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부영 인천여성회 사무처장
인천평화복지연대 사회복지위원

[인천투데이] 우리나라 여성복지는 주된 보호 대상 여성을 중심으로 한 부녀복지 사업에서 출발해 오랫동안 그 틀을 유지해오다가 1980년대에 이르러서야 모든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여성복지 개념으로 확대됐다.

1980년대 후반부터는 복지 관련 여러 개혁적 입법을 주도하고 여성정책을 독립적으로 담당하는 정부기구가 형성되는 등의 발전을 보여 왔다. 즉, 주된 보호 대상 여성과 그로부터 파생하는 빈곤모자가족, 성매매 등의 문제에 국한하는 잔여적 복지 개념에서 여성의 교육 수준 향상과 의식 변화, 사회 참여 증가, 성차별 반대 운동 등의 영향으로 사회제도의 전반적 변화를 수반하는 보편적 복지로 전환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도 실제 그러할까. 인천시 예산을 보며 알아보자.

2019년도 인천시 여성정책과 예산 496억 원 중 ‘취약 여성 지원’에 해당하는 예산은 54억 원이고 ‘건강한 가족 육성’에 해당하는 예산은 374억 원이다. 다시 말해, 취약 여성이거나 가족의 일원으로서 여성에게 사용하는 예산이 여성정책과 전체예산의 86.2%를 차지한다.

물론 가족폭력 피해자나 성매매 피해자, 성폭력 피해자처럼 사회가 만들어놓은 성차별의 상징적 피해자군인 취약 여성들에게 이것은 반드시 필요한 예산이다.

그리고 이것 또한 국가나 사회가 알아서 책정하고 지원하는 게 아니다. 당사자들을 포함한 여성운동계의 활동과 투쟁 결과로 이만큼의 사회적 책임이 이뤄지고있다.

그러나 인천시 여성정책과 예산 중 75.4%가 ‘건강한 가족 육성’ 분야 사업에 쓰인다는 점은, 여성은 독립된 시민으로서 인정되기보다는 가족의 일원이어야 그 존재가 인정되는 것인가 하는 의문점을 갖게 한다.

결론적으로 취약 계층도 아니고 가족구성원도 아닌 경우의 여성 시민에게 쓰이는 예산은 양성평등 교육과 홍보, 여성정책 개발과 운영, 여성 안심 무인택배 운영 등의 사업으로 편성된 36억 원 정도다. 이는 시 여성정책과 전체 예산의 7% 가량이다.

여성복지란 여성이 국가와 사회로부터 인간으로서 존엄성과 인간답게 생활할 권리를 동등하게 보장받으며 가부장적 가치관과 온갖 성차별을 타파하고자 하는 제도 개선 전부를 포함해야한다.

하지만 지금의 여성복지 정책은 여전히 잔여적 복지 실현에 머무르는 게 자명해 보이며, 여성이 과연 피해자 위치에 있지 않아도, 자녀를 부양하지 않아도 존재 자체만으로 시민으로 인정받고 있는가 하는 회의를 떨쳐내기 어렵다.

독일 철학자 악셀 호네트는 “인정이란 인간이 자신의 삶을 성공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이자 개인들이 자신에 대한 긍정적 관계, 곧 긍정적 자기의식을 찾아낼 수 있는 심리적 조건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1년 중 1주일, 법으로 보장된 ‘인정’ 즉, ‘양성평등 주간’을 맞아 나 역시 그 덕분에 여성으로서 내 삶을 성공적으로 실현하고자 시민으로서, 국민으로서 존재를 ‘인정’받기 위한 투쟁에 함께하기 위해 지금 목소리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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