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전쟁이 뒤바꾼 의학 세계사’ 출간
트로이전쟁부터 이라크전쟁까지, 아이러니한 의학사 담아

[인천투데이 류병희 기자] 황건 인하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펠로우교수가 트로이전쟁부터 이라크전쟁까지 전쟁과 함께 발전해온 의학기술의 단면을 읽기 쉽게 정리한 책 ‘인류의 전쟁이 뒤바꾼 의학 세계사’를 펴냈다

황건 인하대 의학전문대학원 펠로우교수(사진제공 인하대)

5월에 출간한 이 책은 황 교수가 2017년 1월부터 9개월 동안 <국방일보>에 게재한 ‘전쟁, 의술을 꽃피우다’라는 제목의 칼럼 37편을 묶은 것으로 청소년도 읽을 수 있게 다듬었다.

황 교수는 이 책에서 그리스신화 속 트로이전쟁에 등장하는 영웅 아킬레우스와 ‘아킬레우스 힘줄’이 탄생한 이야기부터 전쟁으로 인해 발생한 역병, 로마 시대 수술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또, 인류는 고대를 지나 근대로 넘어오면서 많은 전쟁을 치렀는데 현대로 올수록 신무기 개발과 더 격렬해진 전투로 많은 부상자가 생겼고 이를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치료하기 위해 다양한 의술이 발달했다고 했다.

나폴레옹 시대 프랑스 의사 라레(Dominique-Jean Larrey)는 처음으로 환자 후송 구급차인 ‘날아다니는 구급차’를 도입했다. 또, 부상병이 한꺼번에 생겼을 때 이를 신속하게 분류하는 ‘트라이지 태그’를 만들었으며, 지금까지도 의학 용어로 사용한다.

황 교수는 나이팅게일 하면 떠오르는 ‘백의의 천사’라는 이미지가 아닌 새로운 면모도 소개했다. 영국 왕립 통계학회 최초 여성 회원이었던 나이팅게일은 야전병원에서 죽어가는 병사들과 병원 환경을 관찰해 이를 통계로 만들어 사망률을 크게 낮추는 데 기여했다. 그가 정리해 발표한 ‘사망 원인 다이어그램’은 야전병원 위생상태 개선에 큰 영향을 미쳤고 이 덕분에 사망률이 42%에서 2.2%까지 떨어졌다.

1ㆍ2차 세계대전의 참혹함은 아이러니하게도 의학을 크게 발전시켰다.

1차 대전에 등장한 기관총은 전에 볼 수 없는 많은 수의 사상자를 발생시켰는데, 넙다리뼈 총상을 입은 병사를 옮기기 위해 고안된 ‘토마스 덧대’는 부상자의 쇼크사를 크게 줄였고 지금도 널리 사용하는 방법이다. 또, 머리와 얼굴을 다친 이들을 성형하는 수술은 두 차례 세계대전 때 그 기본이 완성됐다.

2차 대전 당시 번넬(Sterling Bunnell)은 미군 손 센터를 창설해 손 외과 전문의 양성과 손 외과 수술방법을 개발하는 데 기여했다.

또, 한국전쟁은 콩팥증후출혈열의 원인인 ‘한탄바이러스’를 밝혀내는 기회가 됐다. 아울러 표준 마취법이 확립되는 한편 부상병을 헬기로 이송하기 시작한 전쟁이기도 했다.

이러한 의학사 외에도 황 교수는 1차 세계대전 당시 치명적인 독가스로 수많은 희생자를 만든 독일인 하버(Fritz Haber), 일제강점기 생체실험을 일삼았은 일본 관동군 731부대와 이시이 시로 등, 윤리 없는 과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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