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 “절차와 규정에 따라 공정하게 진행”

[인천투데이 김갑봉 기자] 인천환경공단(이하 공단)이 지난달 실시한 여자레슬링 감독 공모가 사전 내정 의혹에 휩싸였다.

국민권익위원회에 공모 감사와 시정을 요청하는 진정서가 접수됐고, 인천시의회에도 응시자들이 억울함을 호소하는 진정서가 제출됐다.

공단은 지난달 19일 여자레슬링 감독 응모 서류를 접수하고 서류심사와 면접시험을 거쳐 합격자를 25일 발표했다. 신임 감독으로 인천레슬링협회 전무이사 A 씨를 선임했다.

“주변서 원서 내지 말라고 해” VS “모함이다. 법적 대응하겠다”

공단이 공모해 감독을 선임한 직후 사전 내정설과 함께 감독 자격 논란이 불거졌다. 공모에 참여한 B 씨는 A 씨를 잘 아는 서울 한 구청의 레슬링팀 감독으로부터 ‘A 씨가 내정돼있으니 원서를 내지 말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B 씨는 “구청 감독이 전화해서 원서 넣지 말라고 했다. ‘A가 자리를 만들어놓은 것인데 네가 원서를 제출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했고, ‘A가 감독이 되면 네가 거기서 코치를 하면 되지 않느냐’고 했다”며 “그래서 ‘요즘 세상에 그런 게 어디 있느냐’라고 했다”고 말했다.

A 씨 사전 내정설은 시의회에서도 돌았다. 시의원 C 씨와 D 씨 등은 “자기가 마치 감독이 된 것처럼 얘기하고 다니기에, 공단에 공정하게 심사하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 씨는 모함이라고 일축했다. 지인이 경쟁자의 원서 제출을 만류했다는 데 대해 A 씨는 “저를 포함해 그럴 리가 없고, 그런 적이 없다. (탈락자의) 모함이다.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탈락자 모두 국가 지도자 1급인데 합격자는 2급
“실업팀 감독 90%가 2급···중요한 것은 지도력”

응모자들의 선수 경험과 지도자 경험을 비교했을 때 자격도 논란이 된다. A 씨를 포함해 모두 5명이 응모했는데, A 씨를 제외하고 모두 국가 1급 지도자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A 씨는 2급이다.

A 씨는 인천에서 중학교 팀 코치와 공단의 남자부 코치를 지냈다. 다른 한 응시자는 지난해까지 청소년 국가대표 남자부 감독을 맡았고, 또 다른 응시자는 현재 여자 국가대표팀 코치를 맡고 있다. 또 한 사람은 대학 여자부 감독을 맡고 있었다.

이에 대해 A 씨는 “규정상 (자격에) 1~2급은 문제가 없으며, 오히려 실업팀 지도자의 90%가 2급이다. 중요한 것은 지도자의 지도력이다”라며 “다른 이들은 지도자 생활을 할 때 선수들이 메달을 딴 게 5개 안팎에 불과하지만, 나는 19개다. 어느 게 중요한 것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A 씨는 응시 과정에서 지위를 이용해 ‘갑질’을 행사한 의혹도 받고 있다. 공단 레슬링팀 감독에 응모하려면 추천서에 인천시체육회와 인천레슬링협회의 직인을 날인 받아야한다.

A 씨는 본인이 인천레슬링협회 전무이사이기에 사실상 셀프추천이 이뤄졌다. 다른 두 명은 인천레슬링협회의 추천을 받지 못한 채 공모에 참여했고, B 씨는 막판까지 날인을 받지 못해 노심초사하다 공단 이사장실 응접실에서 A 씨에게 날인을 받았다.

이에 대해 A 씨는 “날인을 받지 못한 두 사람은 인천 사람이 아니라서 추천하지 않았다”며 “B 씨의 경우 전임 인천레슬링협회 전무로 일할 때 협회 재정에 손실을 끼쳤고, 중학교 감독으로 있다가 중도에 그만두면서 학생들에게 피해를 끼쳤기에 협회에서 (추천서) 날인을 거부했다. 그 뒤 인천 출신은 다 (추천서 날인을) 해주기로 해서 해줬으며, B 씨가 공단에 있다고 해서 찾아갔고 인주가 없어 이사장실 인주를 이용했을 뿐이다”라고 반박했다.

탈락자 모두 여성 선수 지도경험 있는데 합격자는 없어

여성 선수 지도 경험 유무도 논란이다. A 씨를 제외한 나머지 4명은 모두 여성 선수를 지도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시체육회 내 성폭력 사건이 불거지면서 여성 선수를 지도한 경험을 지니고 있는 지도자가 필요한데, 경험이 없는 사람이 선임됐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공단은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선임했다고 밝혔다. 공단 관계자는 “내부 심사위원 3명에 외부 심사위원 2명(시체육회 1명, 시 체육진흥과 1명)이 참여해 절차와 규정에 따라 심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또한 “국가 지도자 1급이든 2급 이든 규정상 문제될 게 없다. 체육계 ‘미투(#Me Too)’ 사건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오히려 역차별이 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한 뒤, 경쟁자 원서 제출 만류와 추천서 날인 ‘갑질’ 의혹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일이다”라고 일축했다.

한편, 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는 진정서를 접수한 만큼 의혹을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김성준 시의원은 “공모는 공정해야한다. 좋은 감독이 들어가 훌륭한 선수를 양성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공모가 공정하게 진행됐는지 살펴볼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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