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강인 축구스승 최진태 한국축구클리닉센터 감독
“이강인, 인천 떠나 스페인 갈 수 밖에 없었던 사연있다”
“인천에 자부심 가질 수 있는 제2의 이강인 육성해야 한다”

[인천투데이 김현철 기자] "이강인은 인천의 자산이자 보물입니다." 국제축구연맹(FIFA)가 주관한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거두고 ‘골든볼’을 수상한 이강인 선수의 축구스승은 제자를 이렇게 평가했다.

최진태 한국축구클리닉센터 감독

이강인 선수가 초등학교 시절 인천유나이티드 유소년 클럽 취미반(아카데미)에서 축구하던 시절 스승인 최진태 한국축구클리닉센터 감독을 <인천투데이>가 만났다. 최 감독은 이강인 선수가 초등학교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스페인으로 떠나기 전 까지 함께한 스승으로 축구에 있어서는 사실상 유일한 스승이다.

최 감독은 이강인 선수가 스페인에서 사춘기를 거치며 혹시나 영향이 갈까 싶어 언론과 만남을 자제했다. 이강인 선수가 U-20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거두며 ‘골든볼’까지 거머쥔 지금에서야 말할 수 있다는 최 감독은 이강인 선수와 추억, 유소년 감독으로 살아온 소회 등을 얘기하며, 특히 인천유나이티드 유소년 시스템의 문제 등에서는 아쉬워했다.

“이강인 보자마자 부담...이미 내가 가르칠만한 수준을 넘어섰다”

최 감독은 인천유나이티드 유소년 클럽 창단 멤버이자 감독이었다. 이강인 선수와 약 3년 간 함께하면 느낀 감정을 최 감독은 영광스러운 시간이었다고 추억했다.

이강인 선수는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날아라 슛돌이’에서 주축선수로 맹활약하며 이미 유명인사였다. 그런 이강인 선수를 노리는 유소년 축구클럽이 많았지만 이강인 선수와 부모님의 선택은 최 감독이었다.

최진태 감독이 이강인 선수를 지도하고 있다(사진제공 최진태 감독)

최 감독은 이강인 선수 첫 인상에 대해 “처음에 축구하러 왔다고 했을 때 걱정과 부담이 한 가득이었다. 다른 선수들과 이미 몇 수 이상 실력 차가 존재했다”며 “내가 가르칠만한 선수가 아니었고, 강인이 선수 생활을 망칠까봐 걱정도 됐다”고 고백했다.

이강인 선수 부모님이 최 감독의 흔들리는 마음을 잡았다. 최 감독은 “이강인 선수의 어머님이 ‘강인이 맡기려고 찾아 온 거다. 다른데 다 비교해도 선생님만큼 유소년 전문가 못 봤다. 전적으로 맡아 달라’고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강인이 정도 실력의 선수를 지도하며 유소년 지도자 생활을 하는 내 철학도 많이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동영상 시청 한 번으로 어려운 기술 금방 따라해”

최 감독은 이강인 선수의 천부적 재능을 인정하면서도, 어린 시절 했던 공놀이가 지금의 이강인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강인의 재능은 당시 함께 지도했던 브라질 출신의 주닝요 코치도 매료되게 만들었다.

이강인 선수와 출전했던 대회 경기를 회상하며 최 감독은 “이강인은 천부적 DNA가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다만 4~5살부터 아버지가 운영하는 태권도 체육관에서 맨발로 공을 만지고 놀았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강인 선수 어린시절 모습(사진제공 최진태 감독)

이어 “어느 날 경기 중에 강인이가 라보나 킥을 구사하는데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라며 “나중에 물어보니 강인이가 ‘유튜브 동영상 보고 따라했다’고 해서 웃었다”고 회상했다.

라보나 킥은 축구의 개인기술 중 하나로, 다리를 꼬아 슛이나 크로스를 하는 기술이다. 주로 사용하는 발을 쓰기 힘든 상황에서 약한 발을 지면에 박아 두고 주로 사용하는 발을 꼬아서 차는데 성인 선수도 실전 경기에서는 사용하기 힘든 기술이다.

최 감독은 “당시 함께했던 주닝요 코치도 ‘이강인 선수는 같은 나이 때에 세계적으로도 손 꼽히는 재능이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라며 “외국인 코치들은 자국 노하우와 기술을 전수해주려 하지 않는 특징이 있는데, 당시 강인이 재능에 매료된 주닝요 코치는 강인이에게 하나라도 더 알려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아이들에게 축구는 무조건 재미있어야 한다”...“성적은 둘째 문제”

최 감독의 유소년 축구 철학은 ‘누구나 재미있어야 한다’이다. 이강인 선수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최 감독은 당시 팀의 주축선수였던 이강인에게 수비수 역할도 시켰고, 심지어 ‘슛을 차지마라’는 지시도 했다. 최 감독에게 유소년 축구에서 성적은 둘째 문제다.

최 감독은 “우리나라는 아이가 축구를 한다고 했을 때, 부모들이 ‘오늘은 게임 뛰었니, 몇 골 넣었니’ 등의 질문을 한다”라며 “유럽의 경우에는 ‘오늘은 축구가 즐거웠니, 오늘은 뭐 배웠니’ 등을 물어본다”고 지적했다. 아이들이 당장 출전 시간과 골을 넣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강인 선수 어린시절 모습(사진제공 최진태 감독)

이강인 선수와 출전했던 대회를 회상하며 “강인이는 타팀에서 2명 이상이 전담마크를 해도 쉽게 제치고, 마음만 먹으면 골을 넣을 수 있는 기술이 있었다”라면서도 “골 넣는 재미만 아는 아이들은 실력이 거기서 정체되거나 금방 흥미를 잃는다”고 말했다.

이어 “강인이에게 ‘강인아 너 혼자 해도 되는데, 친구들도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함께 나누는 축구를 하면 11명이 한 팀이 돼서 더 즐거운 축구할 수 있다. 강인이 혼자 몇 골 넣을 수 있다는 것을 아는데 친구들도 골 넣는 기분을 공유하면 좋지 않겠니’라고 설득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또 “같은 목적으로 팀의 주축이었던 강인이에게 수비수 역할을 부여했고, 심지어 ‘프리킥 외에 슛 금지’같은 지시도 했다”라며 “당시 성적을 중시했다면 이런 지시는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강인, 인천 떠나 스페인 갈 수 밖에 없었던 사연있다”

당시 이강인 선수는 인천유나이티드 유소년 클럽에서 이미 같은 나이 선수들과 경쟁이 되지 않는 실력이었고, 최 감독은 이강인 선수 발전을 위해 월반을 요청했다. 최 감독은 이 과정에서 이강인 선수가 인천을 떠나 스페인 축구 유학길에 오를 수밖에 없었던 사연이 있다고 밝혔다.

최 감독은 “당시 강인이 실력은 1~2살 위의 형들과 붙어도 전혀 밀리지 않아서 월반을 추천했는데 우리나라 체육계 시스템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스페인에서도 충분히 통할 실력이었지만, 그렇게 급하게 떠났어야 했던 이유도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강인 선수가 인천유나이티드 유소년 클럽 주장으로 대회에 참가했다(사진제공 최진태 감독)

당시 최 감독은 인천유나이티드 유소년 클럽 취미반을 담당하고 있었다. 취미반은 초등학교 3학년까지 운영하며, 4학년에 진학하면 자연스레 육성반으로 옮긴다. 최 감독은 우리나라는 육성반부터 성적의 압박에 시달린다고 전했다. 헌데 월반해서도 이강인 선수 활약이 두드러지자 팀 내부에서 마찰이 있었고, 이는 최 감독에게 아직도 큰 상처로 남아있다.

최 감독은 “강인이의 월반을 두고 다른 학부모와 구단 내부에서 갈등이 있었다. 이는 강인이 부모님에게도 큰 상처였을 것이다. 이때 유학을 생각했던 것 같다”라며 “당시 논란이 없었어도 강인이는 유학길에 올랐어야 했고, 오를 수 있었다. 다만 마음 편하게 보내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하다”고 후회했다.

이어 “강인이가 인천 출신이고 인천의 자산?보물임에는 틀림없다”면서도 “최근 성적만 두고 인천의 아들, 인천이 키운 축구선수 등의 미사여구를 사용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또 “지금이라도 강인의 경우를 타산지석 삼아 앞으로 제2의 이강인이 나오는데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라며 “이강인이라는 좋은 자산은 자신의 공적을 내세우거나 자랑하는데 사용할 것이 아니라 이강인이라는 선수를 보고 자라는 인천의 많은 어린 학생들을 위해 활용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지역사회가 힘 합치면 제2의 이강인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다”

최 감독은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아메리카 원주민의 격언을 인용하며, 유능한 축구선수를 한 명 육성하기 위해서도 온 지역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런 지역의 노력이 있으면 제2의 이강인은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최 감독은 먼저 축구를 대하는 시선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감독은 “세계 유수한 축구클럽의 공통점은 부유한 재정을 갖췄음에도 수준급의 유소년 시설을 갖췄다는 것이다”라며 “특히 이들은 지역과 밀착해 유소년을 발굴하고 그 과정에서 지역과 소통한다”고 설명했다.

잉글랜드 리버풀의 스티븐 제라드, 이탈리아 로마의 프란체스코 토티 등 ‘로컬보이(출신지 토박이 선수)’는 그 지역의 상징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최 감독은 “이번 U-20 월드컵에 출전한 오세훈, 김정민 등 선수도 모두 인천 출신인데 지키지 못하고 타 지역에 빼앗긴 케이스다”라며 “먼 지역으로 자식을 보내야하는 부모들을 만나면 ‘다음 세대 아이들은 부모와 헤어지지 않고 인천에서 축구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한다”고 지적했다.

2009년 홍명보 장학재단이 주최한 대회에 참가한 모습(사진제공 최진태 감독)

이어 “상황이 이런데 인천의 백령도, 연평도 아이들은 축구를 배울 기회조차 얻지 못하니 더 열악한 조건이다”라며 “이런 상황에서도 인천 출신 축구선수들이 인천에 자부심 갖기를 바라는 마음들은 너무 염치없다”고 꼬집었다.

최 감독은 “재능 좀 있다는 아이들을 찾아가서 스카우트하는 방식은 이제 버려야 한다”라며 “어릴 때부터 축구는 즐기는 것이라는 풍토를 정착시켜야 한다. 인천유나이티드 유소년 클럽이 축구를 즐길 수 있는 장을 열어 인력 풀을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즐기는 아이들(넓은 인력 풀) 가운데 분명히 재능있는 아이들이 있다. 그리고 그 아이는 지역이 함께 응원해줘야 한다. 그 아이는 인천에 자부심이 생길 것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 감독은 지금도 자신의 남는 시간을 활용해 인천의 소외계층 유소년 중 자질이 보이는 아이들을 개별적으로 지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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