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빈집정보시스템 구축과 빈집 활용방안
② 빈집 정비사업 선도하는 미추홀구의 고민

[인천투데이 이승희 기자]

<편집자 주> 인천지역 빈집이 5000채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빈집 문제는 저출산과 고령화, 도심부 쇠퇴 현상 등과 맞물려 사회적 과제가 되고 있다. 특히 구도심의 빈집 문제는 물리적 문제뿐 아니라 사회ㆍ경제적으로도 부정적 파급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사유재산이라는 특성과 행정, 법ㆍ제도적 한계에 의해 문제 해결이 쉽지않다.

빈집 활용을 위한 현행 법ㆍ제도와 함께 인천의 빈집 실태조사와 정비계획 수립 추진 현황을 살펴보고자 한다. 아울러 빈집 활용 우수 사례를 살펴봄으로써 빈집 정비가 사유재산 침해가 아니라 주거생활의 질을 높이고 지역주민 공동체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미추홀구 수봉공원 일대 주택가. 이 곳에 빈집이 많은 편이다.

 

“정부에서 밀집구역 지정 규정과 시·국비 지원 근거 마련해야”

 

“미추홀구 재정 여건상 빈집 정비사업 예산을 1년에 1억 원 정도 세울 수밖에 없다. 구청장이 하게 돼있고 시비나 국비 지원 근거가 없다. 정부에 제도 개선을 요청했는데 아직까지 답변이 없다”

 

“정부가 빈집밀집구역 지정에 관한 규정을 만들고 빈집밀집구역 정비 사업비를 지원해야 빈집 실태조사와 정비사업이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미추홀구, 인천 빈집 정비사업 선도

미추홀구는 ‘빈집 및 소규모 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이하 빈집정비특례법)’ 시행(2018.2.9.)에 앞서 2017년 11월부터 관내 빈집 실태조사를 시작했다. 한국국토정보공사가 실태조사를 대행했는데 2018년 5월에 끝났다. 빈집 수는 1197채로 파악됐다.

2017년 2월에 제정된 빈집정비특례법은 ‘빈집’을 ‘1년 이상 아무도 거주 또는 사용하지 아니’하는 주택으로 정의했고 다만, 미분양 주택 등 대통령령으로 정한 주택은 제외했다. 지방자치단체장이 빈집 실태를 조사하고 정비계획을 수립하며, 철거 등 정비계획을 이행할 수 있게 한 게 이 특별법의 골자다.

2017년 7월, 빈집정비사업 태스크포스 가동

미추홀구는 빈집 실태조사에 앞서 2017년 7월부터 빈집정비사업 태스크포스(T/F)를 가동했다. 부구청장을 단장, 지속가능도시국장을 부단장으로 했으며, 관련부서 6개가 참여했다. 7월 첫 회의에서 T/F는 빈집정비사업을 이해하고 붕괴(예상) 위험 빈집 대응 매뉴얼 제작, 자연재난사고 발생 시 안전관리과의 컨트롤타워 역할 등을 논의했다. 또, 빈집실태조사 결과에 따른 정비계획을 수립하는 한편, 빈집 소유자ㆍ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과 공동 사업을 추진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빈집정비특례법 시행을 대비한 것이다.

그해 9월 1일, T/F는 제5회 회의에서 빈집정비사업전담 조직을 신설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그로부터 6개월 뒤인 지난해 3월, 도시정비과에 빈집정비팀이 신설됐다. 이날 회의에선 특히, 인천시가 추진하는 빈집정보시스템 구축을 위한 실태조사 선도 지차체로 미추홀구를 선정, 실태조사 용역 사업비 1억7000여만 원 중 60%를 시비로 지원하기로 했다. 실태조사 용역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한국국토정보공사가 맡았다.

아울러 이날 회의를 함께한 LH는 원도심인 남구의 열악한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빈집정비사업의 다양한 모델을 설명하는 등, 사업 참여 의지를 밝혔다.

2018년 9월, 빈집정비계획 수립 용역 착수

빈집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미추홀구는 지난해 9월 빈집정비계획 수립에 착수했다. 이 사업은 한국감 정원이 맡았다. 올해 3월 12일 빈집정비계획 수립 용역 중간보고회가 열렸는데, 빈집이 1289채로 파악됐다. 한국국토정보공사가 조사했을 때 1197채였는데, 약 9개월 사이에 100채 가까이 늘었다. 빈집 1289채 중 85채는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에 따른 정비(예정)구역 안에 있고 나머지 1204채는 정비(예정)구역 밖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빈집정비특례법에 따라 빈집 상태와 ‘위해’ 수준을 감안해 등급을 정하는데, ▲1등급 양호 ▲2등급 일반(보통) ▲3등급 불량 ▲4등급 철거대상으로 분류한다. 미추홀구는 빈집 1289채 중 4등급 127채를 우선 철거하고 3등급 258채는 안전도 평가 후 연차별로 소유자의 안전조치와 철거를 유도할 계획이다.

빈집밀집구역 지정 기준 마련…정부 차원 규정 필요

미추홀구는 빈집 정비계획 수립 용역이 6월에 완료되면 7월에 정비계획을 고시할 예정이다. 고시 이후 3ㆍ4등급 빈집 소유자에게 안전조치나 철거를 명령할 수 있으며, 명령 후 6개월 후엔 구가 철거할 수 있다.

빈집 정비계획을 수립하면서 미추홀구가 신경을 더 많이 쓰는 곳은 빈집밀집구역이다. ‘점’처럼 흩어져있는 빈집들은 사실상 정비계획을 수립하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빈집밀집구역 정비계획을 우선할 생각이다. 하지만 현행 빈집정비특례법에는 빈집밀집구역 정의가 없다. 그래서 빈집 정비계획을 수립하면서 미추홀구 자체적으로 빈집밀집구역 지정 기준을 마련했다. 미추홀구가 마련한 기준을 보면, 우선 밀집구역 지정 대상 면적은 1만㎡ 미만이다. 그 안에 빈집이 전체 세대수 대비 20% 이상이거나 건축년도 20년 이상 빈집 건물이 전체 건물의 20% 이상, 전체 면적 대비 빈집 대지 면적 비율이 20% 이상이어야 한다. 미추홀구는 빈집밀집구역으로 모두 7곳을 지정할 계획이다.

정재호 미추홀구 빈집정비팀장은 “빈집밀집구역 지정 기준을 마련한 것은 우리가 국내에서 처음이다”라며 “국토교통부가 빨리 관련 규정을 만들어 시행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추홀구 빈집정비사업 TF팀 회의 .(사진제공·미추홀구)

빈집 정비사업에 시비·국비 지원 절실

지자체장은 빈집정비특별법에 따라 빈집 실태조사와 정비계획 수립을 5년마다 할 수 있다. 미추홀구는 해마다 빈집 실태를 확인ㆍ점검하는 한편, 향후 5년간 매해 빈집 5채를 철거하고 10채를 안전 조치할 계획이다. 그런데 현재 파악된 4등급 빈집이 127채인지라, 이 계획대로 하면 모두 철거하는 데 25년이나 걸린다.

이에 대해 정재호 팀장은 “미추홀구 재정 여건상 빈집 정비사업 예산을 1년에 1억 원 정도 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로선 구청장이 하게 돼있고 시비나 국비 지원 근거가 없다. 정부에 제도 개선을 요청했는데 아직까지 답변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정부가 빈집밀집구역 지정에 관한 규정을 만들고 빈집밀집구역 정비 사업비를 지원해야 빈집 실태조사와 정비사업이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3년부터 빈집 정비·활용…애로사항 많아
“보다 자유로운 활용 위해서 규제 완화해야”

원도심이라 주거환경이 열악한 편인 미추홀구는2013년부터 빈집 정비사업을 진행해왔다. 다만, 지난해부터는 빈집 정비계획 수립을 위해 철거나 활용 사업을 못하고 있다.

빈집 소유자와 무상임대 협약으로 철거 후 공용주차장, 공동텃밭, 공원으로 사용하거나 빈집을 리모델링해 공공용도로 사용하는 게 빈집 활용의 일반적 방식이다. 미추홀구의 대표적 빈집 활용 사례는 ‘학습편의점’ 조성이다. 빈집을 리모델링해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평생학습 동아리 활동 공간 등으로 활용한다.

하지만 무상임대 기간이 3년이다. 미추홀구는 그동안 빈집 17채를 활용한 뒤 소유자에게 돌려줬다. 이 과정에서 소유자와 분쟁이 발생하기도 한다. 소유자와 무상임대 협약을 맺을 때 리모델링을 어느 수준으로 할 것인지 정하는데 이때 소유자의 요구 사항이 과도한 경우도 있으며, 반환할 때 과도한 하자 보수를 요구할 때도 있다.

정재호 팀장은 “빈집 한 채를 리모델링하는 데 평균 2000만 원 정도 든다. 정화조가 없는 곳도 많다. 애써 리모델링했는데 3년 쓰고 돌려줘야하는 단점도 있고 반환할 때 딴소리하는 소유자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또한 “빈집을 리모델링해 사무실이나 동식물 관련 시설로 사용하려면 용도를 변경해야하는데 그 절차가 까다롭고 부동산 가치 변동에 따른 세금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며 “좀 더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게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게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미추홀구는 올해 5월 20일 빈집 무상임대 협약을 또 체결했다. 개방형 주차장으로 조성해 3년간 사용할 예정이다. 이를 전하면서 미추홀구는 “앞으로도 빈집 무상임대나 매입으로 부족한 기반시설이나 공동이용시설을 확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추홀구를 비롯한 지자체들의 빈집 활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관련 법ㆍ제도 개선과 정부 재정 지원이 요구되고 있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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