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투데이 심혜진 시민기자] 6월 5일이 유엔(UN)이 지정한 ‘세계 환경의 날’이라 한다. 뭐라 지정한 날이 하도 많다 보니 평소 같으면 별 생각 없이 지나쳤을 텐데 이번엔 느낌이 달랐다. 얼마 전 취재차 방문한 곳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곳은 생활자원회수센터, 즉 재활용선별장이었다. 생활의 흔적인 재활용 쓰레기가 최종적으로 가닿는 곳, 그곳의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그곳에선 인천 몇몇 자치구 아파트를 제외한 단독주택과 상가, 다세대주택 등에서 나온 재활용 쓰레기를 선별하고 처리했다. 원칙적으론 분리해 내놓은 재활용 쓰레기를 종류별로 따로 수거해야하지만, 현실은 모두 한 차에 압축해 실어버린다. 아파트에서는 분리수거가 거의 완벽하게 이뤄지는 반면, 단독주택과 상가 등에서 내놓은 재활용 쓰레기는 제대로 분리하지 않아 엉망일 때가 많다. 압축돼 납작하게 눌리고 뒤엉킨 쓰레기는 선별장에 도착해 이를 흐트러뜨리는 파봉기라는 기계를 통과한다. 선별작업을 수월하게 하기 위한 과정이다. 이제 방진마스크와 모자 등 보호 장비를 갖춘 직원들이 쓰레기 사이를 돌아다니며 종이박스를 따로 모은다. 이 작업이 끝나면 쓰레기는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선별장으로 이동한다.

라인을 가운데 두고 직원들이 마주 선다. 눈앞을 스쳐 지나가는 쓰레기 더미에서 유리와 대형 플라스틱, 고철 등을 재빨리 골라낸다. 직원들이 통 안에 던진 고철과 유리병이 쨍쨍 부딪히는 소리가 뒤엉켜 선별장은 정신이 하나도 없다. 목소리를 크게 내야 옆사람 말소리를 겨우 알아들을 정도다. 게다가 재활용 쓰레기 중엔 뾰족하거나 날카로운 게 꽤 많이 섞여있다. 상처를 입을 위험도 크다. 그래서 직원들은 안전모와 마스크, 보호안경, 귀마개, 장갑, 안전복에 안전화까지 꼼꼼하게 착용해야한다.

직원들의 손을 거친 재활용 쓰레기는 이제부터 과학의 은총을 받는다. 발리스틱이란 기계에서 비닐과 종이처럼 가벼운 것은 앞쪽으로, 유리병과 캔, 플라스틱처럼 무거운 것은 아래쪽으로 떨어진다. 유리병과 캔, 철은 자석이 붙은 기계에 의해 다시 분류되고 맨 마지막으로 플라스틱을 광학선별기에 통과시킨다. 광학선별기는 플라스틱에 빛을 쪼여 페트, PE, PP 등 성분에 따라 분리한다.

모든 과정을 거치고 남은 부산물은 최종 쓰레기가 돼 소각장으로 간다. 쓰레기엔 비닐과 종이, 플라스틱조각들이 뒤섞여 있다. 재활용과 쓰레기, 정말 한 끗 차이다.

문제는 비닐이다. 비닐은 여전히 골칫거리다. 비닐로 SRF라는 고형연료를 만들면 공장에서 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석탄이나 석유 가격이 고형연료보다 싼 탓에 국내엔 수요처가 없다. 그래서 비닐폐기물을 중국으로 수출했다. 그러나 중국 판로가 막히고 고형연료를 만들 때 나오는 미세먼지 등이 대기를 오염시키는 문제가 불거지면서 동남아에서도 수입을 꺼리고 있다.

우리나라 자원재활용법에서 비닐은 재활용 품목으로 분류돼있다. 따라서 비닐을 소각해선 안 된다. 그렇다고 달리 처리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결국 SRF생산업체에 처리비용을 주고 비닐을 넘기고 있다. 쓰레기의 최후 종착지에서조차 비닐은 갈 데가 없다.

그날 밤, 더러운 비닐포장지들이 공중에 펄펄 날리는 꿈을 꿨다. 아마 내 손으로 버린 쓰레기에 대한 죄책감 때문이었을 거다. 날마다 쏟아지는 이 무지막지한 쓰레기더미 앞에서 나 혼자 비닐을 안 쓰겠다고 다짐하고 버티는 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다. 기업들은 비닐을 몇 겹씩 사용해 물건을 포장하는데 개인이 무슨 수로 비닐을 적게 사용하겠느냔 말이다. 아무래도 이건 개인 차원을 넘어서는 일이다. 빨리 대책을 마련해야한다.

※ 심혜진은 2년 전부터 글쓰기만으로 돈을 벌겠다는 결심을 하고 열심히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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