’가 빈집 소셜 프랜차이즈 본점인 ‘가정집’을 만드는 계기가 됐다.

‘더블유42’청년활동가들은 주민들과 함께 식사하고 차를 마시면서 마을의 문제점을 들었다. 주민들은 ‘마을에 청년이 너무 없다’는 것과 ‘청년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이 없다’는 것을 가장 많이 지적했다. 이 때문에 마을에 활력이 없다고 했다. 또한 정서진 중앙시장이 자리잡고 있지만, 주변에 방치된 빈집과 쓰레기로 청소년들의 비행 장소가 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가정집의 모습.(사진제공 가정집)
가정집의 모습.(사진제공 가정집)

주민들과 함께 마을 조사하고 빈집 리모델링

청년활동가들은 주민들과 빈집을 조사했다. 빈집을 청년창업 공간이자 주민 공유 공간으로 재생하기 위해서다. 유동인구가 얼마나 되는지, 상권 입지는 좋은지, 주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인지, 월세는 얼마인지 등을 꼼꼼하게 조사했다. 그렇게 빈집 10채를 고른 뒤 토론해 현재 ‘가정집’이 들어선 빈집을 선택했다. 빈집을 선정한 후 청년활동가와 주민들은 3~4개월간 리모델링을 했다. 전문가들이 아니다 보니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함께 부수고 페인트를 칠하며 ‘가정집’에 애착이 커졌다. 올해 1월 문을 열었지만 아직 완성된 공간은 아니다. 수익이 생기는 대로 조금씩 공사를 계속하고 있다.

‘가정집’은 카페와 펍으로 운영되며, 협동조합 사무실, 입주 작가 작업과 전시ㆍ판매 공간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그밖에 주민 모임을 위한 공간, 협동조합이 주최하는 세미나나 인천 청년 스타트업 네트워크 모임 공간이 되기도 한다.

한 달에 한 번 ‘거실 라이브’도 진행하고 있다. 초창기에는 인천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 초청공연이 중심이었지만, 주민들이 일방적인 수혜자가 된다는 느낌이 강해 변화를 줬다. 마을주민 중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 공연하게 하거나 마을 청년이 가르치는 수제 맥주 강좌를 여는 형식이다. 청년활동가와 주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독서모임도 준비 중이다.

장은주 대표는 “빈집이 이렇게 변한 것을 보고 다양한 연령층의 주민들이 놀라워하고 관심을 보였다”라며 “도시재생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주민들이 자립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스스로 마을을 가꾸게 하는 사업이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주민들이 스스로 함께 할 수 있는 문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제안해 살고 싶고 자랑하고 싶은 마을을 만들길 바란다”며 “올해에는 시장 상인, 주민들과 상의해 플리마켓이나 마을축제를 진행하려고 고민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가정집’이 주민들에게 특별한 공간으로 남았으면 한다”며 “청년은 나이로 따질 문제가 아니라 누구나 열정과 열의만 있으면 청년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청년이 될 수 있는 마을을 꿈꾸고 있다”고 강조했다.

‘더블유42’는 서울에 빈집 소셜 프랜차이즈 1호점을 내려고 계획 중이다. 또한 6개 지역에서 연락이 와서 만나기도 했다. ‘더블유42’는 가정집이 잘 운영되는 것과 함께 국내 236개 군·구에 있는 모든 동마다 빈집 소셜프랜차이즈가 생기는 것도 꿈꾸고 있다.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 중인 가정집의 모습.(사진제공 가정집)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 중인 가정집의 모습.(사진제공 가정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