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을 청년주택 등으로 활용해 도시 재생
빈집을 청년주택 등으로 활용해 도시 재생
  • 이승희 기자
  • 승인 2019.07.01 11: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획취재] 빈집정보시스템 구축과 빈집 활용방안
④서울시 빈집 활용 도시재생 프로젝트

[인천투데이 이승희 기자]

<편집자 주> 인천지역 빈집이 5000채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강화군과 옹진군을 제외한 자치구 8개의 빈집이 5월 27일 기준 총4129채로 조사됐다. 빈집 문제는 저출산과 고령화, 도심부 쇠퇴 현상 등과 맞물려 사회적 과제가 되고 있다. 특히 구도심의 빈집 문제는 물리적 문제뿐 아니라 사회ㆍ경제적으로도 부정적 파급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사유재산이라는 특성과 행정, 법ㆍ제도적 한계에 의해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

빈집 활용을 위한 현행 법ㆍ제도와 함께 인천의 빈집 실태조사와 정비계획 수립 추진 현황을 살펴보고자 한다. 아울러 빈집 활용 우수 사례를 살펴봄으로써 빈집 정비가 사유재산 침해가 아니라 주거생활의 질을 높이고 지역주민 공동체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빈집을 청년주택 등으로…3채 첫 삽 뜬다

서울시는 지난해 하반기에 노후한 저층주거지가 밀집한 강북 일대를 중심으로 빈집 14채를 매입했다. 이 중 강북구 삼양동에 있는 빈집 3채를 청년주택과 청년거점시설로 조성할 계획이다. 6~7월에 착공해 연내에 준공하는 게 목표다. ‘빈집 활용 도시재생 프로젝트’ 마중물 사업이다.

3채 가운데 건물 상태가 양호한 1채는 리모델링 후 청년창업을 위한 거점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사무실ㆍ회의실 같은 창업지원공간을 조성해 삼양동 일대에 청년유입을 이끌고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게 목적이다. 현재 청년 거점 공간 용도로 변경하는 인허가 절차를 완료했다.

2채는 15년 이상 방치된 빈집인데 나란히 인접한 점을 활용해 신축 후 청년주택 2개 동(셰어하우스 11실+주민공동이용시설)으로 조성한다. 특히, 골목길이 협소해 차량 진입이 어렵고 기반시설이 열악한 입지 특성을 고려해 보행가로변 담장을 없애고 건물까지 도로 폭을 확보해 주변 환경을 종합적으로 개선한다. 7월 중 착공해 12월 준공할 예정이다.

이 빈집 활용의 특징은 아이디어부터 공간 설계까지전 과정을 서울시 ‘공공건축가’와 시민 출자 청년주택인 ‘터 무늬 있는 집’ 청년들이 함께 마련했다는 데 있다. 아울러 빈집을 활용해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을 넘어 침체된 저층주거지 일대에 새로운 활력이 될 수 있게 지역주민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했다.

‘터 무늬 있는 집’은 사회투자재단(민간)이 지난해부터 시작한 사업으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출자해 모은 기금으로 지역 활동이나 생활공동체를 지향하는 청년그룹의 공동주거를 지원한다.

박원순 시장은 “첫 삽을 뜨는 빈집 활용 도시재생 프로젝트로 주거난을 겪는 청년들에게는 보금자리를 제공하고 지역에는 생활SOC 확충과 청년층 유입으로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빈집 정비계획 수립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공공건축가, 청년들과도 지속적으로 협업해 청년들의 주거와 일자리 문제해결방안을 제시하는 새로운 도시재생 모델로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강북구 솔매로 3-6, 3-10 현황 사진과 청년주택ㆍ주민공동이용시설 조감도.(제공ㆍ서울시)
강북구 솔매로 3-6, 3-10 현황 사진과 청년주택ㆍ주민공동이용시설 조감도.(제공ㆍ서울시)

공공건축가ㆍ청년들과도 지속적으로 협업

마중물 사업과 함께 나머지 빈집 11채 재생 사업도 속도를 낸다.

11채 중 7채는 청년ㆍ신혼부부를 위한 ‘행복주택’(11호)과 생활SOC(우리 동네 키움 센터, 지하주차장, 공원등)로 재생한다. 우수한 설계ㆍ디자인을 마련하기 위해 지명제안공모로 설계자를 선정했다. 올 12월까지 설계를 완료하고 내년 1월 착공하는 게 목표다.

서울시는 “이 지역은 경사가 심하고 12년 이상 방치된 빈집이 밀집한 곳으로 7채 중 5채는 차량 진입이 불가능한 맹지”라며 “지형과 어우러진 주택과 다양한 시설이 효과적으로 입지할 수 있는 설계 마련을 위해 지명제안공모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시는 지난해 11월부터 삼양동 일대 도시재생 구상안 마련에 참여하고 있는 공공건축가 5명을 대상으로 지명제안공모를 실시, 협상 대상자를 선정했다.

당선작 설계안을 보면, 구역 2개로 조성된다. A구역(2개 동)은 행복주택 11호(지상 1~4층)와 주민공동이용시설(지상 1층), 주차장(지하 1층)으로 건설된다. B구역(1개 동)은 이전에 주차장 건설을 위해 주민참여예산으로 확보한 필지 1개와 공공용지를 포함해 다양한 기능이 복합된 생활SOC를 확충한다. 지하에는 주차장, 지상에는 어린이놀이터를 조성하며, 건물 지상 1~3층에는 우리동네 키움센터와 마을주방 등이 들어선다.

나머지 4채는 청년주택, 생활SOC, 주민소통방, 기반시설(도로) 등으로 활용한다는 방향을 세우고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참고로, 서울시는 공공건축물 수준 향상과 신진 건축가 발굴ㆍ육성을 위해 2011년에 공공건축가 제도를 도입했다. 2011년 77명으로 시작해 현재 173명으로 늘었다. 이들은 공공건축물 기획 단계부터 참여해 시민중심 공공건축물을 건립하고 도시 공간ㆍ환경을 개선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박원순 시장, 삼양동 옥탑방 생활하며 구상

서울시 ‘빈집 활용 도시재생 프로젝트’는 박원순 시장이 지난해 8월 19일, 강북구 삼양동 옥탑방 한 달 생활을 마무리하면서 발표한 ‘강남ㆍ북 지역균형발전 정책 구상’의 핵심이다. 장기간 방치된 빈집을 매입해 ▲청년중심 창업 공간 ▲청년주택 ▲주민 커뮤니티 시설 등으로 활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6월 19일 서울시청에서 만난 노경래 시 도시재생실주거환경개선과 주거환경정책팀장은 이 프로젝트에 박 시장의 주거철학이 담겨있다고 했다.

“노후한 주택이 모여 있는 저층주거지는 접근성이 나쁘고 분위기가 음침하다. 주민 편의시설도 부족하다. 그러니 사람들로부터 외면 받는다. 사람들은 생활하기 편리하고 깨끗한 아파트를 찾는다. 젊은 사람일수록 더욱 그렇다. 그래서 노인층이 많이 사는 저층주거지에 빈집이 늘고 있다. 빈집은 생활쓰레기 무단투기와 악취, 안전사고 문제를 초래한다. 사람들이 이러한 저층주거지를 더욱 꺼리는 악순환이 된다. 그러면 이러한 저층주거지도 모두 아파트로 만들어야하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획일화된 주거형태가 바람직하지도 않다. 어떻게 하면 젊은 사람들이 들어와 지속가능한 마을생태계를 만들 수 있을까. 빈집을 활용해 도시를 재생하자. 이게 박 시장이 삼양동 생활을 하면서 내린 결론이라 할 수 있다.”

서울시는 2022년까지 빈집 1000채를 매입해 행복주택 4000호를 만들어 청년이나 신혼부부에게 임대하는 한편, 생활 SOC와 청년 거점공간도 만들어 제공할 계획이다.

노경래 팀장은 “주거복지 차원에서 임대주택을 공급한다고 마을이 달라질까라는 의문을 가졌다. 그래서 도시재생 관점을 결합하기로 했다”라며 “낙후한 지역에 꼭 필요한 시설, 예를 들면 도서관이나 어린이집 등 생활SOC를 갖춰 젊은 사람들이 들어올 수 있게 해야 한다. 또한 청년들이 모일 수 있는 거점공간과 청년들이 창업을 준비하거나 창업할 수 있는 공간도 필요하다. 그래야 마을이 활력을 찾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아동ㆍ여성 친화도시 조성 사업과 연계해 소규모 주택 정비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며, 매입한 빈집을 활용할 때 공공건축가와 마을 철물점, 영세 건축업자 등이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할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신혼부부 임대주택과 복합커뮤니티 시설이 들어설 강북구 미양마을 현황 사진과 조감도.(제공ㆍ서울시)
신혼부부 임대주택과 복합커뮤니티 시설이 들어설 강북구 미양마을 현황 사진과 조감도.(제공ㆍ서울시)

올해 400채 매입 목표인데 현재 39채 매입

서울시는 올해 빈집 400호를 매입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한 예산 2400억 원도 편성했다. 빈집 한 채를 매입하는 데 평균 6억 원을 책정했다.

이 예산을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에 출자해 SH공사가 매입하는 방식이다. 자치구에 예산을 줘서 자치구가 매입하는 방법도 검토했으나 그럴 경우 ‘공유재산법’에 따라 공유재산 변경 심의 등을 거쳐야하는 등, 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빈집을 매입할 땐 SH공사가 먼저 탁상감정으로 추정가액을 산출한 뒤 소유자에게 매각 의사를 물어본다. 소유주가 동의하면 실제 감정평가를 실시한다. 탁상감정가액과 실제 감정평가액 사이엔 10% 이내에서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

올해 400호 매입을 목표로 세웠지만, 6월 19일 기준 매입한 빈집은 39채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해 노경래 팀장은 “빈집 소유자가 누구인지 확인할 수는 있으나,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없어 소유자와 연락할 방법이 없다. 연락이 닿아 매매 협상을 해도 거래가 성사되는 비율은 10%에서 15% 정도밖에 안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빈집 규모가 작아 임대주택과 생활SOC, 청년창업이나 거점 공간 등으로 재생하는 게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서울시의회는 빈집 매입 예산안을 심의하면서 매입 원칙과 기준 등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빈집정책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시의원과 감정평가법인 전문가, 대학교수, 도시계획ㆍ재생 전문가, 사회주택 민간조합 관계자 등 16명으로 구성해 매달 한 차례 위원회를 열고 있다. 최근 위원 한 명이 빈집 활용 민간 제안 사업 공모에 참여하겠다며 해촉을 요청해 현재는 15명이다. 위원회는 매입 기준을 ▲복합용도로 신축ㆍ리모델링이 가능한 빈집 ▲생활SOC가 부족한 지역에 위치한 빈집 ▲재생으로 주변 활성화가 기대되는 지역 내 빈집 등으로 정했다.

빈집 전수조사 완료 단계…매입 본격화 전망

서울시는 자치구 25개를 대상으로 한 빈집 실태 전수조사가 7월에 완료되면 본격적으로 빈집 매입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전력과 시 상수도사업본부가 갖고 있는 데이터를 토대로 1년간 단전ㆍ단수된 가구를 빈집으로 추정하고 지난해 11월부터 현장 조사를 하고 있는데, 마무리 단계다. 아울러 전수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빈집 정비계획 수립 가이드라인을 7월 중순까지 만들어 자치구에 제공할 예정이다.

노경래 팀장은 “빈집이 1만4000호에서 1만5000호 정도로 추정되는데, 곧 정확한 조사결과가 나올 것이다”라고 한 뒤 “빈집 상태와 주변 환경, 빈집이 된 원인 등을 분석해 빈집 정비계획 수립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는데, SH공사와 서울연구원이 함께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자치구 관계자를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각 자치구는 이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구별 빈집 정비계획을 수립한다. 이를 위한 용역을 9~10월에 발주할 예정이다. 용역비를 시가 90%, 자치구가 10% 부담하는데, 이미 편성해놓았다.

노경래 팀장은 “자치구별 이해도나 의지력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 사업 추진을 독려하기 위해 특별교부금 배정 시 인센티브제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