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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교육 혁신, 행복배움학교가 답이다 <6> 은봉초등학교

[인천투데이 김강현 기자] 인천형 혁신학교인 ‘행복배움학교’가 출범한 지 5년이 지났다. 현재 행복배움학교는 62개다. 올해부터 시작한 1년차부터 최고참 격인 5년차까지 상황은 제각각이지만, 성공적으로 운영해보겠다는 열정만큼은 모두 같다. <인천투데이>는 인천시교육청과 공동으로 기획해 행복배움학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 현장을 소개한다.

인천교육혁신, 행복배움학교가 답이다

인천은봉초등학교(교장 진재호)의 교육 혁신은 한 마디로 ‘초록’이다. 학생들은 생태계 균형을 유지하는 지속가능 사회, 즉 ‘초록의 가치’를 배운다.

많은 행복배움학교들이 그렇듯, 기본적으로 학교를 민주적으로 운영하고 공동체를 중시하며 다양한 학생참여형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은봉초교는 특히 생태교육에 특화된 교육과정으로 눈길을 끈다.

모든 학년 수업 과정에 생태교육이 녹아있으며, 학생과 교직원, 학부모, 나아가 지역사회가 함께 다양한 생태교육을 하고 있다. 은봉초교의 초록 교육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아봤다.

저어새 탐조 활동을 하고 있는 학생들.(사진제공ㆍ은봉초등학교)

저어새 탐조와 보호 활동

은봉초교를 상징하는 새는 전 세계에 2600여 마리만 서식하는 저어새다. 지난해 개교 기념일을 맞아 학생들이 투표로 정했다. 숟가락 모양의 부리를 휘휘 저어 먹이를 찾는다고 해서 ‘저어’라는 이름이 붙여진 저어새는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이며, 천연기념물로도 지정돼있다.

은봉초교 학생들은 학교 근처에 잇는 남동유수지에서 저어새 탐조와 보호 활동을 하고 있다. 이 활동은 행복배움학교를 시작하기 전인 2009년부터 했다. ‘지구사랑반’이라는 동아리를 중심으로 몇몇 교사가 활동을 이끌었는데, 2017년 행복배움학교로 지정되면서 활동을 확대해 올해에는 6학년 학생들이 모두 저어새 모니터링 활동을 한다.

학생들은 3월부터 11월까지 탐조 활동과 함께 저어새가 번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환경정화 활동, 저어새 환영행사와 생일파티, 저어새 그리기 대회 등을 한다. 그 과정에서 저어새를 공부하고 저어새를 지키기 위한 방법을 고민한다. 이를 시민들과 함께 실천하기 위한 행사에도 참여한다.

이런 다양한 활동으로 저어새는 학생들에게 가까운 친구이자 보호해야할 소중한 존재가 됐다. 은봉초교를 상쟁하는 새가 저어새가 된 것도 이런 이유다.

저어새 보호 활동을 하며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자연 보호를 생각한다. 이런 생각은 근린공원과 학교에 새집과 먹이통, 목욕대 만들기, 버드세이버(유리창 등에 부착하는 스티커) 만들기 등 다양한 활동으로 확대된다.

6학년이 관리하는 녹색커튼.(사진제공ㆍ은봉초등학교)

학교 전체가 텃밭

농업의 가치를 배우고 농사로 심리적 안정 등을 얻을 수 있다는 이유로 많은 학교에서 생태텃밭을 운영하거나 도시농업을 교육 활동에 접목하고 있다. 은봉초교는 이 중에서도 눈에 띌 만큼 텃밭 활동을 하고 있는데, 전체 학년이 학교 곳곳에 텃밭을 두고 다양한 작물을 재배한다.

운동장 은봉텃밭과 옥상 하늘텃밭, 학교 건물 앞 은봉우리작은텃밭, 급식소 앞 녹색커튼, 본관 외벽 알콩달콩텃밭, 중앙정원 숨소리습지원 등, 텃밭 종류도, 규모도, 기르는 식물도 정말 다양하다.

학년별로 재배하는 식물이 다르다. 1학년은 농업을 처음 접하는 만큼 열매를 맺는 과정을 관찰할 수 있는 방울토마토 등을 키우며, 2학년은 봉숭아를 재배해 손톱에 물을 들인다. 3학년은 도시농업의 기본을 다시 한 번 학습하며 콩 등을 키운다. 4학년은 허브식물을, 5학년은 옥수수와 해바라기를, 6학년은 벼와 녹색커튼을 담당한다.

이밖에도 반별로 키우고 싶은 식물을 정해 키우기도 하는데, 더덕이나 애플수박, 브로콜리 등 쉽게 재배하기 힘든 식물들을 기른다. 이 과정에서 도시농업의 가치와 생물 다양성, 생태 감수성을 키울 수 있다.

생태 교육은 학교 밖으로도 이어진다. 학교 인근 근린공원으로 아침나들이를 가 돋아나는 새싹과 곤충을 관찰하거나 인천대공원부터 장수천, 소래생태습지공원으로 이어지는 숲ㆍ하천ㆍ습지 체험도 하고 있다.

숲 체험 활동.(사진제공ㆍ은봉초등학교)

초록의 가치를 배우는 학교

은봉초교 교육은 초록의 가치를 배우는 학교 만들기라는 목적으로 진행된다. 이 비전은 ▲다양한 생물과 함께하는 학교 ▲자원순환이 있는 학교 ▲미세먼지 없는 학교 ▲신ㆍ재생에너지가 있는 학교 등, 주제 네 개로 세분화된다.

저어새 보호 활동이나 생태텃밭 운영 등은 첫 번째 주제인 ‘다양한 생물과 함께하는 학교’에 해당한다. ‘자원순환이 있는 학교’를 만들기 위한 활동으로는 물과 폐기물을 활용한 빗물저금통 설치 등이 있다. 모은 빗물을 텃밭 가꾸기에 활용한다.

‘미세먼지 없는 학교 만들기’는 주로 5학년이 전담해 진행하는데, 학교 내 미세먼지를 측정한 후 청소와 환기 등 다양한 방법으로 미세먼지를 줄이는 실험을 하며 저마다 결과를 도출해내는 활동을 한다. 또, 이를 홍보하고 실천하는 자료를 만들어 다른 학년 학생들도 함께 참여할 수 있게 한다.

‘신ㆍ재생에너지가 있는 학교’는 6학년이 전담한다. 지구온난화와 에너지에 관계를 탐구하고 평소 사용하는 에너지원 실태를 조사한다. 태양열 조리기와 동력 발전기 등으로 학생들이 직접 신ㆍ재생에너지를 만들어내고 체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이를 활용해 자료를 축적하고 교구를 만들어 교육을 확산한다.

치자를 활용한 염색.(사진제공ㆍ은봉초등학교)

초록에서 과학으로

다양한 생태교육 활동은 과학 활동으로 연계된다. 은봉초교는 2018년에 교육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선정한 학생참여형 과학 선도학교로 지정돼 다양한 과학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과학 활동 역시 학년별로 세분화해 체계적으로 진행한다. 1학년은 텃밭 가꾸기와 함께 자연물 염색 체험, 재활용품을 활용한 놀이를 한다. 2학년은 공기정화식물을 기르고 천연 가습기 만들기 등을 한다.

3학년은 배추흰나비 애벌레 키우기, 4학년은 천연 모기 퇴치제 만들기, 5학년은 미세먼지 측정기 설치와 대응방안 만들기, 6학년은 태양광 자동차 만들어 경주하기 등을 한다.

이밖에 훨씬 더 많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그 안에서 자연스러운 과학 교육이 이뤄진다. 모든 활동의 중심에는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가 있다. 이를 위해 교사들은 고심해서 학생들이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수업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은봉초교는 이런 다양한 활동으로 ‘에너지 거점’ 학교로 나아가고 있다.

변현숙 교사는 “환경과 자원순환 등을 학교 구성원들이 함께 배워서 학교를 지역주민들과 함께하는 에너지 거점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서 “앞으로는 무척추동물 탐구, 습지생물 탐구, 제비 모니터링 등으로 프로그램을 확대 할 계획이며, 학부모나 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강좌와 프로그램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은봉초교의 행복배움학교 프로그램은 생태ㆍ환경으로 대표되긴 하지만, 학생들이 체력을 기를 수 있는 환경 조성과 자율 활동, 학부모 동아리 활동, 전문적 학습공동체 활동, 국악 교육 등, 매우 다양하다.

행복배움학교로 지정되기 전부터 다양한 활동을 해온 만큼 체계화되고 자리를 잡은 다양한 활동들이 행복배움학교와 만나 더 큰 효과를 내고 있다.

국악 관현악단 ‘사잇소리’

사잇소리 가야금 연주 장면 (사진제공ㆍ은봉초등학교)

은봉초교에는 국악 관현악단 동아리 ‘사잇소리’가 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세상을 이어주는 소리’라는 뜻으로 가야금ㆍ거문고ㆍ아쟁ㆍ해금ㆍ대금ㆍ소금ㆍ피리와 타악기 등 다양한 악기로 구성돼있다.

주 1회 파트별 악기 연주와 월 2회 합주, 금요일 아침 자율 연습은 등굣길 연주회, 정기 연주회 등 학내 연주뿐만 아니라 재능기부 활동으로도 이어진다.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는 풍물교실도 운영한다. 이 활동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함께하는 ‘사잇소리 다모임’으로 더욱 발전하고 있다.

'사잇소리'는 전통 국악을 배우는 즐거움을 주고 우리 문화를 이해하고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는 데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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