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첫 논란 때 구조적 인식 못해”...“청년에 미안”

[인천투데이 김현철 기자] “최저임금 1만 원 공약 철회는 촛불 대통령임을 스스로 부정하는 일이다.”

지난 26일 저녁 인천최저임금대책위원회가 ‘청년들이 바라본 최저임금’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날 간담회에는 인천청년유니온, 인천청년협회(준), 인천청년광장, 정의당, 노동자연대 인천지회,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 등이 함께 참여했다.

'청년들이 바라본 최저임금' 간담회에 참석한 참석자

행사 진행을 맡은 김민규 인천청년유니온 사무국장은 “청년들이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민하는 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시스템 문제다”라며 “청년들은 살아남기 위해 누구보다 노력했지만, ‘남동공단에 일자리 많은데 갈 곳 없다’는 기성세대 시선을 견디며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험한 최저임금, 생각하는 최저임금 등 청년이 바라본 최저임금에 대해 의견을 나누자”며 간담회를 시작했다.

청년창업으로 사회적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최환 빈집은행 대표는 “창업을 시작할 때부터 최저임금보다 많이 주고 있어, 회사를 운영하는데 최저임금에 타격을 받는 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한 후 “청년으로 살며 장기적으로 삶을 계획할 수 있는 로드맵 없이 최저임금만 인상했다는 사실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선민지 인천청년유니온 위원장

선민지 인천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최저임금이라는 단어는 내 노동의 가치가 딱 최저임금처럼 오해하게 한다”며 “자기 스스로 노동의 가치를 낮추게 되며, 자존감의 영향을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유니온에 아르바이트하는 노동자들이 많은 상담을 해오는데 최저임금의 80%밖에 못 받는 사람이 오히려 점주의 경제적 상황을 걱정해주기도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정은 인천청년광장 대표는 최저임금이 ‘을’들간의 갈등을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같은 업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두 명 중 한 명은 설거지를 하고 나머지는 계산업무를 맡는데, 모두 최저임금을 받고 있다”라며 “설거지를 맡은 한 명이 계산업무 맡은 한 명을 시기하고 질투하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설거지를 맡은 사람은 본인의 노동이 계산업무를 맡은 사람의 노동보다 어렵고 힘든 일인데, 같은 임금을 받는 것이 억울했던 것이다”라며 “이는 ‘을’들의 갈등이다. 언론에서는 최저임금 문제를 노동자와 소상공인 갈등으로 표현하기도 하는데 이 것도 ‘을’들의 갈등을 유발하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오선희 노동자연대 인천지회 회원은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이 돼버려 최저임금 이상으로는 안줘도 되는 사회가 됐다”라며 “앞으로는 구호를 ‘최저임금 올리자’가 아니라 ‘최저임금을 훨씬 더 많이 올리자’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년들의 선배 입장에서 바라본 최저임금에 대한 얘기도 나왔다.

김태임 인천여성노동자회 소장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최저임금은 고령 여성 노동자에게만 해당하는 문제였다”라며 “이후 최저임금으로 사회적 갈등이 빚어지기 시작할 때 사회구조적 문제로 보지 못한 선배들 책임이 있다. 지금 청년들에게 미안하다”고 미안해했다.

박선유 민주노총인천본부 조직국장은 “이전에는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이 당연했고, 그렇게 당연했던 것이 지금와서 문제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라며 “민주노총과 최저임금대책위원회는 앞으로 이런자리를 통해 접촉면을 넓혀 청년들을 많이 만나겠다”고 말했다.

이 날 자리에서 대체적으로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을 철회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이들은 촛불을 들었던 국민들은 ‘박근혜 퇴진’만 원했던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적 시스템을 바꿔달라는 것이었고, 그 중 최저임금 1만 원이 큰 부분을 차지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법정 기한인 27일 전원회의를 개최했지만, 사용자위원(9명)들의 전원 불참으로 파행을 겪었다. 이로써 내년도 최저임금 책정은 법정 기한을 넘기게 됐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