仁川, 마을이 살아야 도시가 산다 (19)
미추홀구 인천SK스카이뷰 ‘꿈꾸는 하늘정원’

[인천투데이 장호영 기자]

<편집자 주>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사회 양극화와 주민 간 갈등, 각종 지역 문제로 인해 지역공동체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함께하는 삶의 시작점인 ‘마을’을 나와 우리를 풍요롭게 하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마을공동체운동과 사업에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인구 300만 명의 대도시 인천은 8개 구와 2개 군으로 이뤄져있고, 구ㆍ군마다 수십 개의 동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는 수많은 마을들이 있다. ‘마을’이란 동 단위 보다는 작은 규모의 공간이다. 하지만 물리적 공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일상생활을 함께 하면서 소통을 바탕으로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공간을 의미한다. 주민들이 모여 자신들이 속한 마을에 관한 일을 스스로 결정하고 해결하는 마을공동체를 이룰 때 진정한 마을이라 할 수 있다.

마을은 도시를 구성하고 지탱하는 세포와 같고, 그래서 마을이 살아야 도시가 살 수 있다. 마을공동체에 대한 시민의 관심도를 높이고 참여를 넓히기 위해 <인천투데이>는 올해 인천의 다양한 마을공동체를 만나 그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한다.

2017년 11월, 주민모임 ‘꿈꾸는 하늘정원’ 만들어

5월 9일 진행한 입주민 원예교육에서 ‘꿈꾸는 하늘정원’ 회원들과 참여 주민들이 함께 기념 촬영을 했다.

2016년 6월 입주를 시작해 이제 막 3년차에 접어드는 인천SK스카이뷰(미추홀구 용현동 소재, 3971세대)는 단지 내 풍성하고 아름다운 정원과 공동체 텃밭운영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아파트 주민들이 함께 진행한 공동체 텃밭 운영과 다양한 원예 활동은 1년 만에 인천시의 우수 마을공동체 활동으로 선정됐다.

2017년 11월에 만든 주민모임 ‘꿈꾸는 하늘정원(회장 최윤정)’이 지난해 진행한 ‘이웃과 함께하는 SK 정원교실’은 ‘2018년 인천시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 사업’ 우수 사례로 선정돼 소통상을 받았다.

최윤정 회장은 “회원들이 그동안 열심히 활동했고 회원들 간 소통과 화합의 결실로 상을 받을 수 있었다”며 “그동안 예산이 많이 부족해 회원들이 자비를 많이 부담했는데 지금은 아파트에서 조금이나마 지원을 받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주민모임, 잘 꾸며진 조경 관리와 갈등 해소 위해 출발

5월 21일 열린 텃밭미니장터.

‘꿈꾸는 하늘정원’은 원예관리사 자격증 시험공부를 하던 주민 5명에서 비롯했다. 아파트 정원 등 조경시설이 잘 꾸며져 있었지만 입주 초기 관리하는 사람이 없어 방치됐다. 그렇다 보니 주민 간 갈등이 생기기도 했다.

원예관리사를 공부하던 주민들이 정원을 가꾸는 데 관심을 보이자, 아파트 동대표가 모임 결성을 제안했다.

먼저 미추홀구로부터 재정을 지원받을 수 있는 ‘통두레’ 모임을 2017년 7월 구성해 활동을 시작했다. 주민들을 대상으로 원예수업을 진행했으며, 애초 텃밭으로 만들었지만 꽃이 심어져있던 곳을 텃밭으로 복원해 아이들을 위한 생태교육용으로 활용했다. 배추를 길러 주민들과 함께 배추전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호응을 얻은 모임은 2017년 11월 회원 30명을 모아 마을공동체 ‘꿈꾸는 하늘정원’을 만들었다. 2018년 인천시 마을공동체 지원 사업 공모에 ‘이웃과 함께하는 SK 정원교실’을 신청해 예산을 지원받았다.

텃밭 농작물 판매해 불우이웃 도와

4월 23일 진행한 상자텃밭 분양 행사.

‘꿈꾸는 하늘정원’은 지금 단지 내 커뮤니티센터 앞에 있는 공동체 텃밭을 운영하고 있다. 작년에는 경로당 앞에 있는 텃밭도 함께 운영했다. 회원들이 봄부터 가을까지 상추ㆍ열무·토마토ㆍ배추ㆍ고추ㆍ가지 등을 심고 수확한다. 화학비료나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재배를 하고 있다. 덕분에 배추에 달라붙은 벌레를 떼어내느라 회원들이 고생을 많이 하기도 했다.

텃밭 수확물은 주민들에게 한 봉지에 1000원 씩 받고 판매한다. 일명 ‘텃밭미니장터’를 여는데, 판매수익금은 전액 불우이웃 돕기에 기부한다. 미니장터를 열면 늘 모두 판다. 회원들은 수확물을 거의 가져가지 못하지만 늘 웃음이 넘친다.

2018년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 사업으로 주민들과 함께하는 사업을 여럿 했다. 4월과 6월에는 어린이들이 텃밭에서 파종하고 모종을 심어 기른 뒤 수확하는 어린이 생태교육을 진행했다. 상자텃밭도 분양했다. 8월에는 원예관리사 자격증이 있는 회원들의 재능기부로 어린이 원예교실을 열었다.

6월과 9월에는 전문 숲 해설가를 초청해 주민들과 단지 내 정원을 돌아보는 ‘숲 체험과 만들기 체험’을 진행했다. 어린이 대상 ‘정원 그리기 대회’와 주민 대상 ‘정원사진 콘테스트’도 열었다. 대회와 콘테스트에 각각 100여 명이 참여했다.

특히 ‘정원 그리기 대회’ 때는 주민들이 가족단위로 단지 내 정원 곳곳에서 소풍을 즐기듯 참여했으며, 사진 콘테스트는 주민들의 이웃 사랑과 아파트 사랑을 엿볼 수 있었다.

올해는 더 많은 공동체 사업 계획 중

5월 14일 열린 상추모종심기 어린이 생태교육.

올해 인천시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 사업 공모와 미추홀구 통두레 모임에 모두 선정된 ‘꿈꾸는 하늘정원’은 작년보다 더 많은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해 진행한 사업에 주민들에게 봄꽃 모종을 나눠주는 ‘봄꽃나눔 행사’와 함께 회원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짚풀공예 수업과 도시농업박람회 견학 등을 추가했다.

4월에 진행한 봄꽃 나눔에선 빈 화분이나 재활용 용기를 가져온 주민에게 꽃모종을 나눠줬다. 나눠주며 쌀을 기부 받았다. 기부 받은 쌀로 조만간 떡을 만들어 주민들과 함께 나눠먹을 예정이다.

조연순 부회장은 “상자텃밭을 분양받은 아이들은 학교 갔다 오면서 텃밭에 들러 작물이 자라는 모습을 보고 물도 주면서 즐거워한다”며 “회원 중 세 명은 활동하며 원예관리사 자격증을 땄으며, 세 명은 도시농업관리사 자격증을 땄다. 일곱 명은 원예관리사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명숙 총무는 “공동체 텃밭과 잘 가꾼 정원을 다른 아파트에서 부러워하고 찾아오는 날이 오면 좋겠다”며 “이제는 회원들을 못 만난 날은 섭섭하고 만나고싶다. 주민들도 한 번이라도 더 텃밭이나 행사에 찾아와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윤정 회장은 “텃밭 활동을 하며 주민들 간 친밀감과 유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새로 이사 온 사람들이 외롭지 않게 함께 정을 나누며 사는 아파트가 될 수 있게 텃밭과 정원이 소통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5월 1일 열린 봄꽃 나눔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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