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권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이충권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인천투데이] 어린이날이 되면 아동들은 부모로부터 받게 될 선물에 마음이 들뜨고 부모들은 교통 체증을 충분히 예상하면서도 놀이시설에 가기 위해 아침부터 서두른다. 어린이날 노래 가사처럼 이 날 만큼은 ‘어린이들을 위한 세상’이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어린이날을 정해 기념하고 있지만 한국처럼 법정공휴일로 지정한 나라는 많지 않다. 외견상 한국은 대단한 아동친화국가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행복하고 안전하게 ‘살아내기’가 어른만큼이나 녹록하지 않다. 아동학대나 방임, 교통안전사고, 학교폭력, 보육과 교육 문제 등 아동ㆍ청소년과 관련한 사회 이슈가 하루가 멀다 할 정도로 자주 신문과 방송에 오르내린다. 더구나 최근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여러 아동ㆍ청소년 관련 사건사고들이 인천에서 발생함으로써 인천시민들 특히,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은 매우 불안하다.

아동ㆍ청소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백년대계(百年大計)’가 필요하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현재 아동ㆍ청소년 관련 정책과 서비스가 다양하게 시행되고 있지만 정작 아동복지의 사각지대는 넓고 시민들의 복지 체감도는 낮다. 젊은 세대 유입이 급격히 늘어남과 동시에 아동ㆍ청소년 복지 수요와 욕구 또한 커지고 있는 인천의 경우,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하지만 중앙정부 사업 외에 인천시 차원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아동ㆍ청소년 관련 사업은 손에 꼽기도 민망할 정도로 매우 적고 소극적으로 진행된다는 비판이 많다. 인천이 아동친화도시로 변모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많은 전문가가 공통적으로 아동ㆍ청소년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는 바는 아동 권리 보호를 바탕으로 ‘아동의, 아동에 의한, 아동을 위한’ 정책을 설계하고 시행ㆍ평가하는 것이다. 이는 아동의 생존권ㆍ보호권ㆍ발달권뿐 만 아니라 아동ㆍ청소년이 주체가 돼 정부에 아동권리 정책을 제안하고 모니터하는 등의 적극적 참여권까지 보장할 것을 의미한다.

일례로 서울시는 몇 년 전부터 아동친화적 공공시설 조성, 아동실태 조사, 교육ㆍ문화생활 지원, 아동참여위원회ㆍ아동권리모니터링단 운영 등, 아동친화도시 조성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지속된다면 아동ㆍ청소년과 가족의 복지 체감도는 지금보다 훨씬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인천시도 이와 같은 보다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아동친화도시 조성은 제도나 시스템 혁신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아동 권리에 대한 시민 인식 개선을 동반해야한다. 드라마나 ‘SKY캐슬’을 보면서 한국 사회의 모순을 지적하면서도 내 자식만큼은 SKY캐슬에 입성하길 바라는 마음에 자녀를 닦달하는 부모의 모습이 달라지지 않는 한, 아동ㆍ청소년이 ‘살 맛 나는’ 세상은 만들어질 수 없다.

가정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아동을 시민의 일원으로서 인격적으로 대하고 아동 권리를 존중하는 환경이 조성될 때 비로소 아동친화도시가 구축될 것이다.

인천시와 인천시민이 함께 전지적 아동시점에서 아동친화도시 조성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인천이 ‘아동특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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