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투데이 심혜진 시민기자] 만일 라면이 몸에 좋다면 나는 삼시세끼를 라면으로 먹을 수 있다. 편하고 맛있으니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연구 결과는 없다. 오히려 라면 한 개에 든 나트륨 양이 1일 기준치에 육박해 문제라는 기사가 잊을만하면 나온다. 질 낮은 즉석식품에 청소년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는 뉴스도 봤다.

20~30대에는 라면을 좋아하지 않았다. 다섯 개 묶음을 사놓고 유통기한을 훌쩍 넘긴 적도 여러 번이다. 그런데 40대에 들어서니 무슨 이유인지 라면이 맛있어졌다.

추운 날엔 얼큰하고 뜨끈한 맛에, 더운 날엔 음식하기 귀찮다는 핑계로 가스레인지에 라면 물을 올린다. 건강을 생각해 운동도 하고 식단 관리도 해야 하는데 일주일이 멀다 하고 라면 봉지를 뜯는다. 이러다 50대에 들어서면 내 건강이 어찌될지 걱정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먹고 싶은 것도 다 때가 있을 거란 생각에 억지로 참기보단 적당히 먹는 편을 택한다.

대신 덜 나쁘게 먹을 방법을 고민했다. 아무래도 채소와 함께 먹는다면 좀 낫지 않을까. 라면 염분과 식품첨가물 등 안 좋은 성분을 채소 섬유질이 몸 밖으로 끌고나가 줄 것 같고, 라면에 부족한 무기질과 비타민도 보충해주리라 생각했다.

식품영양학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는 내게, 무심코 떠오른 건 콩나물이었다. 콩나물 라면을 몇 번 끓여 먹은 뒤, 내가 얼마나 어리석은 선택을 했는지 깨달았다. 정말이지 너무 맛있어서 라면을 더 자주 먹게 됐으니까.

ⓒ심혜진.

내가 콩나물 라면을 끓이는 방법은 이렇다. 우선 냄비에 라면 끓이는 양만큼 물을 넣는다. 물이 끓으면 콩나물을 데친다. 익은 콩나물을 대접에 덜어둔다. 그리고 그 물에 라면을 끓이다가 거의 익었을 때 콩나물을 얹어 잠시 함께 끓인 후 불을 끄면 끝. 콩나물과 라면을 처음부터 같이 넣고 끓여도 상관없지만, 나는 라면 한 개에 콩나물 한 봉지를 전부 다 넣기 때문에 면이 물에 충분히 잠기지 않아 익히기 불편하고 나중에 면이 빨리 부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조금 번거로워도 따로 끓인다. 여기에 청양고추 두 개 정도 썰어 넣으면 개운하고 얼큰한 라면 한 그릇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먹고 나서 속도 편하다.

요즘처럼 더울 땐 냉라면을 먹는다. 백종원은 정말 요리천재다. 그의 냉라면 레시피에 나는 무척 감동했다. 우선 육수를 만들어놓아야 한다. 차가운 물 한 컵에 분말스프를 넣고 간장, 식초, 설탕을 두 숟갈씩 넣어 잘 섞어 둔다. 끓는 물에 라면과 콩나물, 양파 등 채소를 함께 넣고 익혀 찬물에 헹군다. 라면은 푹 익히는 게 좋다. 육수에 얼음을 넣고 차게 헹군 라면과 채소를 넣는다. 청양고추 두 개를 송송 썰고, 오이채도 있으면 올린다.

그런데 이 조리법대로 하면 간이 무척 세고 단맛도 강하다. 그래서 나는 설탕은 빼고 라면 스프는 절반만 넣는다. 그래도 괜찮다. 아! 한 가지 나만의 팁이 있는데 그건 물에 스프를 넣어 전자레인지에 1분 정도 돌리는 거다. 그러면 육수가 좀 더 부드럽고 맛있어진다. 대신 육수가 뜨거워지니 미리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놓든지, 얼음을 넣든지 해야 한다.

내 식대로 냉라면을 만들면 스프가 절반 남는다. 스프는 라면의 생명이니, 이걸 버리는 건 라면을 배반하는 짓이다. 이럴 땐 ‘짜파구리’를 끓이면 된다. 꼭 ‘O구리’ 스프를 넣어야 하는 건 아니니까. 나는 짜파구리를 끓일 때도 위 방식대로 콩나물을 넣는다. 짜장라면과 콩나물은 의외로 정말 잘 어울린다. 짜장라면의 분말스프는 불을 끈 뒤에 넣어야한다. 인터넷에 떠도는 조리법대로 미리 넣고 끓이면 짜장라면 특유의 향이 날아가 버린다. 오랜 경험으로 얻은 깨달음이다.

영화 ‘기생충’ 때문에 짜파구리가 요즘 인기라 한다. 영화에선 짜파구리에 한우를 구워 넣던데, 나는 기껏해야 콩나물인가. 그 영화가 계급 문제를 짚었다더니 짜파구리에도 섬세하게 계급 요소를 넣어놓은 건가싶다. 라면도 한우도 기름기가 많은데, 아무래도 육식보다는 채식이 몸에 좋지 않을까. 에라, 그럴 거면 아예 라면을 먹질 말아야지!

※ 심혜진은 2년 전부터 글쓰기만으로 돈을 벌겠다는 결심을 하고 열심히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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