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북유럽 교육 탐방기 <2> 핀란드 교육의 힘 ‘교육복지제도와 투자’

스웨덴과 핀란드 교육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설레는 마음으로 탐방 길에 올랐다. 지난 1월 17일부터 25일까지 교육단체활동가, 교사, 그리고 교육학 교수 등 39명이 함께 한 북유럽 교육 탐방단의 목적은 단 하나였다.

북유럽 교육, 특히 핀란드 교육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 무엇인지, 그리고 핀란드 교육을 통해 배운 것을 우리교육제도에서 실현시킬 수 있는지를 확인하고 싶었다.

▲ 라또까르타노학교 학생들이 식당에서 급식을 하고 있다.
핀란드는 한반도 면적의 1.5배이지만 인구는 520만명밖에 되지 않는 나라이다. 인구로 보면 대한민국보다 훨씬 작은 나라다. 그러나 핀란드는 국가경쟁력 세계 1위이며 사회 투명성 역시 세계 1위다. 핀란드는 사회복지를 실현시키기 위한 토대를 잘 갖춘 사회다.

사회복지 중에서 교육복지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국가경쟁력이 우수하고 투명한 사회를 유지하게 된 동력이 교육의 힘이라고 믿고 있다.

그래서 핀란드 국민들은 교육복지 투자가 사회복지 부분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에 불만이 없다. 오히려 교육복지 투자가 줄어들면 이의를 제기한다고 한다.

에스푸시에 있는 ‘따피올라’ 고등학교 토이니 교장은 핀란드 교육복지에 대해 “우리는 대학까지 무상교육이며, 아이들의 학용품은 물론 학교급식과 교재비가 완전 무상이다”라고 강조했다.

또 하나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이 있다. 핀란드에서는 아이가 다니는 학교가 집으로부터 5㎞이상 떨어져 있으면 교통비를 지급한다는 것이다. 헬싱키를 중심으로 남부지역은 무상 티켓을 학생들에게 나눠주지만, 핀란드의 북쪽 랩랜드(산타 할아버지 마을)의 경우는 택시로 아이들을 통학시키고 있다고 한다.

물론 택시비는 지방단체가 지원한다. 랩랜드 지역은 우리로 치면 강원도의 산골 마을과 같은 곳이다. 핀란드에서는 전체 학생의 22%정도가 무상 통합지원서비스를 받고 있다고 하니 핀란드 국민들이 교육복지에 얼마나 신경을 쓰는지 알 수 있다.

핀란드 지방자치단체의 주요한 일이 보육과 교육에 대한 책임이다. 핀란드에서 출산하면 육아수당으로 700유로(한화 140만원)를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한다. 아이의 엄마가 돈을 벌어야 한다면 아이를 유치원 종일반에 보내고 그에 대한 비용 200~250유로를 데이케어센터에서 유치원에 지급한다. 부모가 3000유로 이상을 벌면 그 돈을 다 내야 하지만, 2000유로 이하이면 그보다 적게 내거나 내지 않는다.

헬싱키에 있는 핀란드지방자치단체연합의 국제협력 담당자 에티텔락비씨가 매우 흥미로운 사례를 들려줬다.

그에 따르면, 한 아이의 어머니가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유는 아이를 돌보느라 일하던 직장에 나가지 못해 손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아이의 어머니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이겼다. 우리사회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이 판결이 갖는 의미는 여성의 사회 참여율이 높아야하고, 또 그 만큼 지방자치단체가 아이를 적극적으로 책임져야한다는 것이라고 에티텔락비씨는 강조했다.

▲ 빠삐올라유치원 운동장에서 교사와 학생들이 쉬는 시간에 즐겁게 놀고 있다.
핀란드에는 ‘어린이 보건소’라고 할 수 있는 시설이 있다. 아이가 태어나면 한 달에 한 번씩 무료 검사와 진료를 받고, 그 이후에는 1년에 한 두 번씩 아이의 신체적 건강 상태를 검사받는 곳이다. 어린이 보건소에서 하는 검사는 의료 검사 이외에 ‘퍼즐 맞추기’, ‘종이 자르기’, ‘말하기’ 등 다양하다. 아이의 지적발달상황을 체크하며 아이에게 심리적인 문제가 생기면 이를 집중 치료해 주는 역할도 한다.

말하자면 학습부진아를 찾아내고 이를 조기에 치료 해 나중에 아이에게 들어갈 치료비용과 고통을 줄여주는 것이다. 아이가 언제부터 기기 시작했는지, 숟가락을 잡았는지, 혼자 앉았는지 등 아이에 대해 지나칠 만큼 꼼꼼하게 기록해 진단과 치료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우리도 이런 제도를 도입해 볼 여지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경제 상황이 점점 어려워지면서 학교에서는 무상급식 대상자수가 점점 늘어간다. 특히 내가 근무하는 학교는 생활환경이 낙후된 지역이라 학교에서 무상 급식자의 증가율이 크다.

이번 여행 기간 점심식사는 핀란드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했다. 그러면서 잠시 우리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을 생각해보았다.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무상급식 대상자로 선정되는 것이 아니라, 학교에 다니는 모든 아이들이 무상으로 급식할 수는 없을까? 인천공항에서 핀에어 직항으로 불과 8시간 떨어진 핀란드에서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아주 당연하게 실현되고 있었다. <계속>
▲ 백준수
인천석남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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