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투데이]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가 한 달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 환경부 수돗물 안심지원단은 수돗물 정상화 작업 상황과 4차 수질검사 결과를 27일 발표하면서 ‘수질이 전반적으로 안정화되는 추세’라고 했지만, 이날 서구 주민들은 ‘필터 색이 진해지거나 심한 냄새가 난다’는 민원 글을 올렸다.

붉은 수돗물은 5월 30일부터 나타났다. 사태가 점점 더 심각해지자, 환경부는 그 원인을 조사해 18일 발표하면서 ‘인천시 대응 모든 과정이 부실했다’고 지적했다. 박남춘 시장은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고 초등 대응이 미흡했다고 고개 숙여 사과한 뒤 후속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사태는 진정되지 않았다. 생활 불편을 넘어 피부병과 위장염 환자가 다수 발생했으며, 학교 급식도 차질을 빚었다. 대체 급식으로 나온 음식을 먹고 집단식중독 증상을 보인 학교가 세 곳이나 됐다. 피해지역 음식점들은 매출이 뚝 떨어졌다.

참다못한 서구 피해 주민을 대표해 ‘검단ㆍ검암 맘 카페’ 지기가 20일, 전 상수도사업본부장을 수도법 위반ㆍ직무유기ㆍ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검찰에 고소ㆍ고발했다. 이어서 21일엔 한 시민이 박 시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했다. 여기다 청라와 영종지역 주민단체는 박 시장 주민소환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취임 1주년을 맞는 박 시장 임기 1년 중 최대 위기다.

이런 와중에 시 대변인실이 박 시장 취임 1주년 홍보비로 4억 원을 추가경정예산에 편성해 시의회에 제출한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6월 4일 열린 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에서 시 대변인은 ‘취임 1주년 성과를 신문 지면에 광고 형식으로 대대적으로 내보내는 등 1년간 성과를 시민들과 공유하기 위한 예산 증액’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일부 의원이 ‘치적 홍보는 시민 공감을 얻을 수 없다’거나 ‘취임 1주년 시책 홍보를 추경에 편성한 것은 계획성이 너무 없다’고 지적했지만, 이 예산안은 가결했다. 이어서 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본회의도 통과했다.

28일 본회의 처리에 앞서, 이 사실을 접한 시민들은 ‘붉은 수돗물 사태로 시민들이 고통 받는 상황에서 도대체 뭘 홍보한다는 건가’라고 비판했다.

시 대변인실은 취임 1주년 홍보 예산안을 시의회에 제출할 때만 해도 붉은 수돗물 사태가 이 지경이 될 줄 몰랐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이후 사태는 심각해졌다. 앞으로 수돗물이 정상화돼도 피해보상 등 할 일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취임 1주년 성과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데 4억 원이나 쓰겠다는 게 말이 되나. 시의회도 한심하다. 시정부 감시와 견제 기능을 찾아보기 어렵다. 시의회가 시정부 거수기로 전락한다는 비판을 들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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