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 칼럼] 인천 복지의 가능성을 위한 시작, 복지기준선을 향한 바람
[사회복지 칼럼] 인천 복지의 가능성을 위한 시작, 복지기준선을 향한 바람
  • 인천투데이
  • 승인 2019.06.1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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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수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부교수
인천평화복지연대 사회복지위원
이영수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부교수인천평화복지연대 사회복지위원

[인천투데이] 수업 중에 영국의 보편적 의료서비스제도인 ‘NHS(National Health Service)’를 논의한 적이 있다. NHS를 처음 도입한 해가 1948년이니 70년이 지났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황폐화되고 전쟁 빚으로 가득 찬 상황에서 도입돼 영국을 대표하는 복지정책으로 발전했다.

그동안 NHS에 대한 공격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80년대 대처 정부의 주도로 NHS 민영화 시도가 있었고 2010년 우파정부가 다시 들어섰을 때도 NHS 민영화와 지출 삭감 논의가 있었지만 잘 피했다. 국민들의 신뢰와 강력한 지지가 바탕이다. 2011년 <BBC> 조사에서 영국 국민이 자랑스러워하는 상징 중 6위를 차지했다. 비틀즈나 영국 의회보다도 높은 순위다. NHS에도 여러 문제점이 있다. 하지만 70년간 경험으로 국민들이 NHS를 삶의 한 부분으로 인식한다는 점, 부담 능력이 아닌 욕구에 기반 한 보편적 의료서비스 제공이라는 원칙에 국민들의 신뢰와 지지가 확고하다는 점이 중요하다. 부족한 부분은 고쳐나가면 된다.

수업 중 한 학생이 질문했다. 한국 사회복지정책 중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받는 NHS와 같은 제도가 있을까요? 복지국가로서 역사가 얼마 되지 않은 한국 상황에 비추어보면 정당하지 않은 질문일 수 있다. 질문을 조금 바꾸어보자. 그럴 ‘가능성’이 있는 정책은 있을까? 그러한 정책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적어도 이뤄지고 있는가? 조금 건너뛰는 것일 수 있지만 인천으로 눈을 돌려보면 어떤가? ‘인천’ 하면 떠오르는, 인천시민들이 사랑하고 지지할 수 있는 복지정책이 있을까? 이러한 정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

인접한 서울시의 경우 시민들 삶의 변화를 목표로 지방채 발행을 포함한 적극적이고 과감한 재정 운영을 계획하고 있다. 경기도도 청년배당 등 새로운 정책 도입과 확대 관련 논의가 활발하다. 비판 역시 많지만 복지를 중심으로 활발한 논쟁이 벌어지는 것 자체가 한편으론 부럽다.

오랜 논의와 우여곡절을 거쳐 인천복지기준선 수립이 시작됐다. 여러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희망과 기대가 크다. 적어도 시민이 주체가 돼 적절한 삶의 기준들을 결정하고 필요한 정책 도입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향후 인천 복지 발전을 위한 경험과 자산이 될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다음이다. 인천복지 기준선이 수립되고 나면 선택과 집중으로 핵심 사업을 선정하고 과감한 재정 투입이 실현돼야한다.

공약 사항 구색을 맞추기 위해 기존 제도와 크게 차이나지 않는 식의 도입은 곤란하다. 정책 도입은 필요하지만 예산이 부족하다는 말은 더 이상 듣지 않으면 좋겠다. 영국 NHS도 전쟁 폐허 속에서, 전쟁 빚으로 허덕이는 상황에서 도입돼 현재에 이르렀다. 시민들이 주체가 돼 ‘좋은’ 기준과 원칙을 만들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들을 과감하게 도입한다면 시민들이 강력한 신뢰와 지지를 보낼 것이다. 시작이 중요하다. 복지기준선은 올 한해 작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부족한 부분은 시민을 포함한 다양한 주체들의 참여로 고쳐 나갈 수 있다.

‘인천’ 하면 떠오르는 복지정책, 인천시민들이 사랑하고 신뢰와 지지를 보낼 수 있는 정책을 향한 노력이 지금 시작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