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대북제재 해제에서 체제보장으로 선회”

[인천투데이 김갑봉 기자]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미 3자 정상회담과 제3차 북미 정상회담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제4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청신호가 켜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에서 53분 동안 단독 회동을 함으로써 사실상 3차 북미정상회담을 진행했다.

북미 정상은 오후 3시 54분에 자유의집으로 입장해 3시 59분부터 모두발언을 하며 회동을 시작해 4시 52분에 종료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3차 정상회담에 앞서 이날 1분간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북한 땅을 밟은 미국의 첫 현직 대통령이자, 공화당 출신 첫 방북 대통령이 됐다.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판문점에서 제3차 정상회담을 진행했다(JTBC 화면 갈무리).

7월 중순부터 2~3주 간 북미 실무회담 진행

정상회담 후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4차 정상회담에 해당하는 백악관 초청 의사를 밝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국을 방문하면 북한에서 처음으로 미국 땅을 밟는 지도자가 된다.

판문점 회담 후 트럼프 대통령이 2~3주 정도의 실무회담을 거칠 것이라고 발표한 만큼, 실무회담의 성과가 있으면 김 위원장의 방문 시기는 8~9월로 점쳐진다. 2~3주 간의 실무회담은 지난 2월 ‘노딜’로 끝난 하노이 제2차 북미회담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노딜로 끝난 하노이 정상회담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미국은 '선(先) 실무협상' 입장을 견지했는데, 북한이 이를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판문점 회담으로 북미 정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회담의 물꼬를 트고, 실무협상에서 정상회담으로 나아가는 데 동의한 것으로 읽힌다.

실무회담은 미국 국무부와 북한 외무성이 담당할 전망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판문점 북미회담 이후 오산공군비행장에서 실무협상의 북측 카운터파트는 외무성이 될 것이며, 7월 중순께 실무협상이 본격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노이 노딜 회담 이후 북한의 실무회담 책임 부서가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중심의 통일전선부에서 외무성으로 교체됐음을 미국 국무부가 공식 확인했다. 미국에서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비건 특별대표, 북한에선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제1부 상이 협상대표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세계가 주목한 ‘판문점 53분’ 무슨 얘기 오갔나

세계가 주목한 북미 판문점 회담의 백미는 53분 간 진행하는 정상 간 단독회담이다. 이날 단독회담은 하노이 회담보다 길었고, 북미가 만족했던 싱가포르 1차 회담보다 길었다. 세계의 관심도 이 53분에 쏠려 있다.

회담 후 트럼프 대통령이 실무회담이 있을 것이라고 발표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회담 전과 달리 무척 밝은 표정으로 나온 것을 볼 때, 두 정상 간 큰 틀에서 포괄적인 합의가 있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1일 아침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4차 회담에 청신호가 켜졌다며, 비핵화로 가는 북미회담 방식이 달라졌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대북제재 해제와 단계적 비핵화를 주창했고, 미국은 핵폐기 없이 제재해제는 어렵다는 입장을 견지했는데, 이 같은 입장에 변화가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은 제재해제 대신 체제보장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제재해제는 유엔 안보리 이사회를 다시 열어야 하는 등 복잡한데 체제보장은 미국이 혼자 해줄 수 있는 것”이라며 “군사적 체제보장은 평화협정체결이고, 정치적 체제보장은 북미 간 연락사무소 개설과 수교이다. 제재해제는 미국이 어렵다고 했으니 체제보장을 북한이 요구했고, 이에 미국이 화답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미국은 이에 대한 상응 조치로 영변 핵시설 폐기 플러스 알파를 요구했을 것이다. 플러스 알파는 미국이 의혹을 제기한 농축우라늄시설 폐기다. 북한도 이를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비핵화를 위한 북미 회담의 셈법이 달라졌다. 이번 회담으로 4차 회담의 전망이 밝아졌다”고 부연했다.

정 전 장관은 또 김정은 위원장의 미국 방문 가능성에 대해 “실무회담이 성과를 내면 충분히 갈 수 있다고 본다”며 “외교적으로 손님을 오라고 해놓고서 그냥 보내는 일은 없다. 미국이 김 위원장을 오라고 했으면 그에 상응하는 뭔가를 제시하지 않겠냐”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에서 김 위원장과 회담을 마친 후 기자들을 만나 “제가 김 위원장을 만나 '김 위원장이 희망한다면 언제든 백악관을 방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단계에 따라 어떻게 진행될지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기의 회담'으로 불렸던 지난해 싱가포르 1차 정상회담 때도 김 위원장을 백악관으로 초청하겠다고 했고, 당시 김 위원장이 이를 수락했다고 했다. 7월부터 재개 될 북미 간 실무회담 진전에 따라 김정은 위원장의 미국 방문과 4차 정상회담이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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