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대한민국 스승상’ 수상한 구수진 인천약산초교 교사
오케스트라 음악봉사ㆍ캄보디아 국제학교 교육 등 다양한 활동

[인천투데이 김강현 기자] ‘Non Sibi’는 라틴어로 ‘나만을 생각하지 않는’이라는 뜻이다. 개인인 ‘나’가 아닌 공동체 속에 수많은 ‘나’들 중 하나의 주체로 인식하는 것이다. 이러한 교육철학이 교육과정에 녹아든다. 인천에서 이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활동을 펼치는 교사가 있다. 바로 구수진 약산초등학교 교사다.

구 교사는 오는 31일에 국내 최고 권위의 상인 ‘대한민국 스승상’과 근정포장을 받는다. 참다운 스승, 존경받는 스승에게 주는 스승상을 수상하는 구 교사를 인터뷰했다.

구수진 약산초등학교 교사.

“아이들에게 배움이 생활이 되고 ‘나’라는 존재가 이어져 공동체가 만들어지는 것을 교육할 방법을 고민하면서 ‘Non Sibi’ 교육을 시작했습니다. 블록에서 하나가 빠지면 전체가 무너지는 것처럼 ‘나’를 따로 떼어놓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공동체 속에서 함께 잘 살아가는 방법을 찾고 정의롭게 책임을 지게 하는 것, 그래서 한 명의 시민으로 책임을 다하게 하는 것이 ‘Non Sibi’ 교육의 핵심입니다.”

얼핏 보면 작은 생각의 차이지만 그 차이가 가져오는 변화는 크다. 학생들은 ‘나’ 이외의 다른 존재도 세상에 있다는 당연한 진리를 깨닫고 공동체 안에 존재하는 수많은 ‘나’들에 공감하고 타인의 입장에서 ‘나’를 보며 관계를 만들어간다. 수업도 일반적인 교과과정이 아니라 프로젝트 위주로 진행하는 등, 다양한 교육방법을 적용해 교사로서 삶의 가치와 교육철학을 전달할 수 있는 교육을 한다.

‘Non Sibi’ 교육과정 중 하나인 프로젝트 수업에서 학생들이 각자 조사한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제공ㆍ구수진 교사)

구 교사가 2007년부터 지금까지 쓰고 있는 교단일기 ‘선생님의 눈 속에’가 대표적 예다. 특정한 주제 없이 학급 홈페이지 등에 구 교사가 글을 올리면 학생들이 댓글을 달며 자유롭게 토론하며 소통한다. 학생들과 소통한 글을 모아 만든 책이 벌써 열권이 넘었다.

구 교사가 이런 교육철학을 자기 반 학생들에게만 적용하는 것은 아니다. 담임교사를 넘어 스승으로서 학생들과 계속 교감하는데, 졸업생들로 이뤄진 오케스트라 음악봉사 연주단 ‘소울앙상블’ 활동도 그중 하나다.

“학생들이 진정한 봉사로 자신이 얼마나 가치 있는 사람인지 느낄 시간이 없다는 게 가장 안타까웠습니다.”

구 교사는 경인교육대학교 부설초등학교에서 오케스트라 활동을 함께 하다가 졸업한 제자들과 2010년부터 소울앙상블 활동을 시작했다. 시작은 제자들의 요구에서 비롯했다. 졸업한 학생들이 구 교사를 찾아와 ‘음악을 계속 하고 싶다’고 말했다.

보수도 없고 정규 수업시간이 아닌 개인 시간을 내야 하는 활동. 구 교사는 제자들에게 ‘너희가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위해 연주한다면 지휘봉을 다시 잡겠다’고 말했으며, 이에 동의하는 제자 열 명 남짓과 함께 소울앙상블을 시작했다.

주말마다 연습해 장애인복지원이나 요양원, 병원 등을 찾아가 음악회를 열었고 인권 관련 주제로 홍대거리 등에서 캠페인 연주회를 하기도 했다. 소울앙상블은 30여 명으로 늘었고 10년이 다 되가는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상동역에서 진행한 인권 캠페인 연주회.(사진제공ㆍ구수진 교사)

“이런 활동이 가능한 이유는 나만을 위한 활동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학생들에게 ‘내가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기회를 얻을 수 있는 환경에서 태어났다는 것이고 그 능력은 다른 이들을 위해 써야한다’고 말합니다. 개인의 능력과 재능이 다른 누군가의 삶에 희망이 되게 쓰여야한다는 거죠.”

구 교사의 이런 가르침은 학생들에게 그대로 전달되며, 학생들은 활동하면서 자신의 가치를 찾는다. 소울앙상블 활동을 하며 현재 버클리음악대학에 진학한 한 제자는 ‘이 활동이 내가 왜 음악을 끝까지 해야 하는지, 앞으로 살아가며 내가 뭘 해야 하는지 가늠할 수 있는 이정표가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구 교사의 가르침은 국경을 뛰어넘어 해외에도 이어진다. 방학마다 캄보디아 ‘소금과 빛 국제학교’에 가서 현지 학생들을 교육한다. 올 여름방학에는 5주 동안 캄보디아에 가서 교육할 계획이다.

“한 10년 전 쯤 사회 수업시간에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학교를 세우고 교육을 시작했던 외국인들에 관한 부분을 교육하다가 문득 ‘내가 지금 아이들하고 수업하고 있는 게 그들 덕분이네’ 하는 생각을 했어요. 내가 빚을 졌다는 생각을 했고 언젠가 그 빚을 갚겠다고 마음먹었는데, 그러다가 ‘소금과 빛 국제학교’를 알게 돼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캄보디아에 있는 ‘소금과 빛 국제학교’에서 초등부 수업을 진행하는 모습.(사진제공ㆍ구수진 교사)

아이들에게 가르쳤던 것처럼 자신의 능력이 본인이 잘해서 얻은 것이 아니라는 것, 그렇게 얻은 능력을 누군가의 삶에 희망이 되게 써야한다는 것을 스스로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캄보디아에서도 한국에서처럼 ‘Non Sibi’ 교육을 하는 것은 물론 프로젝트 수업도 똑같이 한다. 이제는 그곳에서 가르친 학생들이 한국 대학으로 유학을 오기 시작해, 주말에 캄보디아 학생들도 만나 도움을 주기도 한다.

이런 다양한 활동을 하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몇 년째 방학도, 주말도 없이 활동하고 있다. 구 교사의 이런 활동은 가족과 동료 교사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제가 방학 때 활동할 수 있게 방학 근무를 대신 해주신 선생님들이 있고 응원하고 지지해주는 가족이 있어요. 제가 하는 활동을 함께 하진 못해도 응원해주고 도와주는 고마운 분들이 많아요.”

처음 ‘Non Sibi’ 교육과정을 계획하고 처음 소울앙상블을 시작하고 처음 캄보디아 학교 교육을 시작할 때, 당연히 어려움이 뒤따랐다.

정부가 정한 수업 시수를 맞춰야하는 문제도 있었고 처음 하는 시도에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오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의심은 구 교사에게 배운 아이들의 태도와 모습이 바뀌는 것을 보며 사라졌다. 이제는 다른 교사들도 구 교사의 교육과정을 보고 배워 학생들에게 전달한다.

“경인교대 부설초등학교에 있을 때 교장선생님과 다른 선생님들이 많이 도와주셨기에 ‘Non Sibi’ 교육과정의 기반을 만들 수 있었어요. 지금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하고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는 것은 당시 함께 고민하고 힘 써주신 분들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지금도 계속해서 함께 교육과정을 고민하고 도와주시는 분들, 이 교육과정을 적용하고 있는 주변 후배 선생님들에게도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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