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민주노총인천본부 정책국장

[인천투데이] 민주노총 경기본부와 이재명 경기지사가 노정교섭 협력 선언을 했다는 기사가 요 며칠 제법 쏟아져 나왔다. 작년 11월부터 양쪽이 안건 47개를 두고 교섭해 결과물을 어느 정도 내왔으며, 이후 교섭을 지속한다는 것을 선언문에 담았다. 이번 경기도 사례가 언론의 주목을 받은 것은 민주노총 지역본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교섭해 공식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낸 최초의 사례이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인천본부를 비롯해 국내 16개 광역시ㆍ도에 설치돼있는 민주노총 지역본부 대부분이 오래 전부터 해당 지자체에 교섭을 요구해왔지만 제대로 진행된 사례는 없었다. 아예 교섭 자체가 성사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지자체들이 ‘노사민정 협의회’를 유일한 교섭기구로 간주해 별도 교섭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노사민정 협의회’는 이명박 정부 때 만들어졌는데, 명칭에도 드러나듯 노ㆍ사ㆍ민ㆍ정이 구성원이 된다. 민주노총은 노동 영역에 대한 지자체의 책임과 역할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노동조합과 기업주, 정체성이 불분명한 ‘민’을 참여시키는 기구가 노동정책을 책임 있게 논의하는 기구가 되기 힘들며, 지역 경제를 위해 노동자의 희생과 양보를 강요하는 기구가 될 것이라는 비판과 우려를 제기고 참여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각 지역 ‘노사민정 협의회’ 운영 실상은 척박하기 그지없는 지자체 노동정책이 방증하고 있다. 인천시도 예외가 아니다.

민주노총 인천본부가 이번 경기도 사례를 주목하는 이유는 민주노총 인천본부와 인천시가 정책협의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4월 25일에 민주노총 인천본부 대표자들과 박남춘 시장을 비롯한 인천시 관계자들이 모여 정책협의를 진행했다. 민주노총 인천본부는 보다 민주적인 노정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과거처럼 ‘노사민정 협의회’에만 연연하지 말고 민주노총 인천본부와 노정교섭을 정례적으로 진행할 것, 노동정책ㆍ행정체계를 구축할 것, 민관 협력노동 상담 인프라를 구축해나갈 것 등, 7대 요구안과 여러 산별노조의 정책요구안을 제시했다. 보다시피 요구안의 대부분은 민주노총 인천본부 소속 조합원의 요구가 아닌, 노조 없는 사업장의 노동자들을 위한 정책과 인천시가 노동정책을 확대해가는 데 필요한 정책이다. 현재는 세부적인 사항을 어떻게 협의할지 인천시와 협의 중이다.

민주노총 인천본부는 오래 전부터 인천시에 노정교섭을 요구해왔지만 역대 시장 모두 이에 책임 있게 응하지 않았다. 그만큼 박남춘 시정부와 이제 막 시작한 정책협의에 기대도 걱정도 크다. 일단 출발은 과거에 비해 나쁘지 않다. 민주노총 인천본부가 내놓은 요구안 중 일부는 이미 진행 중인데, 인천시가 7월 조직개편으로 노동정책 전담 부서를 신설하는 게 대표적이다. 노동정책 전담 부서를 만든다는 것은 지자체가 노동정책을 공식적인 책무로 삼겠다는 의지 표현인 동시에 노동정책을 실제 만들고 실행하는 실체, 즉 사람과 예산이 생긴다는 의미다.

경기도 성과는 꼬박 반년이 걸려 만들어졌다. 민주노총 인천본부와 인천시의 정책협의가 올 가을 쯤에는 의미 있는 결실을 맺기를 기대한다. 그것은 인천시가 정책 대상이 아닌 권리주체로서 노동자, 견제와 동원 대상이 아닌 토론과 협의 대상으로서 노동조합이라는 인식을 분명히 가질 때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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