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대우 유동성위기 당분간 지속될 듯
협력업체, “최악의 상황 예상하고 있다”

GM대우의 모기업인 GM(제너럴모터스)가 제출한 구조조정 방안이 미흡하다며 미국 정부가 추가 재정 지원을 거부해 GM대우는 잔인한 4월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GM이 요청한 166억 달러 규모의 추가 자금 지원을 보류했다. 대신 GM은 60일간 미국 정부가 납득할 만한 회생방안을 다시 제출해야한다. 이로 인해 GM대우의 유동성 위기도 당분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GM대우의 매출은 대부분 수출에 의존한다. 2007년 매출액 기준으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86.8%에 이른다. 수출이 GM대우의 직접 판매망이 아닌 GM의 판매망이다 보니 수출 매출 대금 역시 GM을 통해 들어오게 돼있다. 하지만 수출 판매대금이 입금되지 않으면서 GM대우의 유동성 위기는 지속되고 있다.

때문에 GM대우는 유동성 확보를 위해 지난 2월 정부와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1조원 규모의 자금지원을 요청했지만, 여전히 답보상태다. 업계에서는 GM의 추가 자금지원 요청이 거부되면서 한국 정부와 채권단이 먼저 나서 GM대우를 지원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편에서는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GM대우에 자금지원을 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GM의 회생방안이 받아들여져 미국 정부로부터 자금지원을 받을 경우 그 자금으로 자회사인 GM대우를 지원하면 된다는 것.

이와 관련 GM대우 관계자는 “미국정부가 GM에 지원한 자금은 현재 법적으로 국내(GM대우)에 들어올 수 없게 돼있다. 한국 정부가 GM대우에 지원하더라도 이 역시 마찬가지다”라며 “미국 정부의 이번 조치는 GM에게 더 강력한 구조조정을 주문하는 경고성 조치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GM이 제출한 구조조정 방안을 ‘낙제점’이라 평가하며 자금 지원을 거부했다. 즉, 미국 정부는 GM이 보다 강력한 구조조정(안)을 마련해야 추가 자금지원을 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 등 채권단도 GM대우에 자금지원 조건으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 방안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임원 임금 10% 삭감 등의 자구책을 내놓았지만 채권단에서는 이를 미흡하다고 받아들이고 있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GM대우는 지난달 31일 노동조합 측에 ▲서울 양평동과 동서울 정비사업소 2곳을 매각 추진 ▲기본급10% 삭감 ▲학자금 지원 중단 ▲ 의료비 지원 중단 등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2009년 임금교섭 사측 요구안’을 통보했다.

미국 정부가 극적으로 GM을 파산위기에서 모면시켜 준다하더라도 이는 60일 뒤, 즉 6월께 가능한 일이라 산업은행의 GM대우에 대한 자금지원도 6월 중 구체적인 검토가 이뤄질 것으로 보여 GM대우의 유동성 위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GM대우에 따르면, 2009년 1분기 판매실적은 총 13만 5489대(내수 1만 8576대, 수출 11만 6913대, CKD 제외)로 지난해 같은 기간(24만 1082대)에 비해 무려 43.8%나 감소했다. 판매부진에서 비롯된 매출액 감소는 유동성 위기로 직결된다.

게다가 정부가 자동차관련 세금을 깎아주는 자동차산업 활성화 정책역시 5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라 GM대우에 4월은 ‘잔인한 4월’이 될 가능성이 높다.

유동성 5월 위기설…공포에 떠는 협력업체

인터넷신문 <이데일리>에 따르면, 마이클 그리말디 GM대우 사장은 2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09 서울모터쇼’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GM대우차를 도와주는 데 큰 관심을 갖고 있다”며 “향후 몇 년간 지속적인 투자를 희망하기 때문에 산업은행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지분 확대 방식이 아닌 추가 대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향후 자금 지원에 다소 낙관적인 전망을 내비쳤다.

아울러 그는 “미국 정부가 요구하는 대로 할 경우 GM은 파산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만약 GM이 파산하더라도 미국 내 사업장에만 영향이 있을 뿐, GM대우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협력업체들이 피부로 느끼는 것은 이와 다르다. 협력업체는 2일 GM대우 그리말디 사장의 ‘2분기 유동성 위기’ 발표가 있기 전부터 5월 유동성 위기를 예감하고 있었다. 심지어 일부 협력업체는 최악의 상황(GM파산)을 염두 하기도 한다.

GM대우에 모터케이스를 납품하는 협력업체 H주식회사는 지난해 11월부터 휴업에 들어갔다. 당시 Y이사는 “내년 3월이 되도 공장 가동률이 50%수준에 이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발주됐던 물품도 취소되고 있다”고 했다.

4월 1일 다시 통화했을 때 그는 “우리 사장들끼리 만나면 다들 5월 유동성 위기를 꺼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동차 부품 관련 공장 가동률은 3분의 1수준으로 떨어졌다. 일하던 직원들도 40여명에서 26명으로 줄었다. 자진해서 그만두는데 붙잡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처지”라며 “다른 업종 오더(주문)를 가져오려 노력하지만 그마저도 만만치 않다. 2년은 어떻게 해서든 버텨 보려하는데 쉽지 않다”고 전했다.

GM대우에 자동차시트관련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 D기업 K사장은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고 싶다. 하지만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 지난해 11월보다 더 어렵다. 40명 직원은 20명으로 줄었고, 가동률은 20%대로 떨어졌다. 일이 없으니 막막하다”며 “GM이 파산하면 그 파장이 GM대우로, 다시 1차벤더에서 2차로, 3~4차로 연쇄적으로 일어나게 된다. 마지막에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또 “세계 경제 불황에서 비롯된 일인 만큼 이 위기를 벗어나려면 경기가 살아나야 한다. 이 상황에서는 누가 처방을 내리더라도 힘들지 않겠냐?”며 “우리야 우선 GM이 파산하지 않기를 바라지만 만일 파산한다면 도미노 현상을 어찌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GM대우에 따르면, 1차 협력업체가 400여개, 2ㆍ3차 협력업체를 포함하면 약 1만 여개에 달한다. 여기에 하도급이 더 내려가면 파악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많고 미등록 협력업체도 상당수에 달한다. 때문에 GM이 파산 시 가장 우려되는 지점이 바로 협력업체의 줄도산과 이로 인한 대규모 실업이다.

이와 관련 GM대우 관계자는 “GM대우가 국민경제 미치는 영향이 어마어마하다. 그래서 이 시기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라며 “정부와 산업은행의 유동성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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