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교육혁신, 행복배움학교가 답이다' <4> 안남고등학교

[인천투데이 김강현 기자] 인천형 혁신학교인 ‘행복배움학교’가 출범한 지 5년이 지났다. 현재 행복배움학교는 62개다. 올해부터 시작한 1년차부터 최고참 격인 5년차까지 상황은 제각각이지만, 성공적으로 운영해보겠다는 열정만큼은 모두 같다. <인천투데이>는 인천시교육청과 공동으로 기획해 행복배움학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 현장을 소개한다.

계양구에 있는 안남고등학교(교장 임단철)는 올해 처음으로 행복배움학교를 시작했다. 대학입시와 직접 닿아있는 고교가 행복배움학교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안남고교가 그 시작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행복배움학교로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 계획인지, 직접 찾아가봤다.

벽화 작업 후 안남고교 담장 모습.

벽화로 피어난 행복배움학교

안남고교를 찾은 이유 중 첫 번째는 행복배움학교 지정을 기념해 학교 담장에 그림을 그렸다는데, 그 벽화를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안남고교 학생들과 교직원, 학부모 등은 5월 25일 학교를 빙 둘러싼 담장에 그림을 그렸다. 그림 주제는 소통과 교육, 행복 등의 가치다. 인도에 페인트 등이 번지지 않게 비닐을 깔고 우비를 입은 후 그렸다.

‘행복배움학교’라는 글자가 선명히 적힌 담장은 안남고교의 새로운 도약을 의미하듯 이전 무채색에서 다양한 색으로 변했다.

벽화는 마을도 한층 더 밝게 했다. 행복배움학교의 핵심 가치 중 하나인 마을교육공동체의 시작을 벽화로 실현한 셈이다. 벽화 작업에 참가한 박현우(3학년) 학생은 “입시로 바쁘지만 꼭 참석하고 싶은 행사였다. 친구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며 학교를 더 사랑하게 됐다”고 말했다.

벽화 작업 전 담장 모습.(사진제공ㆍ안남고등학교)
벽화 작업 장면.(사진제공ㆍ안남고등학교)

탄탄한 기본과 끊임없는 고민

안남고교는 이제 행복배움학교를 시작한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수업 내용이나 프로그램들이 잘 정착돼있다. 학교 교육 비전도 명확하다. 지난해 ‘미래교육 모델학교(인천시교육청 지정)’로 운영한 덕분이다. 미래교육 모델학교로서 학교 혁신과 수업ㆍ평가 개선 등으로 행복배움학교로 가는 기반을 조성했다.

또, 2015년부터 유네스코의 가치를 이해하고 실현하기 위해 유네스코 한국위원회가 지정하는 ‘유네스코 학교’라는 것도 안남고교가 이런 기반을 갖춘 배경 중 하나다. 학생들은 세계유산 교육 프로젝트, 생물 다양성 캠페인, 공정무역 캠페인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했다.

이처럼 안남고교는 이미 학교와 수업을 혁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교직원들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더 나은 교육을 계속 고민했으며, 그 고민은 행복배움학교 추진으로 모아졌다.

행복배움학교에 응모할 때 교직원 80% 이상이 동의할 만큼, 대다수 구성원이 같은 고민을 하고 교육을 혁신하기 위해 행복배움학교를 선택했다.

고교인 만큼 대학입시에 대한 고민도 함께했다. 임단철 교장은 “대입 추세가 정시보다는 학생부 종합전형 등 다른 쪽으로 기우는 만큼 이에 대응해 행복배움학교로서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1학년 3반 학생들의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제대로 알기 캠페인.(사진제공ㆍ안남고등학교)

학교 정문을 열린 공간으로
등교 때 다양한 캠페인 진행

안남고교의 다양한 학생 참여 활동 중 하나는 학교 정문에서부터 시작된다. 등교시간에 학교 정문은 온전히 학생들의 것이다. 교사들이 나와 등교를 지도하는 공간이 아니라, 학생들이 하고 싶은 캠페인을 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정문을 활용하고 있다.

학생들은 반이나 동아리별로 하고 싶은 활동을 정해 날짜를 신청하고 그날 아침 활동을 정문에서 할 수 있다.

지금까지 활동한 내용을 보면 ▲또래상담반 학생들의 생명존중과 자기사랑 캠페인 ▲학생회의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친구사랑 캠페인과 세월호 참사 5주기 추모와 안전한 학교ㆍ사회 만들기 캠페인 ▲유네스코 학교 자율동아리인 ‘세계시민발전소’ 학생들의 ‘유네스코 학교’ 알리기 활동 ▲1학년 3반 학생들의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제대로 알기 캠페인 등, 다양하다.

학생들에게는 학교에서 하고 싶은 활동을 스스로 기획해서 해보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게다가 이런 다양한 활동은 생활기록부에 고스란히 기록되며 입시에도 큰 도움을 준다.

유네스코 학교 활동 내용 중 하나인 생물 다양성 캠페인 (사진제공ㆍ안남고등학교)

‘꿈돋음’ 진로선택 자율전공 교육과정

안남고교 1학년 학생들은 평소 듣는 수업이 아니라 특별한 수업을 들을 기회를 얻는다. ‘꿈돋음’ 교육과정이 바로 그것이다.

이 교육과정은 변화하는 미래에 대응해 직업 체험을 할 수 있는 안남고교만의 교육과정으로, 1학년 학생들에게 1년간 총10차례 진행한다.

자연ㆍ과학과 IT 신기술 체험 교육 분야와 인문ㆍ사회 분야, 융ㆍ복합 교육 분야로 나뉜다.

과학 분야에 ▲메이킹 드론과 코딩 드론 ▲3D 프린팅 ▲증강현실(블록셀) ▲스마트 무선 컨트롤러 ‘엘리오’ ▲오조블록클리로 코딩이 가능한 로봇 ‘오조봇’ 수업이 있다. 인문 분야에는 ▲창의 발상 ▲오픈 스페이스 토론 ▲생각 코딩 ▲국제통상 특강 등이 있다.

기존 반이 아니라 과목별로 반을 재구성해 운영하는데, 정규 교육과정인 진로 시간을 활용해 수업하는 만큼 학생들이 추가로 시간을 내는 일도 없다.

담당 교사는 학생들의 소감문 작성 등을 지도하고 학년 말에 생활기록부 진로 영역에 이수단위와 이수 여부, 세부 능력과 특기 사항을 기록한다. 또, 수행 과정이나 산출물을 관찰해 평가하고 학생들의 활동과 경험을 누적한 포트폴리오도 만든다.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고 그에 따라 희망하는 강좌를 자유롭게 선택해 수업을 할 수 있다는 게 ‘꿈돋음’ 교육과정의 핵심이다.

이뿐만 아니라 ‘교과 융ㆍ복합의 날’을 지정해 학기 당 한 번씩 다른 과목의 수업도 듣는다. 자신이 공부하는 과목이 아닌 다른 과목을 한 학기에 세 시간씩 듣는데, 이를 통해 다른 영역을 이해하고 진로를 설계할 기회를 넓힌다.

이렇게 다양한 강좌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추가 재정이 필요한데, 행복배움학교로 지정돼 시교육청의 지원을 받는다. 학생들이 추가로 시간을 내지 않고도 다양한 과목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는 안남고교의 노력과 함께 행복배움학교라는 시스템이 있기에 가능하다.

꿈돋음 교육과정.(사진제공ㆍ안남고등학교)

초ㆍ중 행복배움학교 성과, 고교로 이어져

임단철 교장은 “행복배움학교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하고 싶어 하고 학생들에게 필요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예산과 행정이 지원되기 때문이다.

물론 행복배움학교를 운영하면 다양한 활동을 함에 따라 행정업무가 늘고 기존 시스템을 바꿔야하는 등,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행복배움학교를 하지 않는 것보다 하는 것이 모든 구성원에게 더 도움이 된다면 시행착오나 고생은 거쳐야할 과정일 뿐이다.

임 교장은 “초교나 중학교 때 행복배움학교 교육을 받고 온 학생들과 대화해보면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며 “행복배움학교 출신 아이들은 더 발랄하고 사고가 트여있는 경우가 많다. 어떤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도 보인다”고 말했다.

초교와 중학교에서 먼저 시행한 행복배움학교의 성과가 고교로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임 교장은 이런 성과를 이어갈 수 있게 계속 교육하고 도와줘야한다고 말했다. 행복배움학교 운영을 시작한 안남고교의 목표에 대해 임 교장은 “학생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그에 따른 책임도 질 수 있어야한다. 그런 역량을 기를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안남고교가 앞으로 가야할 길이다”라고 말했다.

한 학기 연극 활동으로 소통ㆍ협력

지난해 진행한 2학년 연극 활동 모습 (사진제공ㆍ안남고등학교)

안남고교 2학년 학생들은 반별로 1학기 수업시간을 활용해 연극 공연을 한다. 짜인 각본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대본 작성부터 홍보, 음향, 연기까지 모든 분야를 각자 역할을 맡아 수행한 뒤 1학기가 끝날 때 공연으로 발표한다.

지난해 ‘미래교육 모델학교’로 지정돼 처음 시작한 연극 활동은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지금은 대본을 정하고 각자 역할을 나누는 단계다.

한 반 전체 학생이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어내는 연극은 공동체 의식과 소통, 협력 등 다양한 가치를 일깨워준다. 아울러 친구들을 대학 입시 경쟁자가 아닌 곁에 있고 함께 힘을 모아야하는 동료로 인식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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