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퀴어축제 공동조직위원장 5명 인터뷰

[인천투데이 김강현 기자] 오는 17일은 29번째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인 아이다호 데이(IDAHO = International Day Against Homophobia & Transphobia)다. 1990년 5월 17일 세계보건기구(WHO)가 동성애를 정신질환 목록에서 삭제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인천퀴어축제 조직위원회는 아이다호 데이를 기념해 지난 12일부터 18일까지를 ‘인천 성소수자혐오반대주간’으로 설정하고 캠페인 등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인천 성소수자 혐오반대 주간 행사 안내 포스터 (사진제공ㆍ인천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올해로 29번째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을 맞은 가운데, 세계는 법과 제도로 성소수자 인권을 존중하고 보호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인천은 아직 갈 길이 멀다.

특히 인천에서 성소수자 인권은 그동안 전혀 주목받지 못했다.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인권조례조차 지난해 12월에야 전국 17개 광역 시·도 중 가장 늦게 제정되는 등 인권 전반에 대한 정책이나 행정이 없었으니 성소수자 인권은 논의자체를 못 했다.

그런 상황에서 처음으로 인천의 성소수자들이 나와 목소리를 낸 것이 지난해 9월 8일 제1회 인천퀴어문화축제다.

해외 연구 결과 성소수자 비율은 1~4% 내외로 알려지는 만큼 인구 300만 명의 인천에도 분명 많은 성소수자가 있을 것이다. 사회적 억압과 차별, 혐오에 가려져 밖으로 나서지 못하고 숨 죽여 살던 그들이 처음으로 자신을 드러낸 날이 퀴어축제였다.

보수 개신교 등 반대단체에 의한 폭력과 방해로 축제 진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지만 축제 참가자들은 꿋꿋하게 ‘우리는 여기 있다’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까지 마무리 했다.

축제 당일의 폭력과 그로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등으로 고통 받는 이들이 아직도 많지만, 이들은 올해 또 한 번의 퀴어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퀴어축제 조직위원회는 각각 성소수자, 장애인, 여성, 시민사회 등을 대표해 조직위원회 총회에서 공동 조직위원장을 선출했다.

<인천투데이>는 성소수자 혐오반대의 날을 맞아 퀴어축제를 맨 앞에서 준비하고 있는 공동 조직위원장 5명에게 질문을 던졌다. 아래는 그 답변을 정리 한 것이다.

인천퀴어문화축제 혐오범죄 규탄집회 참가자들이 남동구 로데오거리에서 시청 앞 미래광장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

제1회 퀴어축제 전·후 인천의 성평등·성소수자 인권 관련 변화가 있다면?

김지학 공동 조직위원장, 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 : 퀴어축제 이후 10월 3일 열린 혐오범죄 규탄집회에 성소수자를 향한 폭력과 차별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전국에서 모였고 시민사회와 진보정당이 연대했다. 구월동 로데오 거리에서 공연을 마치고 인천시청 앞까지 행진했으며 시청 앞 미래광장에서 규탄집회를 했다.

퀴어축제는 지속적으로 지역에서 강연, 토론회를 비롯한 많은 성소수자 인권 행사를 만든 원동력이 됐고, 이로 인해 미흡하지만 전국의 17개 광역시도 중 유일하게 인천에만 없던 인권조례도 제정됐다.

퀴어축제에서 발생한 집단린치와 테러는 형법상에 의한 폭력이자 범죄임에도 “인천의 기독교만이 전국에서 유일하게 퀴어축제를 막아냈다”며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고 다니는 사람들 때문에 슬프지만, 이를 계기로 전국에서 “더 목소리내고 행동하겠다”고 다짐한 많은 사람들이 있다.

서로 연대하는 시민들의 힘으로 결국 평등이 승리하게 될 것이라 믿는다. 절대 멈추지 않고 어느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평등도시 인천을 향해 전진할 것이다.

1회 퀴어축제에 이어 2회 역시 중책을 맡게 됐는데 각오와 1회 축제에서 지속·보완할 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신우리 공동 조직위원장, 제1회 인천퀴어문화축제 공동대표 : 또 역할을 맡은 이유는 우선 지난해 안전하고 즐거운 축제로 만들지 못해서 축제에 참석했던 분들에게 심적 부채가 너무 커서다. 앞으로 계속 이어나갈 퀴어축제를 안전하고 즐거운 축제로 만드는 일에 전념해 많은 이들이 안심하고 즐기게 만들고 싶다.

두 번째는 반대단체의 테러를 방어하지 못한 울분이 가시지 않아서다. 그 때 생긴 패배감 때문에 나 스스로도 증오에 휩싸이면 한 발자국도 못 나아갈 거 같다. 그들을 용서하진 못하겠지만 적어도 증오는 옳지 않으니까, 축제를 잘 진행해보려 한다.

지난 축제에서는 조직위원들의 생업에 지장이 생길 정도로 업무가 많았는데, 올해는 적당히 분배 하고 각 단체와 소통하려 한다.

또, 축제방해세력의 움직임에 효율적으로 대체하고 경찰이나 공권력을 믿고 따르기 전에 우리가 결정하고 리드할 것이다.

여성혐오와 성소수자혐오의 공통점과 이에 맞서 필요한 자세

홍선미 공동조직위원장, 인천여성회 회장 : 여성혐오는 일상이다. 성차별, 여성에 대한 폭력, 성적대상화, 각종 언론매체의 말과 글 등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제 초등학생들도 혐오의 말을 쏟아낼 정도로 만연하다.

작년 퀴어축제에서도 혐오세력은 평화적으로 열리는 행사를 폭력으로 막아내며 극한의 혐오를 쏟아냈다. 이런 여성과 성소수자 등 사회적 소수자를 대상으로 한 혐오는 한국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지 오래다.

혐오의 공통점은 약자에 대한 혐오로 자신의 우월감과 정상성을 찾으려 한다는 것이다.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한 사회의 문제이다 보니 해결해 나갈 길이 첩첩산중이다.

가부장제, 남성중심사회, 성차별이데올로기가 만연한 사회에서 기득권을 가진 이들은 여성과 성소수자를 혐오하고 차별함으로써 힘을 과시한다. 이 사회의 인권의식의 빈약함과 함께 어울려 사는 공동체성의 부재 또한 원인이라 생각한다.

아주 작은 균열하나가 거대한 둑을 무너뜨린다. 여성도, 성소수자도, 모든 약자들은 연대하고 함께 싸워야 한다. 인간의 존엄을 파괴하는 어떤 것에도 굴하지 말고 당당하게 나아가야 한다.

연결될수록 강한 연대로 누구도 차별받지 않고 온전하게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지난해 퀴어축제 참가자들이 행진을 하기위해 거리로 나오자, 반대단체가 행진을 막고있는 모습.

장애인 당사자로서 퀴어축제 조직위원장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박길연 공동 조직위원장,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 : 사람 사는 세상에서는 다양한 모습과 다양한 성향, 다양한 정체성을 지닌 사람들이 함께 살고 있다. 한편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그늘에서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나는 비장애인에서 장애인으로 몸이 바뀌었다. 그런데 사회는 바뀐 몸에 대해 인정 하지 않았다.

성소수자들은 생물학적 정체성만을 인정하는 한국사회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지 못한 채, 최소한의 행복할 권리조차 누리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이 땅에서 차별받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차별과 배제가 아닌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그 날을 위해 활동 하기위해 결심했다.

성소수자 자녀를 둔 부모로서 우리 사회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조정일 공동 조직위원장, 게이의 아버지, 인천장애인권익문제연구소 사무국장 : 아이가 중학교 2학년 때 가출했던 게 8년이 지났다. 당시에는 정신이 없었다. 아이가 성소수자라는 것보다 어디가서 안 좋은 일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자신이 해야 할 말을 못하고, 그런 것을 견디지 못하고 가출로 커밍아웃을 한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던 당시를 생각하면 가슴이 저민다.

아이에게 “괜찮니”라고 물으면 “괜찮아요”라며 대답했다. 나중에야 아이는 괜찮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아이가 소속된 그 어느 곳에서도 괜찮은 공간은 없었다.

인구의 3.8%가 성소수자라고 한다. 이제 사회는 우리의 어린 성소수자를 돌아봐야 한다. 사회의 냉대와 차별 그리고 정체성의 혼란 속에서 몸과 마음이 피폐해 가는 우리 아이들을, 사회적응이 이루어지지 않고 저항할 힘마저 아직 생성되지 않은 우리 청소년들을 말이다.

학교교육에서 의무적으로 성교육, 인권교육, 장애이해교육 등이 행해지고 있다. 그러나 성 소수자에 대한 교육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장애인 차별금지법과 같은 성소수자 차별금지법도 있어야 하며 소수자에 대한 혐오는 표현의 자유가 아닌 범법, 범죄 행위 임을 인식시하고 혐오를 행한 자는 처벌된다는 사회적 약속이 있어야 한다.
 
아이는 8년 전 커밍아웃 전이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우리 가정도 게이아들로 인해 크게 변한 것이 없다. 그런데 내가 게이 아빠임을 커밍아웃 하면 사람들이 힘내라며, 힘들겠다며 응원 한다.

그럴 때 “아이 때문이라면  힘들지도 아프지도 않습니다. 당신은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오해, 고정관념을 갖고 있습니다”라고 웃으며 얘기한다.

내가 자연스럽게 “나는 게이의 아빠요” 라고 할 수 있는 것처럼, 아이도 어디서든 편안 하고 자연스럽게 “나는 게이입니다” 라고 자기소개를 할 수 있고, 듣는 사람도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는 시절이 오길 바란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