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임순례 제7회 디아스포라영화제 운영위원장
부족한 상영 공간, 영사시스템 등 해결 과제
교육프로그램으로 영화제와 관객 모두 성장

[인천투데이 류병희 기자] 제7회 디아스포라영화제가 오는 24일 인천아트플랫폼 야외광장에서 막을 올린다. 배우 조민수와 아나운서 장성규가 개막식 사회를 보며, 소리꾼 이희문과 재즈밴드 프렐류드가 개막공연을 한다.

디아스포라영화제는 지난 6년간 인천의 정체성과 직결한 ‘디아스포라’를 주제로 삼아 문화다양성의 가능성을 조명했다. 그동안 시민 생활영역으로 좀 더 내딛는 교육프로그램을 접목하는 등, 품격과 재미를 고루 갖춘 내실 있는 영화제라는 평을 받았다.

올해 영화제는 지난해와 달리 영화 외에도 다양한 연령층 관객을 위한 프로그램을 새롭게 준비했다. 관객 만족도가 높았던 아카데미 프로그램 대상을 청소년으로 확대했고 청소년 눈높이에 맞춰 디아스포라를 주제로 한 강연과 토크도 선보인다.

또, 이주민이 직접 운영하는 ‘다국적 디저트 카페(CAFE IN, 모자이크)’를 주말 동안 운영한다. 인천 결혼이민자들이 모인 협동조합 ‘글로벌에듀’와 함께 공동 기획한 프로그램으로 몽골, 미얀마, 페루 등 다양한 국가의 음식과 문화를 맛볼 수 있다. 다국적 디저트와 함께 쿠킹클래스, 소품만들기, 보드게임 등 새롭고 다채로운 체험활동이 가능한 체험존으로 운영한다.

영화제 준비 상황과 인천 대표 영화제로 성장하기 위한 과제 등을 영화제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임순례 감독에게 들었다.

임순례 인천영상위원회 운영위원장 (사진 인천영상위원회)

‘나’와 ‘타자’ 사이 이어지길···시설 여건 등 준비 어려워

임순례 감독은 먼저 “디아스포라는 국경과 같은 물리적 경계로 인한 ‘이산’에서 인종, 민족, 젠더, 계급 등의 정신적 경계로 의미가 확장됐다”고 디아스포라의 현재적 의미를 설명했다.

이어서 “영화제는 이산과 이주, 이민과 난민, 탈북 등 다양한 삶과 세계를 소개하고 소외받는 이들과 함께 다양성과 관용의 가치를 나누고자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올해 영화제 슬로건 ‘사이를 잇는’의 의미에 대해서는 “지난해 ‘환대를 넘어’라는 슬로건은 나와 다른 타자들을 환대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공동체를 꾸려 함께 살아가는 공존의 의미였다”라고 한 뒤 “올해는 이 시대의 수많은 차별과 편견 속에서 멀어진 ‘나’와 ‘타자’의 사이를 디아스포라로 이을 수 있는 시간을 갖고자한다”고 설명했다.

영화제는 24일 개막해 28일까지 5일간 인천아트플랫폼과 한중문화관, 자유공원 등에서 진행된다. 영화제를 준비하고 치르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닐 것으로 짐작된다.

올해 처음으로 영화제 출품작을 공모했다. 임 감독은 “과연 작품이 출품될까 의심했는데, 수백 편이 출품됐다. 주제에 맞지 않은 것을 제외하고 상영작 60여 편을 선별하는 게 어려웠다”며 “그런데 그보다는 부족한 상영 공간과 영사시스템, 관람석 등을 새로 디자인하고 구성하는 게 매우 어려운 과제다. 이번에는 중구(구청장 홍인성)와 인천문화재단의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개막작 ‘은서’로 분단현실, 폐막작 ‘집으로 가는 길’로 난민 조명

영화제 개막작은 박준호 감독의 ‘은서’다. 은서는 열일곱에 홀로 북한에서 남한으로 건너왔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어느 날, 엄마가 남한에 왔다는 소식을 접한다. 은서는 자신이 북한 출신이라는 것을 주변에서 알까봐 갈등한다.

임 감독은 개막작으로 ‘은서’를 선정한 이유에 대해 “남북 화해와 평화의 시대에도 탈북난민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유효하다. ‘은서’는 최근 단편영화 중에서 가장 완성도가 높고 탈북난민에 대한 한국 사회의 편견과 차별, 그리고 공존에 대한 고민을 잘 담아낸 작품이다. 선주민과 이주민의 관계를 모색한다는 점에서 이번 영화제 ‘사이를 잇는’과 아주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영화제에선 분단 현실을 조명한 작품이 특히 눈길을 끈다. 탈북ㆍ가난ㆍ폭력의 연쇄 고리에서 여성이 겪은 고통과 비극적 가족사를 그린 윤재호 감독의 장편 ‘뷰티풀 데이즈’와 탈북자 가운데 남아 아닌 제3국으로 떠난 사람들을 다룬 최중호 감독의 다큐 ‘북도 남도 아닌’, 한국전쟁 세대의 아버지를 둔 감독이 민족 분단이 곧 가족 분단이 된 상황을 들여다본 김량 감독의 ‘바다로 가자’ 등이 주목된다.

임 감독이 이번 영화제에서 가장 주목하는 작품은 폐막작인 수피아 아볼롬 감독의 ‘집으로 가는 길’이다. 이 작품은 고향을 향한 예멘 난민 어린이의 애정을 그린 단편영화다.

임 감독은 “고향을 잃고 떠도는 모든 이를 위한 영화다. 특히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제주4ㆍ3항쟁 등 격동의 역사에서 집을 잃고 떠돌던 우리를 위한 영화이기도 하다”며 “‘집으로 가는 길’로 영화제를 마무리한다는 것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올해 포커스 섹션의 주제이기도 한 예맨 난민을 비롯해 ‘모든 난민과 공존’을 계속 고민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제7회 디아스포라영화제 개막작 '은서'의 한 장면
제7회 디아스포라영화제 폐막작 '집으로 가는 길'의 한 장면

전용관 등 마련하고 교육프로그램 병행하면 성장 확신

디아스포라영화제는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다양성 확산을 위한 무지개다리 사업’으로 시작했다. ‘작은 상영회’ 개념이었는데 최근 문화다양성 확산을 대표하는 사업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영화제라는 틀을 갖춘 지는 3년밖에 안 됐다.

임 감독은 영화제의 궁극적 가치에 대해 “1회 작은 상영회 시작부터 이번 7회까지 우리에겐 변함없는 마음가짐 하나가 있다. 그것은 열린 마음과 차별 없는 태도다. 그게 디아스포라의 핵심 가치다”라고 한 뒤 “디아스포라영화제는 유명 감독과 게스트를 모시지도 않고 화려한 볼거리가 많지도 않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영화제를 경험한 관객들이 영화제에서 나눈 대화와 강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곱씹으며 그 의미를 삶의 가치와 태도로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인천에도 인천을 대표하는 영화제가 있으면 좋겠다는 여론이 조성됐다. 이에 대해 임 감독은 “디아스포라영화제가 인천을 대표하는 영화제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한 일”이라고 한 뒤 “다만, 성급하게 몸집을 키우기보다는 착실하고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가장 중요한 것은 영화제를 찾는 관객인데, 영화제를 즐길 수 있는 시설 등 인프라 구축이 선결 과제다. 영화제를 위한 전용관 건립을 포함해 행사를 감당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하며, 거기에 관객이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 구축이 균형을 맞춘다면 부산ㆍ전주 등 다른 도시 못지않은 영화제로 성장하리라 확신한다”고 했다.

임 감독은 또, 영화제와 관객이 모두 성장하기 위해서는 내실을 다지는 교육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했다.

“보다 많은 관객이 디아스포라를 주제로 한 영화를 만나기를 바란다. 영화제와 관객이 모두 성장하길 원한다. 그런 면에서 아카데미 프로그램 운영은 매우 효과적인 시도다. 올해 첫 선을 보이는 청소년 아카데미 프로그램은 영화제의 교육적 가치를 실현하는 장이 될 것이다. 만족도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고, 문화다양성과 인권 등을 다룬 영화로 교육용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도 고민하고 있다. ‘문화에 의한, 문화를 위한’ 영화제의 콘텐츠가 훌륭한 도구로 활용되길 바란다.”

임 감독은 마지막으로 “인천시민들이 영화 감상뿐만 아니라 아카데미와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에 참여해 감성과 이성 모두 증폭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또, 영화제로 다양성과 차이, 타인에 대한 공감과 배려의 지평을 확장하고 축제의 시ㆍ공간을 마음껏 향유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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