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현ㆍ숭의ㆍ도화 등 원도심 내려다볼 수 있는 시민 쉼터
미추홀구, 내년에 둘레길 조성···랜드마크로 재탄생 예정

[인천투데이 류병희 기자] 바람이 멈췄다. 정오의 수봉산 자락은 바람 한 점 없다. 해발 107m의 비교적 낮은 산이지만 바람이 쉬이 넘을 수 없는 것일까. 산 중심부에는 수봉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이제 막 초여름인데도 더위가 공원 입구까지 기승을 부렸다.

수봉공원 궁도장.
그러나 공원에 들어서면 높게 솟은 아름드리나무들이 그늘과 신선한 공기를 제공한다. 마치 쉼표 하나를 찍은 것처럼 생활의 여유를 느끼게 해준다. 

미추홀구는 비교적 작은 면적(약 24㎢)에 주택가가 밀집해 인구밀도가 높다. 녹지는 부족하다. 이런 상태에서 수봉공원은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미추홀구  주민들에게 숨 쉬는 공간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수봉공원에선 도화동과 숭의동, 용현동을 내려다볼 수 있다. 능선이 비교적 완만한 남쪽에는 주택들이 밀집해있지만, 옛 미추홀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상상할 수 있는 벌판이 펼쳐져 있고 멀리 문학산이 보인다. 능선이 가파른 북쪽으로는 도화동과 제물포 등을 볼 수 있다.

수봉공원 오솔길.
수봉공원 숲속 체육시설.

택지가 개발되기 전 수봉산(壽峰山)에는 북쪽을 제외하고 바닷물이 들어왔다고 전해진다. 물이 들어오면 마치 바다에 떠있는 섬처럼 보인다고 해서 수봉산(水峯山)이라는 별칭도 있다.

또, 남으로 용현동(龍現洞)을 내려다보고 있는데, 용현동은 장마가 되면 용이 하늘로 승천한다는 전설이 있다. 봉황과 용이 함께 자웅을 겨루는 정기가 센 곳으로도 여겼고 봉황이 내려앉았다고 해서 수봉산(壽鳳山)이라는 말도 전해진다. 수봉산은 미추홀구의 문학산과 더불어 영산으로 여겨졌다.

수봉공원은 문화공간으로서도 역할을 한다. 자연학습장을 비롯해 생활체육시설과 궁도장, 어린이놀이터, 수봉도서관 등이 있다. 은율탈춤 보존회와 인천예총 사무실 등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곳도 있다.

특히, 인공폭포가 조성돼 여름에는 보기만해도 시원한 풍경을 제공한다. 호국정신을 기리는 현출탑과 기념비 등이 있으며, 망배단이 있어 실향민들이 제사를 지내도 한다.

수봉놀이동산 2003년 모습.(사진출처ㆍ미추홀구)
수봉공원 어린이 놀이시설.

수봉공원은 인천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명소였다. 1979년에 조성된 수봉놀이동산에는 대관람차와 요술집, 문어다리, 바이킹 등 놀이시설이 있어 인천의 대표적 소풍 장소였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확인되지 않았지만 자유공원에 있던 어린이 놀이시설이 그대로 수봉공원으로 옮겨졌다는 얘기도 있다. 수봉놀이동산은 점차 월미도와 수도권 대규모 테마공원에 밀려 2008년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한편, 미추홀구는 수봉공원에 둘레길을 조성한다고 지난달 밝혔다. 제물포역에서 수봉공원에 이르는 4km 거리(면적 6000㎡)를 도시숲길과 쉼터, 녹지대 등으로 내년까지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사업비는 25억여 원이며, 내년 5월에 착공할 예정이다.

수봉공원이 미추홀구의 랜드마크로 다시 서고 원도심 생활환경이 개설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수봉공원은 시민들의 쉼터로 여전히 유효하다.

수봉도서관 옆 인공폭포.
수봉공원 북쪽에서 바라본 도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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