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투데이 심혜진 시민기자] 핸드폰이 이상해졌다. 화면에는 분명 배터리가 60%나 남았다고 나오는데도 몇 분만 들여다보고 있으면 전원이 꺼져버린다. 얼마 전엔 처음 가본 낯선 동네에서 핸드폰으로 길을 찾던 중 화면이 꺼지는 황당한 일도 겪었다. 이런 사태가 올까봐 미리 보조배터리를 챙긴 덕에 도시 미아가 되는 일은 모면했다.

배터리가 수명을 다한 모양이다. 만 4년 동안 썼으니 꽤 오래 버텼다. 배터리는 휴대용 전자기기의 성능과 수명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다. 초창기 작은 화면의 핸드폰은 문자메시지를 보낼 때를 제외하곤 화면을 오래 들여다볼 일이 없었다. 그래도 하루 한 번 꼬박꼬박 배터리를 충전해야했다.

20여 년 사이 휴대전화는 컴퓨터 수준으로 발전했고 배터리 성능도 무척 좋아졌다. 무게와 부피가 줄었고 용량이 크게 늘었다. 배터리를 만드는 원료에 큰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초창기 핸드폰 배터리에는 니켈이나 카드뮴 같은 중금속이 원료로 쓰였는데 요즘은 주로 리튬을 사용한다. 리튬은 원자번호 3번으로 지금까지 발견한 금속 가운데 가장 가볍다. 배터리의 무게를 줄이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 그렇다고 배터리에 리튬 금속이 덩어리째로 들어있는 건 아니다. 이온 상태의 리튬이 배터리 속 액체 상태의 전해액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며 전기에너지를 전달해 휴대폰을 밝히고 소리를 내고 진동을 울린다. 이온은 +나 – 전기를 띠는 입자를 말한다. 이러한 배터리를 리튬이온전지라고 한다.

리튬이온전지는 양극(+), 음극(-), 전해액, 분리막으로 구성돼있다. 양극에는 리튬이온, 음극에는 주로 흑연이 들어간다. 충전할 때에는 양극의 리튬이온이 전해질을 타고 이동해 음극의 흑연 사이로 들어가 자리를 잡는다. 모든 리튬이온이 음극으로 이동하면 충전 100% 상태가 된다. 휴대폰을 충전기에서 분리하는 순간부터 음극에 가있던 리튬이온은 다시 원래 자리인 양극으로 되돌아오기 시작한다.

이때 방출된 전기에너지를 핸드폰이 사용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분리막은 양극과 음극이 서로 만나지 못하게 막는 대신 좁은 틈으로 이온들만 이동하게끔 하는 역할을 한다. 만일 이 틈으로 전자가 통과해 양극과 음극이 만나면 전자가 빠르게 이동하면서 과열되고 심할 경우 폭발할 수도 있다. 그래서 유기용매를 전해액으로 사용하는 대부분의 휴대폰 배터리는 폭발 위험을 안고 있다.

이 때문에 전해액 대신 고체인 폴리머라는 화합물을 사용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애플사의 아이폰이 폴리머를 사용한다. 폴리머는 전지를 둘러싸고 있는 외관이 두껍지 않아도 되기 에 핸드폰 두께를 얇게 만들 수 있다. 또, 리튬이온을 전달하는 능력과 안정성이 높고 무게도 가볍다.

전해액을 사용하든 폴리머를 사용하든 현재 휴대폰 배터리는 추운 환경에서 제대로 전력을 내지 못하는 것이 큰 단점이다. 영하의 온도에서 전해액이 얼고 폴리머가 굳으면 리튬이온의 이동이 느려져 배터리가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심하면 핸드폰 전원이 꺼지기도 한다. 물론 따뜻한 곳에 가면 배터리가 다시 살아나지만 이 과정이 반복되면 배터리 성능이 영구적으로 낮아질 수 있다.

지금은 주로 소형 가전제품에서 휴대용 배터리를 사용하지만 앞으로는 전기자동차 등 큰 전력이 필요한 곳까지 그 영역이 확대될 것이다. 그때쯤이면 휴대폰 배터리를 일주일이나 한 달에 한 번만 충전해도 될지도, 어쩌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배터리 때문에 정든 핸드폰과 이별하는 일이 앞으로 몇 번이나 더 있으려나. 그 간격이 점점 길어지면 좋겠다.

※심혜진은 2년 전부터 글쓰기만으로 돈을 벌겠다는 결심을 하고 열심히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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