仁川, 마을이 살아야 도시가 산다 (18)
서구 ‘공동체라디오 서구FM’

[인천투데이 장호영 기자] 

<편집자 주>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사회 양극화와 주민 간 갈등, 각종 지역 문제로 인해 지역공동체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함께하는 삶의 시작점인 ‘마을’을 나와 우리를 풍요롭게 하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마을공동체운동과 사업에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인구 300만 명의 대도시 인천은 8개 구와 2개 군으로 이뤄져있고, 구ㆍ군마다 수십 개의 동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는 수많은 마을들이 있다. ‘마을’이란 동 단위 보다는 작은 규모의 공간이다. 하지만 물리적 공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일상생활을 함께 하면서 소통을 바탕으로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공간을 의미한다. 주민들이 모여 자신들이 속한 마을에 관한 일을 스스로 결정하고 해결하는 마을공동체를 이룰 때 진정한 마을이라 할 수 있다.

마을은 도시를 구성하고 지탱하는 세포와 같고, 그래서 마을이 살아야 도시가 살 수 있다. 마을공동체에 대한 시민의 관심도를 높이고 참여를 넓히기 위해 <인천투데이>는 올해 인천의 다양한 마을공동체를 만나 그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한다.

주민들이 함께 만드는 공동체 라디오방송
 

인천서구복지관에 마련된 방송실에서 공동라디오 서구FM 구성원들이 기념촬영을 했다. 왼쪽부터 이애향 서구민중의집 대표, 박성후 노인복지관 과장, 조혜숙, 정은선, 송미선 활동가.

주민들이 마을공동체를 지향하며 지역에 다양한 소식을 전달하는 라디오방송이 인천에 하나 있다. ‘공동체라디오 서구FM(이하 서구FM)’이다.

마을 주민들이 서로 소통할 매개체로 마을미디어를 고민한 서구민중의집과 평생교육프로그램 다양화를 고민한 서구노인복지관(서구시설관리공단이 운영)이 만나 서구FM을 시작했다. 노인복지관은 라디오방송 제작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민중의집은 마이크와 녹음ㆍ믹서기 등 장비를 제공해 방송을 준비했다.

서구FM 1기 방송활동가 양성 교육프로그램 참여자를 모집하고 서울 동작FM의 도움을 받아 교육 수료 기념 공개방송을 진행했다. 교육에 참여한 주민 10명이 1기 방송활동가가 됐으며, 이들과 함께 2015년 5월 정식 개국했다.

5월 7일에 첫 방송을 했는데 ▲노인복지관 회원의 동화 읽어주기 방송 ▲지역 노동자 이야기를 담은 방송 ▲시를 주제로 한 음악 방송 ‘시와 음악이 흐르는 카페’ ▲게스트 초대 방송 ‘맛있는 나들이 만나’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2016년,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원 사업으로
 

2016년 4월 방송녹음실에서 교육이 진행 중이다.(사진제공 서구FM)

서구FM은 마을공동체 향성과 노인세대의 미디어를 활용한 사회 참여 활동 기회 제공이라는 취지를 인정받아 2016년도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원 사업에 선정됐다. 또한 그해 노인복지관 건물 1층 인테리어 공사를 한 지역주민의 재능기부로 방송실을 마련했다. 방송실에 방음벽과 컴퓨터 2대, 녹음믹서기, 마이크 등도 갖췄다. 또, 2ㆍ3기 방송활동가 양성 교육을 진행했고, 수료 기념 공개방송을 했다.

2017년에는 방송활동가와 두 기관의 담당자가 참여하는 운영위원회(위원장 정은선)를 구성했다. 주민의 보다 주체적인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서다. 운영위원회는 연간 방송 계획과 기금 활용 계획을 논의하고 방송을 평가하는 등, 서구FM 운영 전반을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지난해에는 서구 가좌동에서 열린 초록장터와 석남동의 석남어울림마당 등 지역 축제에서 ‘이동 스튜디오’를 열고 공개방송을 하기도 했다. 작년부터 현재까지 2기 방송활동가 양성 교육 수료자들을 중심으로 고정 방송프로그램 다섯 개와 특집 방송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주민 방송활동가들이 직접 기획하고 대본 쓰고
 

조혜숙 활동가의 방송 모습.(사진제공 서구FM)

고정 방송은 ▲숲 해설가인 송미선 씨가 진행하는 ‘흙이랑 풀이랑 나 사이’ ▲실버방송을 맡고 있는 조혜숙 씨의 ‘아름다운 기관차 조혜숙입니다’ ▲주민들을 게스트로 초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정은선 씨의 ‘리즈의 만나요, 맛나요’ ▲음악 소개 중심인 류종한 씨의 ‘뮤직스토리 류종한입니다’ ▲서구 소식지를 읽고 소개해주는 김숙경 씨의 ‘그린 서구 읽어주는 김숙경입니다’이다.

이 방송은 격주나 한 달에 한 번 정도 녹음해 팟캐스트 사이트 ‘팟빵’에 공개되고 있다. 스마트폰 앱스토어에서 ‘팟빵’ 앱을 다운받아 설치하고 ‘팟빵’ 앱 검색창에서 서구FM을 검색해 원하는 방송을 다운로드하거나 스트리밍으로 청취할 수 있다. 컴퓨터에선 팟빵 사이트에 접속한 뒤 서구FM을 검색해 원하는 방송을 들으면 된다.

서구FM에는 이달 13일까지 방송 총232개가 올라와 있다. 방송 당 청취 수는 적게는 100회에서 많게는 300회 정도 나온다. ‘동네 사람들이 만들고 동네 사람들이 듣는 방송’을 추구하는 공동체라디오로서 적은 청취수는 아니다. 서구FM은 방송이 널리 알려질 수 있게 주민들의 인터넷 커뮤니티 카페와 블로그,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해 홍보하고 있다. 서구FM에는 프로듀서나 작가가 따로 없다. 방송활동가들이 직접 기획하고 대본을 쓴다. 게스트 섭외도 한다.

“마을에 좋은 영향 미치고 다른 공동체와 연계되길”

2016년 5월 열린 공개방송.(사진제공 서구FM)

‘흙이랑 풀이랑 나 사이’ 방송을 진행하는 송미선 씨는 자신이 짓고 있는 농사 이야기를 하고 있다. 화학비료 등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농사를 지으며 겪는 경험담, 안전한 먹을거리, 곤충 이야기를 한다. 지난 9일 노인복지관에서 열린 ‘서구 부모님의 날’ 행사에서 자신이 농사지은 작물 서른두 가지가 담긴 차를 노인 300명에게 대접하기도 했다. 내년 어린이날에는 당근차를 어린이들에게 제공하려고 준비 중이다.

송 씨는 “정은선 씨가 방송활동가 교육을 받는 모습을 SNS에서 보고 나도 해보고 싶어 교육을 듣고 방송까지 했다”며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대로 할 수 있어 좋고 말솜씨도 늘고 발음 교정도 돼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기차 기관사 조혜숙입니다’를 진행 중인 조혜숙 씨는 노인복지관 회원이며, 14년 째 실버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노인복지관 담당자의 제안으로 시작한 방송인데, 이제는 베테랑이 됐다. 고정 청취자도 많다. 올해 초 노인복지관 시설 공사로 당분간 방송을 올리지 못하자, 방송을 왜 안 하느냐는 항의 아닌 항의도 받았다.

조 씨는 “방송에서 부정적인 단어를 쓰지 않고 긍정적이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젊은 친구들이 방송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질 수 있겠냐’는 마음으로 더 열심히 준비하고 방송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부 모델, 구청장, KBS 다큐멘터리 ‘인간극장’의 카메라 감독, 나전칠기 명장, 장례 지도사, 꿈을 찾는 대학생 등, 다양한 게스트를 초대해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이야기를 듣는 ‘리즈의 만나요, 맛나요’ 진행자 정은선씨는 서구 소식지에 조그맣게 나온 ‘방송 진행자 모집’ 글을 보고 참여했다.

서구FM 운영위원장이기도 한 정 씨는 “평소 라디오를 많이 듣기도 하고 디제이를 해보고 싶다는 꿈이 있어서 신청했다”며 “지금은 각자 방송을 하는 것에 머무르고 있지만 마을 공동체미디어로서 마을과 지역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치고 다른 공동체와 연계돼 방송이 활발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인복지관 외부에 방송실과 교육관 마련 꿈꿔

서구FM은 올해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노인복지관 외부에 컨테이너 박스 등으로 공간을 마련해 방송녹음실과 교육관을 두려고 한다. 노인복지관에서 나와 외부에 있어야 주민들이 훨씬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노인복지관에서 서구FM을 담당하고 있는 박성후 과장은 “서구FM은 마을공동체 형성을 위해 마을에서 살고 있는 다양한 연령대와 계층의 사람들을 서로 연결하고 소통할 수 있게 하는 매개체”라며 “더 많은 주민이 참여해 자생력을 키우고 인천을 대표하는 공동체라디오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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