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기획] 온 마을이 아이에 집중하는 ‘마을교육공동체’
[교육기획] 온 마을이 아이에 집중하는 ‘마을교육공동체’
  • 김강현 기자
  • 승인 2019.05.15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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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교육혁신, 행복배움학교가 답이다' <2> 인천남동초등학교

[인천투데이 김강현 기자] 인천형 혁신학교인 ‘행복배움학교’가 출범한 지 5년이 지났다. 현재 행복배움학교는 62개다. 올해부터 시작한 1년차부터 최고참 격인 5년차까지 상황은 제각각이지만, 성공적으로 운영해보겠다는 열정만큼은 모두 같다. <인천투데이>는 인천시교육청과 공동으로 기획해 행복배움학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 현장을 소개한다.

한 아이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

와글와글도서관에서 마을강사와 학생들이 수업을 하는 모습. (사진제공ㆍ인천남동초등학교)
와글와글도서관에서 마을강사와 학생들이 수업을 하는 모습. (사진제공ㆍ인천남동초등학교)

‘한 아이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은 최근 마을교육공동체를 이야기 할 때 자주 사용되는 멘트다.

학교 안에서의 교육 역시 중요하지만 학교 밖에서 이뤄지는 일상생활에서의 교육 역시 중요하다는 뜻과, 온 마을이 아이의 선생님이 되고 아이가 배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돌봐야 한다는 뜻을 함께 품고 있다.

아이들은 당연히 학교에 있는 시간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마을에서 보낸다. 때문에 교사만이 아이들을 지도하고 가르치는 교육은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아이가 살아가는 동네,  사회가 모두 배울 곳이 되고 아이를 보호해야 한다.

이에 인천 남동초등학교는 마을과 손을 잡고 교육과정 재구성에 나섰다. 학교와 마을이 함께 아이를 돌보고 가르치며 아이들을 학교와 마을의 주인공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인천형 혁신학교인 행복배움학교 2년차에 접어든 남동초의 교육 혁신이 어떤 모습인지 들여다 본다.

마을과 함께하는 교육과정

남동초는 학교와 마을이 함께 학생들을 돌보고 교육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마을교육공동체를 구성했다. 우선 교사들과 함께 마을교육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토의하고 공감한 후 마을의 인적·물적 자원을 파악했다.

자원은 풍부했다. 많은 시민단체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었고, 마을 도서관도 있었다. 직업체험을 할 곳도 많았으며 전문성 있는 학부모들도 많았다. 남동초는 이를 파악한 후 학생들의 교육과 연계 할 방법을 구상했고, 각 학년 교육과정과 마을 교육을 연계한 새로운 교육과정을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학생 동아리 활동과 학부모 동아리 활동도 고민했다. 그렇게 파악하고 발굴한 지역의 인적·물적 자원을 활용해 학생들에게 폭 넓은 교육을 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인천여성회 남동구지회가 운영하는 마을 도서관 ‘와글와글 도서관’에 1~2학년 학생들과 함께 방문해 함께 책을 읽으며 국어수업을 진행한다.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수업에 대해서는 교사가 도서관 관장과 함께 교육과정을 논의하고 계획한다.

학생들이 '초록선생님'과 함께 텃밭에 씨감자와 열무 씨앗을 심고 있다. (사진제공ㆍ인천남동초등학교)
학생들이 '초록선생님'과 함께 텃밭에 씨감자와 열무 씨앗을 심고 있다. (사진제공ㆍ인천남동초등학교)
1~2학년 학생들이 심고 수확한 쌈채소로 급식을 먹는 모습 (사진제공ㆍ인천남동초등학교)
1~2학년 학생들이 심고 수확한 쌈채소로 급식을 먹는 모습 (사진제공ㆍ인천남동초등학교)

아이들에게 ‘초록선생님’으로 불리는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회원들은 학생들과 텃밭에서 작물을 선택하고 기르고 수확하는 과정을 함께 하며 생태교육을 하며 대안학교인 ‘열음학교’의 에너지대안교육은 남동초 5학년 수업 과정으로 가져와 지속가능한 지구에 대해 함께 고민하기도 했다.

5~6학년 아이들과 ‘수리수리 마을수리’라는 이름의 봉사 동아리를 만들어 마을 청소와 간단한 수리 등 봉사활동을 하고 학부모 재능기부 등으로 유튜브 크리에이터 교육과 미술 교육도 있다.

이렇게 교육과정 곳곳에 마을의 손길이 닿는다. 아이들은 정규 교과과정에서 배울 수 없는, 하지만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것들을 마을교육을 통해 배운다.

어린이날 큰잔치 행사 모습 (사진제공ㆍ인천남동초등학교)
어린이날 큰잔치 행사 모습 (사진제공ㆍ인천남동초등학교)

정기적인 교육뿐만 아니라 행사도 함께 한다. 남동구 어린이날 큰잔치 행사는 3년 연속 남동초등학교에서 열렸다. 학생들과 교사, 학부모, 지역 활동가들도 마을교육공동체의 일원으로 직접 부스를 운영했다.

인천여성회에서는 아이들에게 성인지 교육을 진행하며 성평등 캠페인을 진행했고 도시농업네트워크에서는 상추 모종 심기 부스를 운영했다. 가천대길병원 노동조합에서는 의료부스를 운영하며 혹시 모를 부상에 대비했다. 이렇게 행사에 참여한 단체만 해도 22개다.

지역아동센터와 진행한 간담회 (사진제공ㆍ인천남동초등학교)
지역아동센터와 진행한 간담회 (사진제공ㆍ인천남동초등학교)

돌봄 역시 학교와 마을이 함께한다. 돌봄이 필요한 학생들이 방과 후에 다니는 지역아동센터의 선생님들과 학급 담임선생님은 학생들의 교육에 대해 간담회를 진행하며 한 아이도 놓치지 않는 교육을 고민하고 가정사정으로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이 발생하면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한다.

남동초의 교육은 이렇게 마을과 함께다. 행복배움학교를 시작한지 2년차에 불과한, 이제 자리를 잡아가는 학교라고는 믿기 힘들만큼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마을에 이미 만들어져 있던 인프라를 이용하는 것이라 시행착오가 적은 것도 다양한 활동을 하는데 한 몫 했다. 하지만 그 밑받침에는 교사들의 치열한 고민과 노력이 있다.

활동 많이 하면 일만 많아지는 것 아닌가요?

물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마을강사의 정규교육과정 투입을 위한 절차는 굉장히 복잡하고 이를 위한 예산도 필요했다. 결국 행정 업무가 어마어마하게 늘어났다.

사실 다양한 활동을 하는 만큼 교사들의 업무 강도와 양이 증가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 교사들의 노력을 강요하다보면 결국 그 구조는 오래 가지 못한다.

남동초는 이를 해결할 방법으로 부장급 책임 있는 교사들이 발 벗고 나섰다. 부장급 교사들과 행정 직원들이 담임교사들의 행정 업무를 도맡아 처리하며 교사들이 교육에 더 신경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덕분에 행정업무에서 자유로워진 교사들은 그만큼 더 교육과정 연구에만 전념하게 됐다. 그렇다고 일을 덜 하는 것은 아니다. 남동초 교사들은 우스갯소리로 ‘일이 없지만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단다. 행정업무는 눈에 띌 만큼 없어졌지만 교육과정 연구에는 끝이 없으니 할수록 일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교육과정 연구를 위한 회의 (사진제공ㆍ인천남동초등학교)
교육과정 연구를 위한 회의 (사진제공ㆍ인천남동초등학교)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다 보니까 회의도 자주 열린다. 교사들은 어떤 교육을 할지 연구하고 논의해서 학년 회의를 통해 1년 후에 학생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학년 학습공동체를 만들어나간다.

행복배움학교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심신아 교무부장은 “혁신학교를 시작한지 오래 되지 않았지만 선생님들과 합을 맞춰가며 고민하고 있다”며 “행정업무를 전담하며 일이 많아졌지만 이젠 익숙해져서 괜찮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교육

교사들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교육과정이 교사회의에서 결정되면 별다른 규제 없이 학생들에게 전달된다. 이렇게 탄생한 교육과정은 학생들에게 큰 호응을 받는다.

지난 4월 6학년 학생들이 진행한 공감 프로젝트도 이런 교사들의 고민에서 탄생했다. 단순히 사건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그 사건에 대해 공감하고 활동하며 경험하는 교육을 진행했다.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만세운동 재현 (사진제공ㆍ인천남동초등학교)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만세운동 재현 (사진제공ㆍ인천남동초등학교)

3.1운동에 대해 공부한 후 직접 공감하기 위해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독립선언서 낭독과 만세운동을 재현했다.

뿐만 아니라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공감하기 ▲세월호 사건 공감하기 ▲4.3항쟁 공감하기 ▲6.25 전쟁 공감하기 등의 활동으로 이뤄진 ‘진실과 만나는 화요일’을 진행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자신이 공부한 내용을 알려줄 수 있는 퀴즈 프로그램 등을 만들었고 동영상 제작과 사진전, 소품 만들기 등의 활동을 직접 기획해 진행했다. 학생들은 각자 역할을 나눠 공부를 하고 그 내용을 친구들에게 알려주며 이를 통해 개인적인 공부가 아닌 지식의 공유를 경험했다.

학생들은 각자 공부한 내용을 다른 학생들에게 알려주며 공유한다. (사진제공ㆍ인천남동초등학교)
학생들은 각자 공부한 내용을 다른 학생들에게 알려주며 공유한다. (사진제공ㆍ인천남동초등학교)

삶과 배움이 하나 되는 민주적인 행복공동체

남동초의 교육 모토는 ‘삶과 배움이 하나 되는 민주적인 행복공동체’다. 김창진 남동초 교장은 “남동초 교육의 핵심은 학교의 민주적인 운영”이라며 “교사들이 학교 운영에 직접 참여하며 자발성을 갖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고 했다. 

행복배움학교를 시작한지 오래 되지 않은 만큼 남은 과제도 많다. 남동초는 우선 앞으로는 학습자 중심, 그러니까 학생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바꾸기 위해 노력 중이다.

김창진 교장은 “이해 중심 교육을 하려면 학습자에게 교육과정 권한을 부여하고 학습자의 역할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교장 등 집행부의 권한이 교사들에게 주어지고 나아가 학생들에게 주어지는 것. 그게 남동초가 꿈꾸는 교육혁신이자 김 교장이 말한 ‘민주적인 운영’이다.

남동초가 2년째 보여주고 있는 모습을 보면 앞으로의 성장이 더욱 기대된다. 학교를 넘어 마을까지, 남동초의 교육혁신이 들불처럼 번지길 바란다.

<1학년-6학년 의형제 활동>

1학년-6학년 의형제 활동. 1학년 학생들의 첫 급식을 6학년 선배들이 도와주고 있다. (사진제공ㆍ인천남동초등학교)
1학년-6학년 의형제 활동. 1학년 학생들의 첫 급식을 6학년 선배들이 도와주고 있다. (사진제공ㆍ인천남동초등학교)

처음으로 학교에 입학하는 1학년 학생들에게는 모든 것이 낯설고 두렵다. 부모와 떨어지는 게 익숙하지 않은 나이인데다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과는 다르게 학교에는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선배들도 많아 더욱 어렵고 무섭다.

남동초는 1학년 학생들을 위해 교사뿐만 아니라 6학년 학생들이 함께 나선다. 1학년 입학식 때 6학년 학생들이 가서 환영하며 1학년 학생들에게 사탕을 나눠준다.

이후 1:1로 짝을 지어 학교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구경을 시켜주고 함께 놀아주고 책도 읽어준다. 그러면서 화장실 이용 방법과 급식실에서 식판을 이용해 밥을 먹는 방법, 도서관 이용 방법 등을 알려준다.

처음 학교를 접하는 1학년 학생들이 이 활동으로 앞으로 오랜 시간 다닐 학교가 부담스러운 곳이 아닌 친절하고 즐거운 곳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더불어 6학년 학생들도 동생들을 안내하며 리더십과 책임감을 키우며 선배의 마음가짐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