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청년정책, 지역사회 활동 경험과 기회 마련해주는 출구전략 필요
[기획] 청년정책, 지역사회 활동 경험과 기회 마련해주는 출구전략 필요
  • 이승희 기자
  • 승인 2019.06.18 1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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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지역과 청년 탐색(1)
[강의] 청년과 지역사회, 그리고 청년활동
박희정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 기반조성단장

[인천투데이 이승희 기자] 

<편집자 주> 청년들이 지역에서 안정적으로 거주하면서 일을 하고 지역사회에 참여하며 즐길 수 있으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당사자인 청년만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와 정부, 사회 전체의 고민거리다. 지자체별로 청년정책을 모색하고 여러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성과는 잘 보이지 않는다. 특히 인천시 청년정책은 정부의 청년일자리정책을 수행하는 정도에 머물러 있다. 이에 <인천투데이>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으로 인천에서 지역사회에 관심을 보이며 활동하고 있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한편, 지역과 연계한 청년활동을 탐색하고자 한다. 방식은 관련 주제 초청 강의와 청년그룹 탐방이다.

첫 번째 강의를 6월 11일 오전 ‘틈 창작문화지대’(인천도시철도 2호선 시민회관역) 교육실에서 진행했다. 강사로 초청된 박희정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 기반조성단장은 2013년 서울시 청년일자리허브 마을워킹그룹 매니저로 청년혁신일자리모델 사업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2014년엔 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에서 마을청년 사업을 담당했다. 2016년부터는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박 단장은 청년들이 지역사회와 어떻게 연결돼 지속가능한 활동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아래는 그의 강의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마을에서 청년’을 고민하다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 기반조성단장 박희정.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 기반조성단장 박희정.

2012년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박원순 시장이 취임하면서 혁신적인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해 9월에 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가 생겼다. 당시 마을공동체 활동 목적은 다양한 세대가 함께 사는 지역에서 그들이 주민으로서 자치를 실시해 민주주의를 실현하자는 거였다. “그런데 마을에 청년이 있어?”라는 의문이 생겼고 이때 목표는 ‘마을에서 활동하는 청년 찾기’였다. 마을 곳곳에 활동하는 청년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마을에서 활동했음에도 ‘마을’이라는 개념을 생소해 했다. 그들을 대상으로 마을공동체를 홍보했고 ‘지역사회에서 함께한다는 것’의 의미를 탐구했다. 청년 활동이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고 활동 인원도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청년활동가를 키울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어 진행했다.

청년활동과 마을공동체 연결

2013년엔 서울시청년일자리허브가 만들어졌다. 나는 청년일자리허브 마을워킹그룹 매니저로 청년혁신일자리모델 워킹그룹사업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당시 주된 고민은 ‘청년활동을 마을공동체와 어떻게 연결 지을 수 있을까’였다. ‘청년이 마을공동체 안에서 활동할 수 있는 일자리가 필요하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나온 게 ‘마을로 청년활동가 양성 사업’ 즉, 지금의 ‘지역 혁신 청년활동가’ 사업이다.

이 사업의 목적은 청년활동가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협력사업장(단체, 사회적기업 등)을 발굴하고 청년들이 마을공동체 정책 지원 조직이나 지역 활동 단체, 현장 프로젝트 사업에서 활동할 수 있게 인건비를 지원하는 것이다.

서울형 뉴딜일자리 사업의 취지는 기존 공공근로 사업 프레임을 바꿔보자는 거였다. 새로운 일자리정책이라 할 수 있다.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에서 마을(지역) 청년활동가를 양성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2016년까지 노력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뉴딜일자리의 한계에 부딪혔다. 일정 기간 인건비를 정부에서 줬는데, 그 이후 그 청년이 협력사업장에서 계속 활동할 여건 즉, 자본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또한 마을활동에 적성이 맞지 않은 청년들은 그냥 떠나기도 했다.

반복되는 한해살이

2014~15년에 청년단체들은 한해살이를 한다는 느낌이 강했다. 2월부터 4월까지 보조 사업을 찾아 10개 지원하면 5개 정도 선정된다. 4월부터 열심히 사업한다.

12월부터 다음해 1월까지 사업을 정리한 뒤 2월까지 정산을 마무리한다. 그 후 인건비를 충당하기 위해 또 다시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는 한해살이를 반복한다. 지원사업 공모에 몇 번 선정되면 나중에는 선정되는 게 어렵다. 똑같은 단체만 지원받는다며 ‘지원금 헌터(사냥꾼)’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2014년에 청년그룹들과 여러 방법을 찾으며 고민하고 좌절도 했다. 당시 보조금을 지원하는 집행기관(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마을청년사업단)에 몸담고 있던 나는 그저 지원하는 데만 최선을 다할 수 있을 뿐, 돈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끼리 연대하자’ 청년네트워크

2015년에 나는 사단법인 ‘마을’로 돌아갔다. 사단법인 ‘마을’은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수탁 운영기관이다. 그때 고민한 것은 지역 청년활동가들이 비빌 언덕을 스스로 만들자는 거였다. ‘차라리 우리끼리 연대하면 힘이 생길 수 있다. 우리가 서로 지원하는 일을 해보자. 그 어렵다는 목돈 만들기랑 자립하기를 같이 모색해보자.’

그렇게 지역 청년네트워크를 꾸려 2016~2017년 활동했다. 멤버들이 자발적으로 회비를 내서 운영했다. 멤버들은 ‘무엇이 필요한가?’를 생각했고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새로운 사람’이었다. 당시 같이 했던 친구들은 ‘늙어감’이라는 두려움과 ‘우리만 활동한다’는 외로움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서 ‘L(로컬) 스쿨’이란 걸 기획했다.

지역 청년들이 운영하는 학교다. 교육을 받고 현장을 체험하는 이원화한 구조로 프로그램을 짰다. 이게 현재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마을일모작학교’의 전신이라 할 수 있다.

이 학교를 운영하면서 ‘지역정치가 필요한 것 아닌가’하는 고민도 했다. 우리 정책에 관심 있는 구의원이 필요하다고 느꼈고 차라리 우리가 구의원에 나가볼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 이후로 지역 청년네트워크 멤버 일부는 다른 활동을 하기 시작하기도 했고 자연스레 네트워크 활동을 정리했다. 여기까지가 2017년까지 지역 청년네트워크의 고민이었다.

일자리정책에서 종합 패키지 정책으로

서울시 청년정책 흐름을 보면, 2013년 4월 서울시청년(일자리)허브가 개관했다. IMF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청년들 역시 취업이 어려워졌다. 그 결과 1998년 이후부터 2012년까지 ‘청년 문제는 일자리 문제’라는 프레임이 강했다. 서울시청년(일자리)허브가 개관하면서 청년문제는 단순히 일자리문제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가 나왔다.

서울시청년정책네트워크는 2013년 8~12월에 1기, 2014년도에 2기 활동을 했다. 2014년 말까지 서울시 청년기본조례 작업을 해서 2015년 1월에 제정했다. 청년기본조례를 만든 배경은 이렇다. 예산을 편성하는 건 쉽다. 하지만 정치인이 바뀌고 나서도 그 정책을 유지하게 하는 건 어렵다. 유지시킬 수 있는 방법은 ‘법’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래서 청년기본조례를 제정했고 덕분에 청년활동이 안정적으로 굴러갈 수 있었다.

2014년에 제정된 ‘청년고용촉진 특별법’의 목적은 ‘지속적인 경제발전과 사회 안정에 이바지’라고 명시돼있다. ‘서울시 청년기본조례’의 목적은 ‘청년의 능동적인 사회참여 기회를 보장하고 자립기반 형성으로 청년의 권익증진과 발전에 기여함’이다. 청년을 바라보는 시각이 매우 다름을 알 수 있다.

청년기본조례에 ‘5개년 계획을 세워야한다’는 항목이 있다. 2015년 11월에 발표된 ‘2020 서울형 청년보장’을 보면, 청년정책이 일자리정책에서 종합 패키지 정책으로 전환한다. ‘미취업청년, 일자리 지원, 전문가 중심’에서 ‘일반청년, 참여와 자립, 거버넌스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특히 ‘청년 지원’이 아닌 ‘청년 보장’이라 표현한 것은, 정책 수혜가 아닌 청년의 ▲설자리(사회 참여 기회 확대와 역량 강화) ▲일자리 ▲살자리(주거와 생활 안정) ▲ 놀자리(청년활동 생태계 조성과 정책 기반 확대)를 보장하자는 것이다. 단순히 지원하는 게 아니라 권리로서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청년수당, ‘월 50만원+최장 6개월간 교육프로그램’ 지원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 기반조성단장 박희정.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 기반조성단장 박희정.

2016년 8월, 서울시 청년수당 사업이 시행됐다. 이때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도 개관했다. 청년수당 사업으로 사회적으로 배제된 청년들의 존재가 드러나면서 생각보다 취약한 청년이 많다는 걸 알았다. 인터넷을 할 줄 모르는 청년한테 상담전화가 오기도 했다.

청년들이 돈을 마련하는 방법은 아르바이트, 부모 용돈, 빚(대출)인데 결국 개인이나 가족이 부담해야한다. 청년수당은 ‘장기미취업은 사회 구조 탓인데, 개인 역량을 키우는 비용을 왜 개인이 대야 하는가?’라는 고민에서 시작했다.

학력별 임금 격차. 자산과 소득 격차 등 다중격차가 점점 심해지고 동시에 2021년까지 ‘니트’ 상태도 증가할 전망이다. 아울러 사회 밖 청년(=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도 증가할 거다. 여기서 말하는 ‘니트’는 지금 일을 하지 않고 쉬고 있는 모든 청년이라고 여기면 된다.

청년수당으로 월 50만 원을 지급하는데, 이건 그냥 아르바이트할 시간을 아껴주기 위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올해 청년수당 예산이 150억 원이고 그에 맞춰 약 4000명을 선발했는데, 공모와 심사를 거쳤다. 경쟁률이 높아지고 있다. 청년수당의 진짜 목적은 그동안 교육 받을 기회가 없던 청년들을 가르쳐 본인의 권리를 일깨워주는 것이다. 그래서 최장 6개월간 교육프로그램을 지원한다.

청년수당 사업의 하나로 ‘어슬렁 반상회’이라는 관계망 지원 사업도 한다. 안전하고 수평적인 소통의 장에서 또래를 만나 고민과 불안을 함께 나누거나 공동의 과업수행 경험으로 서로 지지한다.

지난해와 올해 청년수당 사업을 비교해보면, 대상을 만 19~29세에서 만 19~34세로 늘리는 대신 연령대를 세 구간으로 나눠 쿼터제를 운영한다. 참여자 중 여성이 43%에서 51%로 늘었고 고졸 비율이 높아졌다(19.5→37.5%). 쿼터제 운영으로 4년제 대졸 참여가 낮아져 고졸 비율이 높아진 것이다. 고졸 청년들이 현재 청년 중 가장 취약한 계층이라 생각한다. 졸업과 동시에 바로 일하기 때문에 불안정한 노동환경에 빠지기 쉽고 제대로 된 권리교육을 받을 시간이 적기 때문이다.

자치구 청년지원모델 사업도 하고 있다. 시범 사업인데, 서울을 권역 8개로 나눠 권역별 매니저 2~3명씩 둬 청년들이 급할 때와 힘들 때 연락할 수 있게 했다. 매니저 인건비는 뉴딜일자리 사업으로 충당하고 있다. 다양한 고민들이 문자메시지로 온다.

권역 매니저들이 지금은 은평구에 있는 센터에 상주하고 있지만, 앞으로 권역마다 상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그곳에서 매니저를 만날 수 있는 정기모임을 갖게 할 계획이다. 자치구별 지역사회 안에 청년들이 계속 연결될 수 있는 끈을 만드는 게 목표다.

지역사회 활동경험과 기회 마련해주는 출구전략 필요

최근 ‘로컬과 청년’이라는 포럼이 열렸다. 요즘 청년들은 지역에서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두 가지로 마련하고 있다. 하나는 독자적으로 구축하는 방법인데, 지역사회에서 자기를 찾을 수밖에 없게끔 전문성을 키워나가고 있다. 보조금 사업을 유지하면서 거기에 전문성을 더한다. 지역사회에서 자신을 찾아오게끔 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수익창출형 사업단을 운영하는 방법이다. ‘보조금 대신 우리가 돈을 벌자’라며 영리 사업을 고민하고 구상한다. 공공영역에서 돈을 계속 받는 건 어렵다. 인건비를 지원해달라고 계속 요구하는 것 또한 어렵다. 청년이 영향력 있는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경험과 기회를 마련해주는 입구전략은 있는데, 지역사회 활동 경험과 기회를 마련해주는 출구전략은 아직 없다.

지금은 지역에 이해관계가 없는 청년을 어떻게 하면 지역사회에 안착하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다. 청년 당사자 운동에 힘이 실리기 위해선 현재 청년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야하고 그것에 맞는 정책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정부에 건의할 것이냐, 같은 지역 사람들끼리 뭉칠 것이냐’는 본인이 선택하면 된다. 청년의 삶과 활동에서 나는 어떤 변화를 꿈꾸고 있는 지 각자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