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금석 사회연구소 가능한 미래 연구위원

장금석 사회연구소 가능한 미래 연구위원

[인천투데이] 북한의 식량상황이 심상치 않다. 국제 적십자사연맹(IFRC)에 따르면, 북한의 지난해 식량 생산량이 495만 톤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북한 인구의 41%에 해당하는 1010만 명이 심각한 영양실조를 겪고 있다. 식량 배급도 370그램에서 300그램으로 줄었다. 유엔의 1인당 하루 최소 권장량의 절반이다. 이러한 식량난을 해결하려면 식량 159만 톤을 수입해야 한다. 현재 계획된 수입량 20만 톤과 국제기구가 지원하기로 한 2만1200 톤을 고려해도 136만 톤이 부족하다.

그럼에도 북한 식량 지원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다. 이혜훈 국회 정보위원장은 “가장 중요한 가격 지표를 봤을 때 인도주의 차원에서 (식량) 지원해야 한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번 실태 보고서는 유엔식량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이 3월 29일부터 15일간 북한에 들어가 군(郡) 37개의 가정들을 직접 인터뷰해 작성한 것이다. WFP 사무총장은 조사 과정에 북한당국의 개입도 없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막연한 추측만으로 절박한 식량 지원을 반대하는 건 적절치도 못하지만 비인도적이다.

또,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 동포들의 심각한 기아 상태를 인도적 차원에서 외면할 수 없지만 북한이 다시 미사일 시험발사에 나섰기 때문에 국민의 공감과 지지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 발언은 국민의 공감과 지지가 없으면 지원하지 않겠다는 말로 해석될 수 있다. 무슨 의도인지 이해할 수는 있지만 이 또한 실망스러운 발언이다. ‘배고픈 아이는 정치를 모른다’는 말을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정치 사안과 인도주의적 사안은 별개로 진행해야한다.

더구나 북한 주민을 인도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대한민국 헌법과 법률이 정한 의무다. 인간은 누구나 태어나면서 자연권을 갖는다. 자연권은 인간으로서 생명, 자유,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말한다. 국가는 최고 권력자인 국민의 자유권을 보장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런데 우리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 영토를 한반도 전체와 부속도서로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북한주민도 대한민국 영토에 거주하는 국민이다.

우리 국적법에도 북한 주민은 대한민국 국적을 갖지 않는다는 특별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더구나 2016년 제정된 북한인권법을 보면, 국가는 ‘북한 주민의 인권 보호와 증진’을 위해 노력해야 할 책무를 지니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인권이 ‘사람이 개인 또는 나라의 구성원으로서 마땅히 누리고 행사하는 기본적인 자유와 권리’라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국민이 식량 부족으로 생명을 위협받는 조건에 처했는데 국가가 나 몰라라 하는 것은 법률 위반이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로 한반도에 다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북한을 비판하는 의견도 많아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이 북한에 식량을 지원하는 걸 망설일 이유는 될 수 없다. 일부 언론은 식량 지원을 비핵화 협상의 동력 확보를 위한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옳지 않은 모습이다. 그것은 부수적으로 얻어지는 효과이어야지 그 자체가 목적일 수 없다. 북에 식량 지원은 우리 모두 인간임을 확인하는 결정이다.

북한도 한국 정부의 식량지원을 ‘근본 문제를 미뤄놓고 인도주의 가지고 생색내기’라는 반응에서 벗어나 북한 주민을 먼저 생각하는 자세를 가져야한다. 그것이 민족 화해와 평화번영, 남북관계 개선과 발전을 약속한 판문점선언의 정신이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