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강사 채용 비리는 무죄...‘논란’

[인천투데이 장호영 기자] 회식비 일부를 ‘까드깡’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인천의 한 초등학교 교장이 업무상 횡령이 인정돼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방과후학교 강사 선정 시 서류심사 담당 교직원에게 부당한 지시를 해 합격자를 불합격으로 뒤바꾸는 등 채용 비리 혐의에 대해서는 1심에 이어 무죄를 선고받아 논란이 일고 있다.

인천지방법원

인천지방법원 제3형사부는 지난 14일 인천 A초교 전 교장 B씨의 업무 상 횡령과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혐의와 관련한 항소심에서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앞선 지난해 12월 열린 1심 선고 재판에서 법원은 B씨의 업무상 횡령 혐의는 유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는 무죄로 판결하고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법원은 학교 운영과 회계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직책에 있는 B씨가 합계 55만원의 예산을 횡령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업무상 횡령 혐의는 유죄로 판결했다.

하지만, 방과후학교 강사를 뽑는 과정에서 심사위원을 맡은 교사들이 1차 서류전형에서 합격 처리한 지원자를 불합격으로 처리하게 하고, 2차 면접을 앞두고 자신이 원하는 지원자의 이름에 표시하는 등, 공정한 심사를 방해한 행위가 인정된다면서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는 무죄로 판결했다.

방과후학교 강사 선정이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통과했고, 교장이 이와 다르게 결정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신의 직무집행에 어긋난 권한을 행사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검사는 “B씨의 행위는 교사들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으로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행위에 해당하기에 원심 선고형이 너무 가볍다”며 항소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도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로 판결했다. B씨의 행위가 정당한 권한 이외의 행위를 하는 것으로 직권을 남용한 것으로 평가할 여지가 있으나, 방과후학교 강사 선정은 교장의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무이기에 교사들에게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죄에서 말하는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볼 수 없기에 무죄라는 것이다.

이번 판결은 정부가 공공기관의 채용 비리를 뿌리뽑겠다고 나선 마당에 사실 상 교장이 방과후학교 강사 채용 과정에 부당한 행위를 하고 자신이 원하는 인물을 뽑아도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되기 때문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성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인천지부 정책실장은 “학교에서 교사는 교장의 지시를 따를 수 밖에 없는 위치에 있는데, 교장이 방과후학교 강사 합격자와 불합격자를 바꾸도록 지시하고 원하는 지원자의 이름에 표시를 하게 했다면 당연히 직권 남용에 해당하는 것 아닌가”라며 “법원의 판결은 공정한 심사를 거쳐야할 방과후학교 강사 선정에 교장이 개입해도 문제가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A초교 교사와 학부모들이 2017년 2월 인천시교육청에 B씨의 부당행위 관련 민원을 제기하고 이를 <인천투데이>가 보도하면서 일명 카드깡 교장의 사건이 세간에 알려졌다.

시교육청 감사에서 B씨가 카드깡 방식의 회식비 부당 지출, 방과후학교 강사 선정 시 서류 심사 담당 교직원에게 부당 지시, 근무시간에 교사에게 탁자를 자신의 집으로 옮겨놓으라고 지시한 사실이 드러났다.

시교육청은 성실의무 위반, 회계질서 문란, 교직원에게 부적절한 언행 등의 사유로 B씨를 ‘해임’ 처분했다. 하지만 B씨는 시교육청의 ‘해임’ 처분이 부당하다며 징계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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