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선미 인천여성회 회장

[인천투데이] 인천지역 ‘스쿨미투’운동을 담아낸 책 ‘스쿨미투운동 이야기, 우리 목소리는 파도가 되어’ 북콘서트가 6월 15일 열렸다. ‘학생과 학부모, 페미니스트, 여성단체가 함께한 스쿨미투 이야기’라는 부제목처럼 11명이 함께 쓴 책이다.

학교에서 없어졌으면 하는 것들을 적은 천을 저자들이 찢어내며 입장했다. 관객들은 “멋지다” “자꾸 울컥해” 하며 눈물을 훔쳐냈다. 스쿨미투가 얼마나 힘들고 두려운 과정을 이겨낸 용기인지를 알기에, 모인 사람들은 감동으로 하나가 됐다. 관객들은 스쿨미투운동 이후 “내가 변했고, 내 주변이 변했다” “연대의 힘과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했다.

책에서 ‘교내 성폭력 가해 발언 모음’ 편을 보면, ‘교복이 몸을 가리기 때문에 음란한 상상을 떠올려서 사실 교복이 가장 야한 옷이다’ ‘내가 너 열 달 동안 생리 안 하게 해줄까?’ ‘여자는 애 낳는 기계다’ ‘살 좀 빼라 못생겨가지고’ ‘짧은 치마는 범죄 표적이 될 수 있으니 입지 마라’ ‘우리 학교 여자애들은 얼굴도 안 예쁜데 공부도 못하고 어떻게 하냐’ ‘화장도 안하고 예쁘게 꾸미지 않으니 남학생들이 무시하는 거다’ ‘○○처럼 생기면 잘 안 팔려, △△처럼 예뻐야 잘 팔리지’ ‘사복 입고 가방 안 메고 다니는 애들이 몸 팔고 다니는 애들이다’ 등, 감당하기엔 너무 큰 상처가 되는 말들이 쏟아져 있다. 이런 말들을 듣고 교사에게 ‘그건 성폭력이에요’라고 말할 용기를 낼 학생이 얼마나 있을까.

많은 사람이 친하다는 이유로, 사소하다는 이유로 성차별 발언을 듣고도 ‘불편하다. 하지마’라고 못한다. ‘뭘 그런 걸 갖고 기분 나빠 하니. 앞으로 너랑은 말도 못하겠다’ 등, 뭔가 말하기는 애매한데 마음은 불편한 상황에서 대부분 침묵한다. 교사와 학생, 상사와 부하직원, 선배와 후배 등 권력으로 위계화된 구조 속에서는 더욱 침묵한다. 말하는 순간 더 큰 피해가 이어질 것이 그려지기 때문이다.

미투 이후 우리가 바꿀 세상, 그리고 변화한 세상을 꿈꾸며 외친 수많은 목소리가 들린다. 법조계, 문화계, 체육계, 교육계 등 무슨 계마다 들끓던 미투와 그에 따르는 2차 피해. 그리고 누군가는 ‘유행 같은 것이니 이제 조만간 사그라질 거야’라고도 했다. 그때 스쿨미투가 일어났다. 학교 내 성폭력과 성차별을 말하는, 안전하고 성평등한 학교를 바라는 학생들의 목소리였다.

인천에서는 작년 5월부터 학교 10여 곳에서 스쿨미투가 일어났다. 몇 몇 학교의 동시다발적 스쿨미투 후 인천지역 여성단체 6개의 연대모임인 인천여성연대는 비상회의를 하고 교육감을 면담했다. 스쿨미투 지지 성명 발표와 온라인 서명운동, 스쿨미투 긴급 집담회 ‘스쿨미투로 학교 성평등 문화 만들기’를 진행했으며, 이러한 활동은 인천시교육청 스쿨미투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는 원동력이 됐다.

초기에는 어려웠지만 학생, 학부모, 여성단체, 교육청이 의견을 나누고 대안을 함께 마련했다. 미투가 세상을 바꾼다는 말처럼, 스쿨미투는 교육청에 ‘성인식 개선’팀을 만드는 물결이 됐고, 스쿨미투를 지지하고 함께하는 사람들의 힘을 모아 큰 파도가 됐다.

용기를 낸 학생들이 붙이기 시작한 포스트잇이 학교 게시판 전체를 뒤덮었고, 온라인에서 공유하고 조직하고 오프라인에서 실천하면서 스쿨미투는 높은 학교 담장을 넘어 세상 밖으로 나왔다. 스쿨미투는 이제 학생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안전하고 성평등한 학교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더 큰 목소리로 함께 연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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