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의 투쟁과 시민들의 연대로 함께한 투쟁
동구청의 적절한 대응과 아쉬운 인천시의 대응

[인천투데이 김강현 기자] 동구 수소연료전지발전소를 둘러싼 갈등이 일단락 됐다.

김종호 비대위대표가 제6차 동구주민 총궐기대회에 참석해 3자 합의 내용을 설명하던 중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

모든 문제가 해결 된 것은 아니지만 동구 발전소 건립반대 비대위와 인천시, 동구청이 발전소의 안전성과 환경성을 조사하기 위한 민관조사위원회 구성을 골자로 한 합의에 이르며 30일간 이어진 김종호 비대위 공동대표의 단식도 지난 19일 끝났다.

3000세대가 넘는 주택가와 고작 200여 미터에 불과한, 초등학교와도 500여 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진행됐던 동구 발전소는 지난 2017년 6월 두산건설의 민간투자사업 제안으로 시작됐다. 제안 이후 67일 만에 산업통상자원부의 허가를 받아냈다.

두 달 만에 허가를 받은 발전소 사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2018년 8월에 특수목적법인(SPC)인 인천연료전지 주식회사가 설립됐고 그 해 12월 3일 산업통상자원부의 공사 계획 인가, 12월 21일 동구청의 사무동 건축 허가까지 진행됐다. 그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사는 어디에도 없었다.

발전소 사업 진행 경과

집 바로 옆에 이름도 생소한 수소연료전지발전소가 들어온다는 사실을 알게 된 주민들은 그동안 주민들 몰래 추진한 발전소 사업을 규탄하며 올해 1월 15일 첫 기자회견을 열었고, 3일 뒤 ‘동구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건립반대 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했다.

이후 주민들은 비대위를 중심으로 발전소 건립 반대 투쟁을 시작했다. 수 십 차례의 기자회견과 1인 시위, 캠페인 등을 진행했고 수 백 명이 모인 총궐기대회도 6차에 걸쳐 진행했다.

그 사이에 주민들은 수소연료전지 건립 찬성·반대에 대한 주민투표도 진행했다. 동구 전체 유권자 33%가 투표에 참여해 97%가 반대 의견을 밝혔다. 비대위는 “지역 현안에 대해 직접 주민들의 의견을 물었다는 점에서 동구 주민투표는 직접 민주주의의 이정표가 됐다”고 자평했다.

주민들은 적극적이었다. 생소한 수소연료전지발전소에 대해 공부하고 그 위험성과 부작용을 알려냈다.

사업자는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는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 했지만 강릉 수소탱크 폭발사고와 광양, 노르웨이에서 연달아 발생한 수소가스 관련 사고로 주민들의 주장에 더 무게가 실렸다.

그러는 동안 지난달 21일부터 김종호 공동대표는 인천시청 앞에 천막을 치고 무기한 단식농성을 시작했고 30일에 걸친 단식을 끝으로 인천시와 동구청의 합의를 이끌어 냈다.

주민들의 참여와 함께 시민사회의 연대도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큰 힘이 됐다. 인천 뿐 아니라 타 지역까지, 국내 73개 시민단체가 연대 성명을 발표하며 발전소 문제 해결을 촉구했고, 지난 12일 85명의 시민들이 단식에 동참하는 등 동구 주민들에게 힘을 모았다.

주민들의 투쟁과 시민들의 연대로 동구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문제를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으며, 결국 시와 동구를 움직여 협의에 이르게 했다.

발전소 건립반대 비상대책위 활동 경과 일부

 

동구청의 적절한 대응

주민들의 발전소 문제 투쟁 과정에서 동구청은 나름의 역할을 해냈다.

사실 주민들이 발전소 반대를 하기 전에 거의 모든 행정절차가 진행돼 동구청이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마지막 남으로 도로굴착허가만 남겨놓고 있었다.

허인환 동구청장은 주민들이 발전소 문제를 지적하며 기자회견을 진행한지 3일 후 기자회견을 열고 발전소에 대해 모든 행정지원을 중단 할 것이라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허인환 동구청장(가운데)이 1월 18일 동구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료전지발전소 사업과 관련한 행정절차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제공ㆍ동구청)

발전소의 핵심인 수소 가스를 연결하는 배관공사와 상·하수도 등 제반 시설을 건설하는 필수적 허가인 굴착 허가를 내주지 않겠다고 선언 한 것이다. 이로인해 그나마 인천연료전지를 협상테이블로 끌어올 수 있었다.

또, 김종호 대표가 단식에 들어간 이후 비대위, 시, 동구, 인천연료전지의 4자 회담이 진행 된 것도 허인환 동구청장의 주도로 이뤄졌다.

물론 동구청이 그간의 모든 과정에서 완벽하게 주민들의 편에 서서 문제를 해결했다고 보기 어려울 수 있으나 동구청은 이 문제 해결에 나름의 노력을 기울였다.

아쉬운 인천시의 대응

이에 반해 시의 대응은 아쉽다. 1월부터 계속된 주민들의 요구에도 박남춘 시장은 단 한 번도 주민들과 면담을 진행하지 않았다. 자신의 행사였던 동구 연대방문에 항의하러 온 주민들과 잠시 대화를 했을 뿐 공식적으로 발전소 문제를 놓고 대화를 한 적은 없다.

박남춘 시장이 동구 연두방문에서 발전소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주민들의 항의를 뒤로하고 일정을 진행하기 위해 카페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비대위와 시, 시의회, 동구, 동구의회, 사업자로 구성된 민관대책위에도 시는 담당 과장을 대표로 내보냈다. 영종 제3연륙교 민관대책위에 허종식 정무부시장이 들어간 것과 비교해 볼 때 차이가 커, 동구 주민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했다.

시장부터 관심을 갖지 않으니 민관대책위에 들어오는 시 공무원들이라고 일을 열심히 해결하려 노력할 리 없다. 시 공무원들은 민관협의체를 진행하는 내내 비대위의 주장을 비꼬거나 무시하며 문제를 해결할 의지를 보이지 않았고 주민들은 시에 행동에 계속 상처를 받아야 했다.

박 시장은 시민청원의 답변 기준을 충족해서야 “지난 시정부에서 주민수용성 확보 노력이 부족했다. 민선7기는 여기에 최선을 둘 것”이라고 말했지만 여전히 대안은 없었다. 시가 권한이 없으니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할 뿐이었다.

박남춘 시장이 수소발전소 관련 시민청원에 답변하고 있다. (인천시 시민청원 답변 갈무리)

김종호 대표가 단식에 들어서고 나서도 시는 별다른 대응이 없었다. 공론화 위원회에 상정하거나 대체 부지를 마련하는 등 주민들이 제시한 모든 제안을 무시했다.

김종호 대표가 몸을 가누기 힘들 지경이 된 단식 22일째, 5차 총궐기 대회를 진행하고 나서야 허인환 동구청장의 주도로 겨우 시 2급 신봉훈 소통협력관이 대화에 나섰다.

그 이전까지 시는 사실상 손 놓고 있었다. ‘시민이 시장이다’라고 그동안 수 없이 말해온 박 시장의 이런 대응은 동구 주민들뿐만 아니라 많은 인천시민들에게 신뢰를 잃게 하기 충분했다.

그나마 4자 회담에서 문제 해결의 의지를 보이기 시작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이다. 동구 주민들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으로 정말 시민들의 편에 서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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