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 인천청년광장 대표

동구 수요연료전지발전소 건립을 놓고 주민들과 사업자의 대립이 1월부터 이어지고 있다. 이 발전소 건립의 시작은 민선6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애초에는 송도국제도시를 신ㆍ재생에너지타운으로 조성하기 위한 신ㆍ재생에너지 보급 활성화 계획을 추진할 때, 수소연료발전소도 함께 건립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사업 예정부지에 문제가 생기고 송도 주민들이 환경 피해를 우려해 계획은 무산되고 만다. 하지만 이 사업은 2017년에 다시 추진되고 동구 송림동에 발전소를 짓는 사업 허가까지 마무리된다. 그리고 올해 1월, 동구가 발전소 건축 허가를 내준 지 1개월 후에야 주민들은 알게 된다.

2017년 상반기부터 올해 1월까지 약 2년 동안 제대로 된 주민 의견수렴 과정은 없었다. 구의회와 인근 아파트 동대표를 대상으로 한 사업설명회가 전부였다. 발전소 건립 사실을 알게 된 주민들은 발 빠르게 움직여 4월 주민투표로 발전소 건립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발전소 건립 관련 청원이 인천시 시민청원 게시판에 게재됐으며, 박남춘 시장은 ‘주민 수용성’을 최우선으로 확보하겠다고 약속하고 ‘숙의과정과 민주주의 원칙’을 반드시 지켜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발전소 건립 논의는 파행을 거듭했다.

정부의 에너지정책 기조에 발맞춰 전력수요량을 점차 신ㆍ재생에너지로 대체해나가겠다는 인천시의 방향에 동의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박 시장도 강조했던 ‘주민 수용성’이다. 정부의 에너지정책 기조에 동구 주민들이 희생되는 것은 옳지 않다. 동구 발전소 건립 예정지 근처에는 주택단지와 편의시설이 위치해있다. 예정지 길 건너편에 많은 주민이 찾는 송림체육관이 있고 250m 남짓한 거리에는 2460가구가 사는 아파트 단지들과 15개 동이 넘는 빌라도 있다. 수소연료발전소가 안전하다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주민 입장에선 확실한 검증자료가 없으면 발전소 건립을 허락해주기 어렵다.

이 발전소 건립은 환경영향평가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추진 단계에서 안정성 검증을 하지 않았다. 이는 ‘동구지역에 발전소를 건립할 수 있느냐, 없느냐’만의 문제가 아니다. 만약 동구 발전소 건립이 이미 법적 절차가 완료됐다는 이유로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된다면, 수소연료전지 발전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시민들에게 각인될 것이고 전력수요량을 점차 신ㆍ재생에너지로 대체해가겠다는 인천시의 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첫 단추를 잘못 끼웠는데 나머지 단추를 억지로 끼울 수는 없는 법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올바른 처사가 아니다.

지금이라도 민주주의 숙의과정을 거치고 주민들이 안심할만한 안전성 검증이 이뤄진다면, 동구 발전소 건립은 박남춘 시장의 오점이 아니라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민주행정의 대표적 사례로 남을 것이다.

6월 13일 현재, 동구 수소연료발전소 건립문제 해결을 위해 시작한 김종호 주민비상대책위원회 공동대표의 단식이 24일째를 맞이했으며, 시 공론화위원회 안건 상정을 위해 진행하고 있는 온라인 시민청원에는 2300명이 함께 했다. 6000명에 도달해야 안건으로 상정되지만, 시장이 필요하다고 여기면 안건으로 상정할 수 있다. 공론화해 숙의과정을 거치는 게 ‘주민 수용성’을 확보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려는 태도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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