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형 한국이주인권센터 사무국장

[인천투데이] 지난주에 ‘와하 공동체’와 함께하는 예멘 여성 몇 명과 제주도를 찾았다. 인천인권영화제가 주최한 ‘영화제 및 제주 다크투어’ 프로그램으로 제주 4ㆍ3 관련 유적지들을 둘러보는 여행에 참가한 것이다.

영화제에는 제주도에 살고 있는 난민들도 참여했다. 영화에서, 피난을 가기 위해 뿔뿔이 흩어졌던 아프가니스탄 난민신청자 가족들이 몇년 만에 덴마크에서 재회했을 때 그 가족들의 기쁨과 눈물을 보면서 내 앞에 앉아 있는 난민은 눈물을 흘렸다. 그는 최근에서야 난민임을 인정받고 자신의 배우자와 자녀들과 한국에서 재회할 수 있었다고 했다.

한국에 살고 있는 많은 난민이 장기간 가족들을 만나지 못하고 있다. 난민임을 인정받는다 하더라도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와만 결합할 수 있다. 부모는 단기 비자로도 초대하지 못한다. 관광 비자로 오는 일도 쉽지 않다. 난민 인정자의 자산과 직업 또는 부모의 직업 등이 확인돼야 겨우 관광 비자를 얻을 수 있다. 한국대사관에서는 ‘가족 중 한 사람이 난민으로 한국에 있다고 하면 비자를 받을 가능성이 없다’고 나에게 충고해주기도 했다.

몇 년 전 인천국제공항에서 난민을 신청한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갓난아이를 데리고 온 한 여성을 송환 대기실에 억류했다. 이유는 난민을 신청한 아버지를 만나기 위한 목적으론 입국이 불가능하다는 거였다. 밀폐된 공간에서 계속 울고 아파한 아이를 생각해 그 여성은 결국 이틀을 버티다가 본국으로 돌아갔다. 문 하나만 통과하면 가족을 만날 수 있는데, 결국 돌아가야 하는 가족들을 보는 마음이 너무 무거웠다.

비단 난민뿐만이 아니다. 한국 사회는 이주민의 신분과 이주 목적에 따라 가족 결합 가부를 가른다. 이를테면 결혼 이주여성 같은 경우 자녀가 저학년이면 자녀 양육에 도움을 이유로 부모를 초대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형제자매는 포함되지 않는다. 자녀가 고학년이 되면 부모의 비자 연장은 거부된다. 부모를 한국에서 모시면서 부양하고자 하는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이다.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의 경우, 가족들이 아버지가 한국에서 일하는 동안 아버지를 만날 겸 한국에서 관광하겠다는 것도 거부된다. 이주노동자는 한국에서 노동력만 제공해야한다는 셈이다.

영화가 끝난 후 대화 시간에 한 난민은 ‘우리가 지금은 이곳에서 만났지만 언젠가는 우리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만나자’고 했다. 이 얘기를 들은 다른 난민들은 공감하며 박수를 쳤다.

이어서 제주 4ㆍ3 유적지를 답사하면서 한 난민은 예멘의 ‘아덴’이라는 곳에 대해 말해줬다. 아랍 지역을 연결하는 요충지이기에 식민지 시대에는 영국 해군기지였고 예멘 남과 북의 갈등에 언제나 타깃이 되는 지역이며, ‘아랍의 봄’ 중심에 있었던 그곳이 생각난다고 했다. 제주 4ㆍ3은 자신들에게는 현재 일이기에 마음이 너무 무겁고 아프다고 했다.

6월 20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난민의 날’이었다. 전쟁과 폭력, 그로인한 무고한 사람들의 희생과 죽음, 뿔뿔이 흩어져 서로 그리워하는 가족들. 그 어느 하나 우리가 함께 이해하거나 공감하지 못할 것은 없다. 이들을 외면하는 것은 우리 역사와 기억을 외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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