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단짠단짠|심혜진 지음|현암사| 2019.7.1.

[인천투데이 이승희 기자] 내가 초등학교를 다닐 때인지 중학교를 다닐 때인지 기억이 흐릿한데, 그때 어머니는 전통시장 닭집에 일을 다니셨다. 그때는 닭집에 산 닭들이 들어 있는 닭장이 있었다. 손님이 원하는 닭을 고르면, 그 자리에서 멱을 따 피를 뽑고 끊인 물에 담갔다가 털을 뽑고 배를 갈라 내장을 빼냈다. 콩팥과 모래집(똥집)을 따로 분리했고 모가지와 발도 잘라 따로 모았다.

그걸 가져가는 손님도 있었고 두고 가는 손님도 있었다. 어머니는 손님들이 두고 간 것들을 가끔 집으로 가져와 밥상에 올리셨다. 물론 가게 주인의 허락이 필요했으리라.

고춧가루와 고추장, 간장, 설탕, 마늘, 파를 넣으신 것 같은데, 국물이 자작자작했다. 부드러운 모가지 껍질과 식감 좋은 닭발과 모래집, 거기에 양념이 잘 배인 감칠맛을 잊을 수 없다. 남은 국물을 밥에 얹어 쓱쓱 비벼먹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하지만 어머니는 거의 손을 대지 않으셨던 것 같다. 생닭 특유의 비린내에 질리셨을 것이리라. 그 때는 몰랐다. 어머니의 고된 노동을.

심혜진의 ‘인생은 단짠단짠’은 잊고 있던 이 기억을 되살렸다. 그 기억 속 어머니의 고된 노동을 떠올리게 했다.

‘지극히 평범한 날들과 새로울 것 없는 음식들이 만나 내게 특별한 기억을 남겼다. 그 특별한 기억을 이 책에 담았다. 책을 읽는 동안 각자 잊은 줄 알았던 어떤 기억을, 그리고 그 기억 속 누군가를 떠올릴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는 저자의 바람이 이뤄진 셈이다.

저자가 ‘사연이 있는 요리 이야기’를 만 3년 전부터 <인천투데이>에 격주로 보내면서 나는 그의 글을 가장 먼저 읽는 첫 독자가 됐다. 음식과 추억이 빚어낸 가슴 따뜻한 이야기들을 차곡차곡 쌓아 엮은 책으로 그 글들을 다시 읽어보니 교정 교열에 신경 써야 하는 편집자로서 읽었을 때와는 감흥이 사뭇 다르다. 교정 교열할 게 별로 없었지만. 특히 자신을 솔직히 드러내려 애쓴 작가의 고뇌와 용기가 돋보인다.

‘인생은 소소한 일상에 행복을 더하는 단맛과 쓰디쓴 기억에 눈물을 삼키는 짠맛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루가 달면 다음 날은 짜고 오늘이 맛있으면 내일은 맛없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늘 기대하게 되는, 인생이라는 예측불허의 맛!’

편집자가 이 책을 소개하는 글처럼, 이 책은 음식 이야기가 아닌 저자와, 저자와 인연을 맺은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이자 우리 인생 이야기다. 마지막 글, 졸업 사진 속 아빠에게 전하는 ‘곰보빵’ 이야기는 그래서 애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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