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과 기업, 금융기관 이해관계 얽혀
"인천시가 나서서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인천투데이 김강현 기자] 지난 21일, 인천시청 정문 앞에 파란색 천막이 한 동 설치됐다. 천막에는 ‘동구 수소연료전지발전소 백지화 촉구 단식농성’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다.

그 안에서 단식 농성을 하고 있는 김종호 동구 수소연료전지발전소 건립 반대 비상대책위원회 공동대표를 29일 만났다.

김종호 비대위 공동대표는 단식을 하며 낮 시간 동안 시청 본관 앞에서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단식 9일째, “어제까지는 괜찮았는데 이제 괜찮지는 않고 조금 힘들어요”라고 말한 김종호 공동대표는 "인천시가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전 시정부의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으라고 시민들이 현 시정부를 선택한 것이다. 그만큼 잘못된 것을 바로잡으려는 용기가 있어야한다”고 했다.

수소연료전지발전소가 동구에 건립된다는 소식은 지난 1월에야 주민들에게 알려졌다. 당초 송도에 건립을 검토했는데 2017년 5월부터 인천시가 동구 이전을 검토했으며, 동구 이전 결정 이후 민간투자사업 제안부터 양해각서 체결, 발전사업 허가까지 행정처리가 67일 만에 일사천리로 완료됐다.

총사업비 2300억 원 규모의 발전사업의 행정처리가 두 달 만에 완료됐다는 것도 이상한데, 심지어 그 과정은 주민들에게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발전소 인근 300m 거리에는 3000가구가 넘는 아파트 단지가 있는데도 말이다.

먹고 자고 살아가는 공간 바로 앞에 발전소가 들어온다는 소식을 들은 주민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기자회견을 열고 수차례 총궐기를 하고 주민투표까지 진행했다.

이름도 생소한 수소연료전지 발전소가 지어진다는데, 그게 안전한지 아닌지조차 모르니 주민들은 답답할 따름이었다. 사업시행자가 말하는 ‘안전하다, 깨끗하다’를 그대로 믿을 수 없었다.

주민들은 스스로 자료를 찾고 공부하며 문제점과 우려되는 것들을 하나하나 짚어내며 대응하기 시작했다.

수소연료전지 발전소의 민낯

동구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조감도 (사진출처ㆍ한국수력원자력)

주민들은 다른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를 견학하고 수소연료전지 발전소가 소음을 유발한다는 것을 알아냈고, 천연가스 개질 과정에서 유해물질이 발생한다는 것도 밝혀냈다. 이는 사업자가 이전에 말했던 ‘공기청정기 효과가 있다’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결과였다.

일각에서는 수소 연료의 안전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하기도 했지만 사업자는 ‘수소에너지는 안전하다’며 이런 지적을 일축했다.

그러던 중 지난 23일 강릉에서 수소탱크가 폭발해 사상자 8명이 발생했다. 사고 장소에서 7km떨어진 곳까지 폭발 굉음이 들렸고 200m 부근에도 탱크 잔해가 떨어지는 등, 폭발은 굉장했다.

사고 현장 사진을 본 주민들은 “아찔하다”며 걱정했다. “이전에는 환경이나 소음 등만 우려했는데, 이제는 폭발 염려까지 생겼습니다. 발전소 코앞에 3000가구 아파트가 있는데, 폭발한다면···재앙이 따로 없습니다.”

사업자는 폭발 사고고 난 시설과 동구 발전소는 원리가 다르다며 안전하다고 말하지만 ‘수소라는 에너지원이 과연 안전한가’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는 인천뿐만 아니라 국내 곳곳에서 급증하고 있다. 갑자기 수소연료전지 발전소가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의 ‘수소경제’에서 비롯했다. 정부는 지난 1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고 수소자동차와 수소연료전지 등의 에너지원을 새로운 성장 동력이라고 했다.

지난 1월 문재인 대통령은 '수소경제는 또 다시 우리에게 기회의 문을 열어줄 것'이라며 수소경제 활성화를 이야기했다. (사진출처ㆍ청와대)

정부는 이미 그 전부터 기존 화석연료보다 친환경적인 미래 에너지원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으로 신·재생에너지 발전소를 확대하겠다고 밝혔으며, 인천시도 이에 따라 현재 52% 수준인 인천의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을 2022년까지 232%까지 올리겠다는 ‘신재생에너지 보급 중장기 종합계획 수립 용역’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각종 정부 정책도 수소연료전지 발전사업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즉, 수소연료전지 발전사업에 유리하게 바뀌었다.

우선 전력거래소가 사들이는 전기 공급가격을 조정했다. 전력거래소는 신·재생에너지로 만들어낸 전기를 기존 화석연료보다 더 높은 값으로 구매한다. 같은 양을 만들어도 더 비싸게 전력을 팔 수 있는 수소연료전지 발전에 사업자들이 몰리게 한 것이다.  

또, 수소연료전지의 원재료인 천연가스 공급가격을 낮추는 '연료전지 전용 LNG 요금제'를 5월 1일부터 시행했다. 이로 인해 발전사업자는 기존보다 6.5% 인하된 가격에 천연가스를 살 수 있다.

동구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로 예를 들어보자. 발전소를 돌리기 위해 들어가는 연료비(=가스비)는 2023년 기준 520억 원으로 예상되는데, 그 가격의 6.5%를 인하하면 단순 계산으로도 1년에 33억 8000만 원의 이익이 발생한다. 발전소가 20년간 유지된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676억 원의 이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사업자에게 엄청난 수익을 안겨준다.

각종 정책으로 재료를 싸게 사서 더 비싸게 팔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수소연료전지 발전사업이 막대한 수익을 가져다 주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떠오른 것이다.

동구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를 둘러싼 이해관계

동구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사업자인 인천연료전지(주)의 지분 구조를 보면, 한국수력원자력 60%, 삼천리 20%, 두산 20%다. 

동구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를 둘러싼 이해관계

한수원은 동구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를 통해 전기 판매수익과 함께 500MW 이상 발전사업자의 의무인 REC(신재생에너지 의무발전인증)를 받고, 삼천리는 원재료인 가스를 팔아 수익을 내며, 두산은 자신들의 연료전지를 판매함과 동시에 설계·시공·조달을 일괄 수주해 추가 이익을 챙겨간다.

이렇게 만들어진 사업자 인천연료전지(주)는 전력거래소에 전기를 팔고 인천종합에너지(주)에 열을 팔아 수익을 낸다. 주주단이 사업비의 10%를 투자하면 나머지 90%는 금융기관이 투자하는데, 금융기관은 이에 대한 이자로 수익을 낸다.

이런 이해관계 속에서 동구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는 지금 상황까지 왔다. 막대한 자본이 굴러가는 사업을 주민들이 반대한다는 이유만으로 중단할 가능성은 적다.

행정 권한이 없다면 정치적으로 풀어야

위에서 알아본 듯 사업자가 자진해서 이 사업을 철회할 가능성은 없다고 볼 수 있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힘과 책임은 발전소 건립을 추진하고 행정적으로 지원한 인천시에 있다. 

그러나 시는 지금까지 ‘권한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미 허가가 났기 때문에 이를 막을 행정적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주민 비대위와 사업자, 시와 시의회, 동구, 동구의회가 모여 구성한 민관협의체에서도 시는 이렇다할 의견을 밝히지 않고 있다. 

박남춘 시장이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관련 시민청원에 답변하고 있다. (인천시 시민청원 답변 갈무리)

주민들은 시민청원 게시판에 이와 관련한 민원을 넣는 등, 여러 방법으로 시의 전향적인 태도를 요구했지만 박남춘 시장은 “이전 정부에서 주민 수용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며 “앞으로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답변만 내놓았다. 이는 사실상 ‘이미 어쩔 수 없고 앞으로는 잘 하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고 주민들은 받아들이고 있다.

김종호 공동대표는 “민간사업자야 주민공청회 등을 해야 하는 규정이 없다면 안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행정이 그러면 안 된다. 시는 법적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데, 법적 절차만 놓고 볼 거면 왜 투표하고, 월급은 왜 시민세금으로 받아가느냐. 법이 포괄하지 못하는 주민들의 권리와 삶을 지원하고 보호해야 하는 게 행정의 역할 아니냐”고 꼬집었다.

사업자인 인천연료전지(주)는 동구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준비한다거나 주민들을 허위사실 유포로 고소하겠다는 등, 강하게 대처하고 있는데, 이는 사업자도 계속되는 마찰이 부담스럽다는 것을 방증하기도 한다.

이번 문제를 잘 해결하지 못하면 주민들과 마찰을 인지한 금융기관으로부터 투자 받지 못할 수도 있고 앞으로 남은 다른 지역 발전사업도 마찰이 생길 수 있다. 원만한 해결을 바라는 것은 주민들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단식농성 4일째인 지난 24일 농성장을 찾은 박남춘 인천시장. (사진제공ㆍ동구 발전소 건립반대 비대위)

그렇다면 시가 나서서 대체 토지를 마련하는 등의 방법으로 사업자를 설득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박남춘 시장의 핵심 정책 중 하나인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있다. 민관협의체 주체들이 공론화위원회에서 나온 결정을 따르겠다고 확약한 후 공론화위원회에서 이를 논의해 동구 주민뿐만 아닌 여러 시민의 의견을 듣고 해결방법을 결정하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시도 부담을 덜 수 있다.

물론 이런 방법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시의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

김종호 공동대표는 “어려운 일에 처했을 때 그 사람의 진가가 드러나는 법이다. 박 시장의 개혁성과 문제해결 능력, 그리고 그가 말하는 '시민이 시장'이라는 것이 진심인지 아닌지는 이럴 때 나타난다. 박 시장이 시민들의 입장에서 문제를 해결해나갈 것인지 자본과 기업 논리로 시민들의 고통을 무시할 것인지는 곧 드러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비대위는 30일 오전 11시부터 인천시청 앞에서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철회를 촉구하는 동구 주민 총궐기대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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