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평화포럼 창립식, 정세현 한반도포럼 이사장 기념강연

정세현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은 16일 인천 그랜드 쉐라톤 호텔에서 ‘한반도 평화와 번영, 평화도시 조성을 위한 서해평화포럼’ 창립식에서 ‘북핵문제 해결과 한국의 역할’을 주제로 기념강연을 진행했다.

16일 인천 그랜드 쉐라톤 호텔에서 열린 서해평화포럼 참가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서해평화포럼은 서해5도와 한강하구로 북한과 맞닿은 인천이 한반도 평화를 조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취지로 인천시와 인천연구원이 주최했다.

“인천은 ‘한반도 신경제지도’의 중심축... 평화에 더욱 신경 써야”

정 이사장은 강연에서 “10.4선언에서 합의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가 이행됐다면 인천은 이미 평화도시로서 자리매김했을 것”이라며 지난 정권의 남북관계를 아쉬워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발표한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거론하며 “인천이 ‘접경지역평화벨트’와 ‘환서해경제벨트’의 중심으로 거듭 나야 한다”고 말했다.

또 “서울만 해도 완충 지역이 있지만 인천은 최전방”이라며 인천의 지리적 특성도 강조했다. 이어 “서울의 남북평화협력기금은 현재 500억 원인 데 반해 인천은 40억 원뿐이다. 인천이 접경지역으로서 평화도시로 도약하고 싶다면 협력기금을 더 많이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가 평화를 가져온다”

정 이사장은 “경제가 평화를 가져오고 군사적 충돌을 막는다”며 경제협력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개성공단이다.

당시 남북 경제협력이 처음 논의될 때 정주영 회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해주를 후보지로 요청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해주는 군사지역이라 곤란하다는 이유로 신의주를 제안했다. 그러나 정 회장은 신의주가 접근성이 떨어지고 물류비가 많이 들어 경제효과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그러던 중 김 위원장은 갑자기 한국전쟁 당시 주요 거점이었던 개성을 제안했다. 군부가 반대했지만 김 위원장은 “인민들은 누가 먹여살리느냐”며 설득했다. 결국, 개성에 있는 북한 군부대가 전선을 15km 후퇴하며 개성공단이 탄생했다.

정 이사장은 2004년 신동아 1월호에 ‘개성공단 개발로 휴전선 사실상 북상’이라는 기사가 실린 것을 거론하며 “경제협력이 군사긴장을 완화하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이고 보수세력도 인정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서독이 동독을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동방정책이 처음 북한의 태도 변화를 끌어낸 계기라고 판단했다. 그는 “서독 정부가 발표하길 동독에 지원한 경제 규모는 20년간 총 1044억 마르크(약 580억 달러)였고 그로 인해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며 “그 이후 북한은 굉장히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섰고 주한미군 주둔도 인정하며 체제보장과 북미수교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1993년, 북한이 곧 붕괴할 것이라고 생각한 미국은 오히려 북한을 군사적으로 압박했고 결국 북한은 NPT를 탈퇴하고 핵 개발을 선언했다(제1차 북핵 위기). 한반도의 위기는 날로 고조됐다.

그러나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어느 동맹국도 민족보다 나을 수 없다”고 말하며 대북 화해 정책을 표방했다. 북한의 핵 개발 선언 이후 미국도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기 시작했고 마침 제네바 합의도 이뤄냈다.

김영삼-김일성 남북 정상회담이 이뤄졌다면?

정 이사장은 문민정부 시절 대통령 비서실 통일비서관으로 재직했을 때, 김일성 주석의 급작스러운 사망으로 남북정상회담이 불발된 것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만약 그때 정상회담이 이뤄졌다면 6·15 정상회담과 같은 내용이었을 것”이라며 “결국 남북정상회담의 원리는 경제협력으로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는 것이다. 개성공단,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한반도 신경제계획 구상 등이 그 과정이며 결과”라고 말했다.

“하노이 회담이 결렬됐지만 한반도 상황은 긍정적”

정 이사장은 “과거 제네바 합의가 이뤄졌을 때, 궁극적으로는 북미수교까지 기대했지만, 미국이 합의를 지키지 않고 계속 북한을 자극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중심에는 현재의 볼턴 보좌관이 있었다. 하노이 회담도 그 사람 때문에 결렬됐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정세현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

이어서 “그래도 1차 북미정상회담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약속하는 큰 성과가 있었다”면서 “이는 곧 정전협정-평화협정-북미수교로 이어지는 과정을 다짐한 것이고 트럼프와 김정은이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말하며 앞으로 상황을 긍정적으로 예측했다.

정 이사장은 작년 3월 8일 정의용 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위원장이 북한을 방문한 뒤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 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했을 당시의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바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날 것’임을 밝히자 참모들이 만류했다”며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부시, 클린턴 정부 24년 동안 북핵 문제를 꼬이게 만든 것은 당신 같은 실무관료들 때문이야’라고 오히려 참모들을 나무랐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에게 현재 상황은 행운”

정 이사장은 작년 6월 서귀포에서 열린 국제평화포럼에서 진행을 맡을 당시 오코노키 마사오 게이오대 명예교수에게 북미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정세를 전망해달라고 부탁한 일화를 소개했다.

정 이사장은 당시 오코노키 교수가 “문재인 대통령은 때마침 김정은과 트럼프를 만나서 운이 좋다. 김정은은 비핵화와 경제발전의 목표가 확실하고 트럼프는 반드시 북핵 문제 해결로 재선을 노릴 것이기에 문 대통령이 다리만 잘 놓으면 될 것”이라 말했다며 한반도 평화 문제를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이어 정 이사장은 “서해평화포럼의 발전을 기원하고 인천이 평화도시로 거듭나길 바란다”며 강연을 마쳤다.

이날 강연에 앞서 포럼에는 박남춘 인천시장과 최원식 인하대 명예교수가 축사를 위해 참석했다. 강연이 끝난 후 2부 기념토론회에서는 백준기 통일교육원장이 ‘한반도 평화체제와 평화 도시 조성을 위한 방향과 과제’를 주제로 기조발제를 했다.

3부에는 참석한 포럼위원들이 자문회의를 비롯해 평화경제, 평화인문, 시민·평화교육 등의 분과회의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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