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서구 주민들, 시청서 기자회견 열어 ‘성토’
시, “피해 죄송하다. 민관합동조사로 대책 마련”

[인천투데이 장호영 기자] 5월 30일부터 상수도에서 적수(붉은 물)가 나와 피해를 입고 있는 인천 서구 주민들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

인천 서구 주민들이 4일 인천시청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붉은 물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서구 검단주민총연합회와 너나들이 검단ㆍ검암맘, 달콤한 청라맘스, 서구평화복지연대가 구성한 ‘서구 수돗물 문제 해결을 위한 주민 비상대책위원회(준)’는 4일 오전 10시 30분 인천시청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와 상수도사업본부에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이들은 “불이 나야 재난이고 홍수가 나야 재난인가”라며 “붉은 물도 검정 물도 그냥 마시라는 상수도사업본부는 각성하고 시는 지금 즉시 사태 해결에 나서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5월 30일 오후 1시 30분께부터 오후 6시까지 서구 검암 ? 백석 ? 당하동 지역 수도에서 붉은 물이 나온다는 신고가 이어졌다. 붉은 물 때문에 초 ? 중 ? 고등학교 6곳에서 대체급식을 했으며, 주민들은 수돗물을 사용하지 못해 큰 불편을 겪었다. 그 이후 서구 청라동에서도 붉은 물이 나온다는 신고가 있었다.

하지만, 주민 민원을 접수한 상수도사업본부는 수질을 검사한 뒤 “적합 판정을 받아 마셔도 상관없다”고 밝혀 피해 주민들을 분노하게 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붉은 물이 발생한 지 수일이 지난 지금 이 시간까지도 서구 지역에서 수도를 틀면 적수가 나오고 새로 끼운 필터가 구역질이 날만큼 까맣게 변하고 있다”며 “물을 대량 방류하고 물탱크를 청소한 아파트에서조차 여전히 적수가 나오고 있는데, 도대체 저 가루들의 정체가 무엇인지 왜 알려주지 않는가”라고 성토했다.

이어서 “온 가족이 피부병을 호소하고 복통에 배탈까지 앓으며 병들어가는 등, 서구 주민들은 붉은 물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다”라며 “그런데 상수도사업본부는 지금까지도 ‘수질검사 적합하니 적수를 마셔도 된다’고 주민을 우롱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서구는 지금 전쟁터다. 씻고 마시기 위해 물을 사느라 바쁘고 가정마다 필터를 사느라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라며 “아이들을 위해 다른 지역에 있는 친정과 친구 집까지 피난을 가거나 빨래하기 위해 경기도 김포까지 가는가 하면, 상점들은 계속된 적수에 눈물을 흘리며 문을 닫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참가자들은 시가 지난 3일 발송한 문자메시지를 강하게 비판했다. 발송한 문자에는 ‘재난문자 아님’이라는 문구가 포함됐는데, 주민들을 우롱하는 문구라는 것이다.

참가자들은 “수일 전부터 붉은 물인지 모르고 마시고 모르고 씻는 주민들을 위해 문자메시지 하나만이라도 보내 달라고 애원했는데, 언론 보도가 잇따르고 나서야 뒤늦게 문자를 보냈다”라며 “게다가 그 내용은 물을 마시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재난이 아니니 그냥 알고만 있으라는 건지,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고 성토했다.

참가자들은 상수도사업본부장 사퇴를 촉구하는 한편, 지금까지 책임 회피로만 일관하고 사태 수습을 못한 상수도사업본부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또, ▲환경 전문가 투입과 주민들이 믿을 수 있는 방식으로 수질 검사 ▲주민들이 할 수 있는 대처 매뉴얼과 해결 ? 보상방안 제시 ▲재난 컨트롤타워와 전담팀 구성으로 학교와 유치원ㆍ어린이집 긴급 조치 시행 ▲민ㆍ관, 전문가로 위원회 구성과 모든 정보 공개 등을 요구했다.

박준하 시 행정부시장이 4일 인천시청 브리핑룸에서 붉은 물 사태와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서구 주민들의 기자회견에 앞서 시와 상수도사업본부는 이날 오전 9시 40분 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 주민들에게 사과한 뒤 향후 대책을 발표했다.

박준하 시 행정부시장은 “수돗물 수질 피해를 입어 고통 받는 서구 주민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한 뒤 “5월 30일 풍납취수장과 성산가압장 전기설비 법정 검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단수 없이 수돗물을 공급하려다 기존 관로 수압 변동으로 수도관 내부 침전물이 탈락해 이물질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발혔다.

이어서 “상수도사업본부에서 사고수습대책본부를 가동해 260개소에서 수질을 검사하고 소화전 113개소에서 물 11만7000톤을 방류하고, 미추홀참물 28만3000병을 공급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5일이 지난 지금도 적수가 발생하고 있다”라며 “전문가 ? 학부모 ? 주민 등이 참여하는 민관합동조사반을 구성해 보다 세밀한 수질 검사와 현장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급식 중단 초 ? 중 ? 고교에서 정상적인 급식이 가능하게 우선 조치하고 미추홀참물을 충분히 공급하는 한편, 공동주택 물탱크 청소를 지원하고 정수기 필터 교체 등을 시비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혼란과 불안 사태가 재발하지 않게 하는 대응 매뉴얼과 단수 또는 물 공급 체계 전환에 따른 사전 안내 매뉴얼, 시와 군 ? 구 간 협력 매뉴얼을 구축하겠다고 했다.

주민들에게 ‘수질 검사 적합하니 마셔도 된다’고 한 것에 대해선, “현재 과학적인 수질 검사 상 적합한 것으로 나오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로 붉은 물을 본 주민들의 불안감에 비쳐 적절하지 않은 대응이었다”라고 시인하고 사과했다. 덧붙여 수돗물 검사 항목을 180가지로 늘려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문자메시지의 ‘재난문자 아님’ 문구와 관련해선, “매뉴얼상 ‘재난문자 아님’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고 재난문자라고 발송했을 때 더 커질 불안감을 우려해 문구를 넣었다”라고 해명했다.

한편, 시는 영종도와 계양구 등 서구 이외 지역에서 붉은 물 관련 신고가 나오는 부분은 이번 사안과 상관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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