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천교통공사 유실물센터 박미숙 주임
사랑의 반대말은 증오가 아니라 무관심
소중한 물건 찾아주고 함께 울었던 적도
물건을 버려도 양심은 버리지 말길

[인천투데이 류병희 기자] 바쁜 일상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무엇일까. ‘나’를 잃어버렸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잃어버렸다고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또 소중한 물건과 이별하는 경우도 있다. 다리가 달리지 않은 ‘물건’의 입장에서는 억울하고 안타까운 일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인천1호선을 이용한 사람들은 연간 약 1억625만 명이다. 월 평균 8854만 명이고, 하루에도 30만 명이 발길을 이었다. 인천2호선은 1호선의 절반 수준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만큼 유실물도 발생하기 십상이다. 지난해 인천지하철에서 발생한 유실물 처리 건수는 총1만595건이다. 발견되지 않은 것까지 하면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에서 물건을 찾아가는 경우는 7487건이고, 나머지 3039건은 경찰로 인계됐다. 다행히 70% 정도는 주인에게 되돌아간다.

인천지하철에서는 유실물센터가 이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각 역에서 발생한 유실물 중 절반은 센터로 모인다. 인천교통공사 유실물센터 박미숙(52, 여) 주임은 교통공사 근무 10년 중 6년간 유실물 찾아주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센터에 사람들이 버리고 관심에서 벗어난 물건 가득

“유실물센터로 물건이 오면 1주일 정도 보관하다가 찾아가지 않는 물건은 경찰로 인계한다. 경찰로 가게 되면 6개월 보관을 하고 찾아가지 않는 것들은 파기하거나 공매 처분을 한다. 또 현금은 국고에 환수된다.”

어떤 존재에 대한 소중함과 고마움은 눈에 띄지 않았을 때가 아니라 찾으려고 노력해도 찾을 수가 없을 때 가장 크지 않을까. 무관심하면 그러한 마음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사랑의 반대말은 증오나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이라고 했던가. 유실물센터에는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난 물건들이 가득하다.

“가장 많이 분실되는 것은 지갑이 1순위다. 그런데 지갑은 거의 모두 되찾아준다. 카드사에 연락하거나 신분증 등이 함께 있기 때문에 경찰과 협조하고 있다. 그 다음 가방과 안경, 의류 등이고 계절에 따라서는 겨울에는 목도리·모자·장갑, 여름에는 우산이 가장 많다.”

센터 창고에는 주인을 잃어버린 또는 버리고 간 물건들이 애처롭게 선반에 놓여있다. 차라리 감정이 있었다면 울거나 원망을 했을 텐데 말없이 주인을 기다리는 물건들이 쌓여있다. 그런데 센터에는 무생물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끔 개와 고양이 등 동물들도 온다고 한다.

“어느 날 센터에 개가 한 마리 들어왔다. 역사에서 발견됐는데, 1주일 정도 센터에서 밥도 주고 산책도 시키고 키운 적이 있다. 이름도 칠복이라고 지어주기도 했다. 결국 주인을 찾아줬는데, 사연을 들어보니 지하철에서 잃어버린 것은 아니고 집 문을 열어놨다가 칠복이가 집을 나갔다더라. 떠돌다가 지하철 무임승차도 하고 센터까지 오게 된 것이다.”

칠복이 주인은 동네방네 수소문을 하고 다녔다고 한다. 지하철에 있을 줄 어떻게 알까. 칠복이는 주인이 와서 이름을 불렀더니 정말 행복한 표정으로 달려갔다고 했다.

지하철에는 잃어버린 물건만 있는 것은 아니고 버리고 간 물건도 있다. 또 잃어버렸다고 굳이 찾아가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물건을 찾아가는 사람들은 주로 연령대가 높은 분들이다. 비교적 젊은층은 찾아가려고 하지 않는다. 세태하고 관련이 있는 것 같다. 나이 되신 분들은 물질적으로 풍요롭지 않았을 때 절약하고 아끼는 습관이 있기 때문에 시장에서 산 상추 한 장이라도 잃어버리면 찾아온다.”

소중한 물건은 상대적이고 사연있는 것들 많아

지난해 박 주임은 경찰청으로부터 감사장을 받았다. 잃어버린 물건 찾아주는데 민원인의 마음으로 노력하고 성심성의껏 상담하는 등 공로가 인정되었다고 했다. 또 2년 전에도 인천교통공사에서 주는 CS(고객서비스)상도 받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출국하는 중국동포에게 가방을 찾아준 일이다. 그 분은 한국으로 왔다가 귀국하는 길에 여권 등이 들어있던 가방을 잃어버렸다. 출국시간도 얼마 남지 않아 매우 불안해했다. 결국 역별로 수소문해서 찾아줬다. 얼마나 좋아하던지 북경 오면 꼭 연락하라고 하고 본사에도 수차례 전화해서 고맙다고 했단다. 그 분은 지금도 연락하는 사이다.”

물건에 대한 감정은 상대적이다. 고가의 물건이 소중한 것도 아니고 저가라고 하찮게 여기는 것도 아니다. 사연이 있거나 누군가 선물을 해줬거나 물려받은 것 등 사람마다 소중히 여기는 것은 다르다.

“어느 날은 할머니가 화장품을 잃어버렸다고 거의 정신을 놓은 경우도 봤다. 그 분은 거동을 못하는 남편을 집에서 수발하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외출해서 기분전환도 할 겸 화장품을 샀다고 했다. 그런데 이걸 잃어버리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그리고 물건을 찾아줬는데, 얼마나 울던지 나도 함께 울었다. 내 부모 같더라.”

박 주임은 그 날을 회상하며 울먹였다. 사람들은 물건을 통해 감정 이입을 하고 마치 내 몸과 같이 여기는 경우도 있다. 또 물건을 통해서도 다른 사람들과 관계도 형성하고 인연이 깊어지는 경우도 있다.

“센터로 잃어버린 물건 찾으러 오신 분들 보면 마음이 뭉클하다. 특히 애타게 찾던 분이 물건을 찾았을 때 마음을 가라앉히고 진정하는 모습을 보면 마치 친구나 가족 같은 느낌이 든다. 함께 공감해 주면 굉장히 고마워하고 그럴 때 보람을 많이 느낀다.”

“물건 찾으러 오시는 분들과 많이 친해진다. 인천시청역 지나가다가 가끔 들리는 분들도 있고, 차 한 잔 하면서 살아가는 이야기도 한다. 그럴 때면 살맛이 난다. 오히려 내가 고맙다.”

지하철에서 물건 훔치고, 버리지 말기를...

역사나 객차에서 물건이 사라지면 오가는 사람들에게 휩쓸려 이동하는 경우도 있고, 누군가 일부러 가져가는 사람들도 있다. 절도에 해당하는 경우인데, 폐쇄회로(CCTV) 영상을 돌려보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어느 날은 객차에서 거북이를 잃어버린 경우도 있었다. 육지 거북이라고 하는데 고가의 애완용 동물이라고 했다. 가방에 넣어놨다가 입구가 흘러내려서 거북이가 탈출을 했던 모양이다. 바닥에 기어다니면 흔히 있는 일은 아니니까 발견하면 그 자리에서 찾아줄 법도 한데, 나중에 폐쇄회로 영상 보니까 어느 모자 쓴 사람이 가져간 것으로 밝혀졌다. 그 사람은 끝내 잡지 못했다. 주인은 얼마나 마음이 아프겠나.”

“고가의 물품 중에는 금팔찌 등 귀금속도 있고 수천만 원이 들어있던 가방도 있었다. 사실 이런 일도 많지만, 센터로 온 것은 다행히 찾아줬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누군가 가져간 것이다.”

“버리고 간 물건에는 가방이 제일 많은 것 같다. 찾아가지 않고 신고도 없다. 또 저가의 물건일 경우 센터까지 와서 찾아가려고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택배로 보내주기도 하는데, 그런 것은 사실상 버린 것과 같은 것이다.”

살아가면서 좋은 일만 있을까. 보람을 느끼며 일을 하는 가운데에도 이른바 ‘진상’ 고객들이 가끔 있어서 힘들 때도 있다고 했다.

“하루에도 상담건수는 50건 정도 된다. 물건을 어느 역에서 잃어버렸는데 ‘왜 센터에 없냐’는 핀잔부터, ‘찾아내라’ 등 하루 종일 전화로 불만을 터뜨리는 사람도 있다. 찾아주고 싶어도 찾을 수 없을 때에는 참 난감하다.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역 내에서 발생한 경우라서 도의적인 책임감을 느낀다.”

손때 묻고 애정을 쏟았던 물건도 어느 순간 버려지고 쓰레기로 돌변하게 된다. 바쁜 일상에서 우리가 잃어버리는 것은 ‘나’와 사람들과의 ‘관계’ 뿐만 아니라 ‘물건’에 대한 소중함도 있다.

“지하철 이용하면서 각자 소중한 물건 잘 간수하길 바란다. 일단 물건을 잃어버렸으면 유실물센터에 신고를 하고, 센터에서도 최대한 협조를 하겠다. 또 되도록 지하철에 물건을 덜 버려주면 좋겠다. 양심은 버릴 수 없는 것 아닌가.”

박미숙 주임은 지난해 경찰청으로부터 감사장을 받았다.(사진제공 박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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