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료원 주취자 사망, 경찰 잘못은 없었나?
인천의료원 주취자 사망, 경찰 잘못은 없었나?
  • 김현철 기자
  • 승인 2019.06.12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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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원 후 12시간 동안 버스정류장에 방치
센터로 이송된 주취자 90%, 단순 주취자
응급실 병상 부족 초래···“별도 공간 필요”

[인천투데이 김현철 기자] 지난 1월 20일 인천의료원 앞 공원에서 술에 취한 사람이 숨진 문제로 인천의료원이 5월에 사과문을 발표한 가운데, 경찰 잘못도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인천의료원 관계자가 전한 사고 당일 상황을 정리하면, 1월 20일 오후 5시경 인천의료원에 실려 온 주취자 A씨는 별다른 질병이 발견되지 않았고 술을 깨는 과정에서 퇴원을 요구하며 소란을 피웠다. 의료원 경비원이 오후 6시 인천의료원 근처 버스정류장에 데려다줬다. A씨는 그로부터 12시간 후 숨진 채 발견됐다.

인천의료원 전경 사진. <인천투데이 자료사진>
인천의료원 전경. <인천투데이 자료사진>

“벤치에 12시간 방치된 동안 경찰은 뭐 했나”

인천의료원 관계자 B씨는 “A씨가 버스정류장에 데려다 달라고 해서 당시 의료원에 있던 경비원이 A씨와 다른 주취자 한 명을 버스정류장에 데려다 준 장면이 폐쇄회로(CC)티브이에 찍혔다”라며 “그 시각은 오후 6시였고 12시간 후 저체온증으로 숨진 채 발견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A씨와 함께 모셔다드린 다른 주취자는 버스를 타고 무사히 귀가했다”라며 “새벽시간도 아닌 버스가 다니는 시간이었고 본인 요구로 버스정류장에 모셔다드린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B씨는 또, “벤치에 방치돼있는 12시간 동안 경찰을 무엇을 한 것이냐”라며 “경찰이 정상적으로 순찰했으면 충분히 발견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주취자 응급의료센터 근무지침’에 센터 근무자는 의료진과 함께 주취자 보호자를 확인해 인계ㆍ귀가 조처하는 역할을 수행해야한다”라며 “당시 센터에 상주한 경찰은 A씨가 이송된 사실을 확인하지 않았거나 확인했으면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은 셈이다”라고 주장했다.

B씨는 “인천의료원에 주취자 응급센터가 있다는 이유로 수요 가능한 수준 이상의 주취자가 인천의료원으로 몰린다”라며 “단순 주취자마저 의료원 응급실로 몰리면 정작 필요한 응급환자는 치료를 받기 힘든 경우도 많다”고 하소연했다.

인천의료원 이송 주취자 중 90% 단순 주취자···“단순 주취자 수용 공간 필요”

인천의료원과 인천지방경찰청은 2014년에 의료원 응급실 안에 주취자 응급센터를 만드는 데 합의했다. 주취자 응급센터에서는 경찰이 ‘주취자 응급 상황 체크리스트’를 기준으로 선별해 이송한 급성 알코올 중독환자를 응급실 내 격리 공간에 마련한 ‘행려병실’에서 치료한다. 경찰은 24시간 교대근무로 상주해 의료진과 다른 환자를 주취자 난동으로부터 보호한다.

조승연 인천의료원장은 “2014년 주취자 응급센터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조건 중 하나가 센터가 주취자 보호소로 전락할 시 재검토한다는 것이었다”라며 “인천의료원 응급실에 이송되는 주취자 중 90%가 단순 주취자인데, 경찰이 센터 설립 시 약속한대로 단순 주취자는 경찰에서 조처해야한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이송된 아픈 주취자를 치료하는 것은 당연히 의료원이 할 역할이지만, 단순 주취로 판명 난 경우까지 책임지는 것은 쉽지 않다”라며 “경찰이 별도로 단순 주취자 수용 공간을 만드는 등, 조치를 취해야한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인천시에 단순 주취자 수용 공간 마련 등을 수차례 요청했다”라고 덧붙였다.

조 원장은 “주취자 응급센터를 악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라며 “노숙자 등이 병원에 실려와 치료ㆍ검사 등은 거부하고 술이 깰 때까지 쉬다 가는 경우도 많다”라고 답답해했다.

2014년~2018년 주취환자 병원 이송 현황 (자료제공 인천소방본부)
2014~2018년 주취환자 병원 이송 현황.(자료제공ㆍ인천소방본부)

최근 5년간 인천 주취자 중 20% 인천의료원으로 이송

인천소방본부가 집계한 자료를 보면, 2014~2018년 주취자 중 20%가 인천의료원으로 이송됐다. 경찰이 이송한 주취자를 합산하면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공공의료원 대부분이 인천의료원 상황과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이라는 미명 아래 주취자 응급센터를 만드는 바람에 응급실 병상이 모자라 정작 침상이 필요한 응급환자는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응급실이 주취자 보호소로 전락하는 셈이다.

조 원장은 “흔히 공공병원하면 가난한 사람을 위한 의료, 수익성이 없어 민간이 하지 않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인식하는데, 그것이 아니다”라며 “공공보건의료는 모든 시민에게 보편적으로 제공돼야하는 의무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주취자 응급센터도 민간병원에서 하지 못하니까 공공병원에 떠넘긴 셈인데, 이로 인해 응급의료가 모든 시민에게 보편적으로 제공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조 원장은 “응급실에서 술을 깨는 상습 주취자들은 사실상 알코올 중독 상태로 추가 치료를 받지 못하면 다시 술을 먹고 길거리에 쓰러져 있다가 응급실로 실려 오는 일을 반복한다”라며 “이들이 중독 상태에서 벗어나게 하는 게 근본적 해결책인데, 그건 응급실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는 사회적으로 함께 풀어가야 하는 문제이며, 이를 위해 인천의료원도 노력하겠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