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투데이ㆍ인천시교육청 공동기획|
인천교육 혁신, 행복배움학교가 답이다 <5> 동암중학교

[인천투데이 김강현 기자] 인천형 혁신학교인 ‘행복배움학교’가 출범한 지 5년이 지났다. 현재 행복배움학교는 62개다. 올해부터 시작한 1년차부터 최고참 격인 5년차까지 상황은 제각각이지만, 성공적으로 운영해보겠다는 열정만큼은 모두 같다. <인천투데이>는 인천시교육청과 공동으로 기획해 행복배움학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 현장을 소개한다.

행복배움학교 5년차에 접어든 동암중학교(교장 김명순)를 방문한 5일, 반마다 옷을 맞춰 입은 학생들이 열심히 달리고 응원하고 있다. 교사들과 부모들은 그 모습을 뿌듯하게 지켜보며 응원하기도 하고 함께 참여하기도 한다. 특히 눈에 띄는 건 부모들. 언뜻 보기에도 정말 많은 부모가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무슨 행사인가 물어보니, ‘스포츠 데이’ 체육대회란다.

취재를 위해 교무실로 향하는데, 교무실 옆에 학부모실도 있다. 행복배움학교 최고참인 동암중의 목표는 모두 행복하게 한 데 어우러지는 것 아닐까. 그 속을 들여다봤다.

학부모가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음식을 나눠주고 있다.(사진제공ㆍ동암중학교)

학부모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동암중 교사들은 학교에 찾아와 활동하는 부모들에게 누구 어머님, 누구 아버님이 아니라 부모의 이름을 그대로 부른다. 학생의 부모로서가 아니라 한 개인의 인격체로 대하는 것이다.

학부모를 존중하는 만큼 학부모 활동도 굉장히 활성화돼있다. 학교를 방문한 날, 아침밥을 못 먹고 온 학생들을 위해 학부모들이 김밥과 주스 등을 나눠주고 안아주는 등교인사를 했을 정도니, 굳이 그 이전 사례를 찾지 않아도 학부모 활동이 활발함을 짐작할 수 있다.

학교는 학부모들의 이런 활동을 보장하고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낮 활동에 참여하기 어려운 학부모들을 위해 모임이나 행사 시간을 평일 오후 7시 이후로 잡는다. 학부모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직장맘 힐링데이’와 같은 행사도 진행한다. 자연스레 학부모 네트워크가 강화된다.

5월에는 ‘학부모 인문학 강좌’를 운영했다. 강좌 주제를 학부모들이 정했다. 사춘기 아이들에게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성교육을 주제로 한 강의를 두 차례 진행했다. 담임교사들과 학년부장교사, 학부모가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학년별 학부모ㆍ교사 간담회도 주기적으로 한다.

학생들이 만든 열우물 마을 탐험기.

내가 살아가는 마을에서부터

이러한 학부모 지원ㆍ연계 활동은 자연스럽게 학생들 교육으로 이어진다. 학부모들과 마을활동가들이 강사로 나서는 ‘열우물 마을 연계 교육’이 바로 그것이다.

동암중은 부평구 십정동에 있다. 십정동은 우물 열 개가 있는 마을이라는 데서 유래했다. 학생들은 세계사나 한국사를 배우기에 앞서 마을의 역사를 먼저 배운다. 1학년 학생들의 자유학년제 프로그램 중 하나가 바로 ‘열우물 마을 연계 교육’이다.

학생들은 마을회관이나 노인정, 주민센터 등 가까운 곳에서 마을을 경험하고 공부한다. 오랫동안 이런 활동을 했기에 이제는 학생들이 온다고 하면 주민들과 직원들이 돈을 모아 간식도 사주고 설명을 잘 해준다.

동암중 자유학년제 프로그램은 십정동 이야기, 동암역 주변 이야기, 열우물 이야기, 인천과 부평 이야기, 부평 전투(한국전쟁 때)와 조병창 이야기, 열우물길 걷기, 열우물 마을 홍보 포스터와 지도 만들기 등, 매우 다양하다.

열우물 마을축제에 참가한 윈드오케스트라 동아리 학생들.

예술드림 거점학교

동암중은 인천시교육청 ‘예술드림 거점학교’로도 벌써 3년째 활동하고 있다. 남학생들만 있다 보니 체육 활동에는 관심이 많지만 상대적으로 음악이나 미술 등 예술 활동에는 관심이 적다. 그것을 보완하기 위한 게 예술드림 거점학교의 취지다.

활발하게 뛰어노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술로 정서를 함양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 교사들은 학생들이 쉽게 예술을 접할 기회를 주기 위해 예술드림 거점학교 운영을 계획하고 추진했다.

방과 후 프로그램으로 보컬ㆍ베이스ㆍ전자기타ㆍ건반ㆍ드럼 등으로 구성된 밴드부를 20차시에 걸쳐 운영하고 있다. 또, 클라리넷ㆍ색소폰ㆍ트럼펫ㆍ호른ㆍ트럼본ㆍ튜바 등 관악기로 구성된 윈드오케스트라를 30차시에 걸쳐 운영한다.

토요일에는 졸업생과 인근 초등학교 학생 등도 모여 음악활동을 한다. 타인과 호흡을 맞춰가며 음악을 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방법을 배운다.

정규 수업시간에도 악기를 배운다. 졸업할 때까지 악기 하나 다룰 수 있게 하겠다는 목표로 기타 수업을 진행한다. 올해에는 3학년 학생들이 기타를 배우고 있으며, 2학년은 2학기부터 기타 수업을 할 예정이다.

점묘법을 이용한 자화상 그리기와 나를 표현하기 등, 미술 수업도 한다. 대중음악을 이용한 댄스 수업도 한다.

정규 수업시간에 기타를 배우는 학생들.

행복배움학교의 미래

동암중의 행복배움학교 운영을 담당하는 장은영 교사에게 행복배움학교 운영으로 생긴 긍정적 변화를 묻자, “학교 구성원들의 관계가 끈끈하다”라고 답한다.

여러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운영하다보니 교사들은 바쁘다. 행복배움학교가 아닌 일반 학교에서는 안 해도 되는 것들도 한다. 가령 아침에 일찍 나와 학부모들과 함께 학생들에게 음식을 나눠주거나 저녁에 학부모 인문학 강좌를 진행하고 밤늦게 퇴근한다. 이런 상황이 수시로 발생하다보니 힘이 든다. 하지만 그런 활동으로 학생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보람을 느끼고 구성원들의 유대가 깊어지는 게 좋다고 장 교사는 말한다.

조금 고생스럽지만 모두 행복한 학교가 되는 것, 그게 동암중이 그동안 일궈온 행복배움학교의 결실이 아닐까.

학교 담장을 따라 심은 해바라기들.

학교를 넘어 마을을 아름답게

동암중 정문 담벼락에는 최근 ‘동암중 환경봉사대’가 심은 해바라기들이 가지런히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쓰레기 불법투기 등으로 마을 미관을 해쳤다. 학생ㆍ교사ㆍ학부모로 구성된 환경봉사대는 쓰레기를 치우고 해바라기를 심었다.

이뿐만 아니라 학교 정문 근처에 작은 화단을 만들어 원예 활동도 하고 있다. 학교 안만 신경 쓰고 꾸미는 게 아니라 학교 주변까지 아름다운 환경을 만드는 게 목표다. 화초심기ㆍ물주기ㆍ거름주기ㆍ잡초 뽑기 등을 원예 전문가와 함께하기에 환경을 정화하면서 자연스럽게 원예도 배울 수 있다.

6월부터는 학교 후문 인근에 고추와 상추 등을 재배할 계획인데, 여기서 자라는 농작물을 마을 주민들이 자유롭게 따갈 수 있게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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