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타스면세점 경영난에 영종도 이전…‘기대 반 우려 반’
대기업 면세점 ‘명품 브랜드’ 유치와 입지가 핵심

[인천투데이 김갑봉 기자] 인천에 대기업 면세점이 허가됐다. 기획재정부는 14일 ‘면세점 제도운영위원회’를 열고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국내에 대기업 시내면세점 5개를 신규로 허용키로 했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서울 3개, 인천 1개, 광주 1개를 추가했고, 시내면세점이 없는 충남의 경우 중소ㆍ중견기업 면세점을 허가했다. 제주와 부산은 신규특허 요건을 갖췄으나 지자체 반발 등을 고려해 추가하지 않았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포함한 현재 국내 시내 면세점은 26개로, 기재부가 허가한 6개가 늘어 날 경우 32개로 늘어나게 된다. 이미 한화면세점 등이 적자를 못 이기고 면허를 반납한 상태에서 과잉 출점에 따른 출혈이 우려된다.

하지만 기재부는 최근 서울 시내면세점의 매출이 급증하는 점 등을 고려해 추가했다며, 기업이 사업성을 따져 신규 면세 사업 참여 여부를 판단할 문제라고 했다.

앞서 지난해 말 정부는 2019년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서울 등을 중심으로 시내면세점을 추가해 외국인 관광객의 한국 방문을 활성화하겠다”고 했고, 지난 2월 관세법을 개정해 면세점 진입 문턱을 낮췄다.

관세법 개정으로 광역자치단체 중 ▲외국인 관광객이 전년보다 20만 명 이상 증가하거나 ▲면세점 매출이 2000억 원 이상 늘어나면 대기업 면세점 추가가 가능하게 했다. 이를 토대로 기재부는 서울 3개, 인천 1개, 광주 1개 등 대기업 면세 특허 5개를 추가했다.

관세청은 이달 지역별로 특허 신청 공고를 내고, 심사를 거쳐 오는 11월 최종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2015년 5월 개장한 구월동 엔타스면세점은 지난해 12월 영종도로 이전했다.

인천의 경우 신규 허용으로 대기업이 사업을 신청하면 시내면세점이 두 개로 늘어날 전망이고, 대기업 면세점은 처음 들어서게 된다.

인천의 최초 시내면세점은 지난 2015년 5월 엔타스가 구월동에 개장했다. 그 뒤 엔타스면세점은 ‘사드배치’에 대한 중국의 대응으로 관광객이 대거 줄면서, 경영난에 봉착했고 지난해 12월 영종도 파라다이스 시티로 이전했다.

엔타스면세점의 경우 구월동에 있을 때 ‘사드배치’ 파문 전까지는 매출 비중에 있어 국내외 외국인 비중이 약 5대 5로 균형을 이뤘으나,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내국인 비중이 약 90%까지 늘고 전체 매출은 하락하면서 경영이 악화됐다.

이런 가운데 대기업 면세점이 허가하면서 인천에는 기대 반 우려 반 분위기다. 기존 면세점이 어려워서 영종도로 옮긴 상태에서 면세점이 들어설 경우 사업성이 있겠냐는 우려가 있는 반면, 대기업 면세점이기에 사업성이 낫다는 분석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천의 경우 대기업 면세점이 들어가면 명품 브랜드 유치 등에서 중소기업과 차별화 할 수 있기 때문에 승산이 있을 수 있다. 인천공항 확장과 올해 12월 인천항 새 국제여객터미널 개장, 중국과 관계 개선 등의 호재도 있고, 영종국제도시와 송도국제도시는 인천대교로 바로 연결되기 때문에 사업성도 있다”면서도 “구월동 시내면세점이 성공적이지 못했던 사례도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면세점 시장은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 기재부의 설명과 달리 시내면세점이 늘면 출혈경쟁 심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2015년 6개던 서울 면세점은 13곳으로 두 배 이상 늘었지만 ‘사드 갈등’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 면세점들은 중국 보따리상(다이궁ㆍ代工)을 유치하기 위해 송객수수료(보따리상을 데려온 여행사에 지불하는 대가)를 대폭 높이는 궁여지책을 써야했다. 업계는 지난해 송객수수료만 1조3200억 원을 지불해야 했다.

아울러 면세점이 늘어나면서 면세점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명품 브랜드들이 입점을 꺼리면서 후발업체들은 더욱 어려워졌다. 일례로 한화갤러리아면세점63은 3년간 1000억 원 넘는 적자를 기록하다 지난달 특허 반납을 결정했다. 인천을 염두에 둔 대기업도 명품 브랜드 유치와 입지가 핵심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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