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이주민 차별하는 건강보험제도
[세상읽기] 이주민 차별하는 건강보험제도
  • 인천투데이
  • 승인 2019.05.20 11: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정형 한국이주인권센터 사무국장

[인천투데이] 국민건강보험 적자를 부각하는 기사들은 때마다 등장해 불안을 부추긴다. 그런데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 적자를 개선한다며 그 원인을 이주민으로 돌렸다. “외국인 건강보험제도 개선으로 내ㆍ외국인 간 형평성을 높이고, 진료 목적 가입 등 도덕적 해이를 방지해 건강보험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이주민 건강보험제도를 변경했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이주민의 건강보험 가입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로 전환됐으며, 가입 가능한 기간도 한국 거주 ‘3개월 이상’에서 ‘6개월 이상’으로 늘어났다. 이주민의 소득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다는 이유로 결혼이주여성과 영주권자를 제외한 모든 이주민은 일괄적으로 한국인 평균 보험료(2019년 11만3050원)를 매달 납부해야한다. 또한 정부는 건강보험을 가입하지 않거나 보험료를 체납하면 체류 허가와 연동하겠다고 공포했다.

이주민의 지역건강보험 가입은 가족단위로 이주해 아이를 낳거나 키우며 장기간 한국에 있어야하는 난민신청자나 의료보험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민의 숙원이었다. 보건복지부는 작년까지 ‘인도적 체류자들에게 지역건강보험을 가입할 수 있게 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수용하지 않았다. 그러다 건강보험 적자에 대응해 내놓은 게 ‘형평에 맞지 않고 도덕적 해이가 있는 외국인 건강보험제도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얼핏 생각하면, 이주민도 선주민처럼 건강보험에 당연 가입하는 게 합리적이다. 하지만 ‘이주민에게도 공평한 건강권 보장’ 목적이 아니라 건강보험제도의 불안을 이주민 탓으로 돌리다 보니 더 많은 차별을 낳고 있다. 우선 난민 인정자들에게 날벼락이 떨어졌다. 작년까지 선주민들과 마찬가지로 소득에 따른 건강보험료를 내고 있다가 예상치 못한 보험료 인상 폭탄을 맞았다. 소득이 없어 지역건강보험료를 1만 원가량 내다가 갑자기 10만 원을 넘게 내게 됐다.

건강보험 의무가입 대상자가 된 인도적 체류자의 경우는 세대주와 세대원을 선주민과 같은 기준으로 인정해주지 않아 과도한 보험료를 납부하게 됐다. 난민 신청자는 가족관계나 혼인 증명서류를 구비하지 못한 채로 한국에 오는 경우가 많다. 자녀의 경우 DNA 검사로 등록해주지만, 아내는 서류를 구비하지 못하면 세대원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한국의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발급한 서류는 안 되고 무조건 본국 정부의 인장이 찍힌 서류를 번역ㆍ공증해 가져 오라고 요구한다.

이럴 경우 남편과 아내가 각자 보험료를 납부해야한다. 혼인관계를 확인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서류만 요구하니 답답한 노릇이다. 또한 자녀라 할지라도 성인이면 세대원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보험료를 따로 납부해야 한다.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시리아 난민 신청자 가족 중 어머니와 자녀 셋이 있는 가족이 있다. 그중 자녀 두 명이 성인이다. 한 가족에서 성인 세 명이 각자 보험료를 내야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또, 난민 신청 결과를 기다리거나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지 못한 난민 신청자의 경우는 건강보험 가입 대상에서 제외됐다. 1년 넘게 모든 가족이 건강보험가입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건강보험 가입과 보험료 납부 여부를 체류자격과 연결하겠다는 발상이다. 돈이 없어 가입을 미루거나 체납하는 이주민은 체류 연장 허가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 결국 피해는 돈 없고 취약한 이주민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