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투데이 심혜진 시민기자] 며칠 전 동물권행동 ‘카라’라는 시민단체에서 마련한 강의를 들었다. 이 단체 대표인 임순례 영화감독과 티베트 불교를 대중에게 설파하는 용수 스님이 함께 책 ‘나의 반려동물도 나처럼 행복할까’를 가지고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책은 티베트 불교의 관점에서 반려동물의 내면을 살펴보는 내용이라 했다.

3년 전, 오랫동안 함께 지내던 강아지와 갑작스럽게 이별한 후 반려동물의 행동과 심리에 관심을 가졌다. 지금 나와 같이 사는 고양이 두 마리와도 언젠가는 이별할 것이 분명하다. 내가 그들의 삶에 관심을 가지면 서로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불교철학의 개념을 바탕으로 반려동물의 마음에 들어가 진정으로 소통하는 법을 알려준다’는 소개 글이 특히 맘에 들었다. 티베트 불교가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동물을 이해하고 새로운 시각을 얻길 기대하는 맘으로 서울로 가는 전철에 올랐다. 평일 저녁인데도 강의실이 가득 찼다. 양육자의 손을 잡고 온 어린아이부터 50~60대로 보이는 이들까지, 얼추 세어 봐도 50명이 넘는 이들이 모였다.

임순례 감독은 동물권만이 아니라 불교사상에도 이해가 깊은 것처럼 보였다. 그의 이야기론, 티베트 불교에서는 지금 내 앞에 있는 생명은 전생에 나와 깊은 인연을 맺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전생의 부모가 날파리나 식탁의 멸치로 다시 태어났을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서 질문이 나온다. 그러면 모기나 파리는 절대 죽여선 안 되고 멸치도 먹으면 안 되는 건가? 답은 간단하다. 모기나 파리가 많이 생기지 않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그들이 생명임을 의식하며 함부로 죽이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선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파리 끈끈이나 전기 파리채와 같은 잔인한 ‘살생도구’를 그들은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또, 티베트인들은 높은 지대에서 사는 야크를 먹는데, 죽음을 위로하는 제를 지낸다.

용수 스님은 ‘만트라’가 동물과 교감에 중요하다고 했다. 만트라는 기도나 명상 때 외우는 주문을 말한다. 만트라의 소리는 특별한 진동이 있어서 우리 몸속의 ‘미묘체’(미세한 몸)에 이롭고, 반려동물도 그 진동을 느낀다고 했다. 그 자리에서 만트라의 기본인 ‘움 아 훔’을 다함께 소리 내보기도 했다.

또, 반려동물은 죽은 뒤에 49일 동안 육신을 떠난 영혼으로 주위에 머무는데, 이 기간에 반려동물을 위해 기도하면 도움이 된단다. 49일이 끝나면 다른 영혼으로 다시 태어나기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어진단다.

증명되지 않았고 어쩌면 영원히 증명할 수 없는, 전혀 과학적이지 않은 이야기들이다. 어떤 얘기든 까칠하게 논리적으로 따지고 보는 내게, 어쩐지 이 강의는 깊은 휴식과 큰 위로를 줬다. 동물의 생명과 영혼을 사람의 그것과 하나 다를 것 없이 바라보는 이 시선은 평화 그 자체였다.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헤어짐의 순간이 오더라도, 내 슬픔보다 그들의 고통과 평안에 집중하며 마지막 시간을 보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우리는 매순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최대한 고통 완화 치료를 해주고 순간에 머물며 순간을 위해 살고 우리 반려동물에게 가장 좋은 것을 위해 명상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평화로운 죽음이든 회복하고 다시 살아가는 것이든.”(위의 책)

과학은 원인을 파악하고 결과를 예측하는 데 가장 확실한 도구이지만, 너무 차가워 마음을 기대기 어려울 때가 종종 있다. 이럴 때 종교의 영적 메시지는 마음에 위안과 깨달음을 준다. 유사과학이란 이름으로 대중을 호도하는 것에 비할 수 없다. 글을 쓰고 ‘옴 아 훔’ 만트라를 외워봐야겠다. 미미와 코코가 어떤 반응을 보이려는지, 어딘가 있을 내 강아지 리치의 영혼에도 가닿으려는지, 궁금하다.

※ 심혜진은 2년 전부터 글쓰기만으로 돈을 벌겠다는 결심을 하고 열심히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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